어제 종묘(宗廟)에 가서 물박달나무, 주목, 향나무, 귀룽나무, 느티나무(괴槐), 은행나무, 가래나무 등을 보았다.
이제는 직원들, 해설사들과 안면을 익혔을 만큼 자주 드나든 종묘에 앞으로는 나무 때문에 드나들게 될 것 같다.
종로구 재동의 헌법재판소를 백송(白松)만으로 이야기하는 세간과 달리 독일가문비나무(나무 껍질이 검어 검은피나무로 불리다가 가문비나무로 불리는 나무)를 함께 이야기하며 흑백을 가리는 헌법재판소에 어울린다고 해석한 한 숲 해설가처럼 좋은 안목을 갖출 수 있기를 바라며.
적(迪)이란 말 구체적으로는 세한도(歲寒圖)의 주인공인 역관(譯官) 이상적(李尙迪)의 이름에 있는 적, 그리고 적솔력(迪率力)이란 말에 들어 있는 적(迪)이란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최근이다.
이상적은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즉 ‘논어‘에 나오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물론 살구나무와도 관련이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강판권 지음 ‘나무를 품은 선비‘ 참고)
우선(藕船) 이상적은 유배를 당해 지위와 권력을 모두 잃은 스승 추사 김정희에게 한결 같은 의리를 보인 선비(역관譯官) 이다.
그가 추사로부터 겨울이 오고 나서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게 된다는 의미가 담긴 세한도를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살구나무와 이상적의 인연이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