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사진을 올린 페친을 보며..
내 생각을 대변해준 글들의 변천사(1에서 2로, 2에서 3으로)를 말하고자 한다.
1.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먹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요리사가 아니어도 부엌에서 인생이 간다. 새와 짐승들은 요리를 하지 않고도 잘 산다.
그들처럼 풀이나 날고기를 씹어 삼킬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그러지 않으려면 평생 부엌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생선 내장을 훑어내야 하다니 별로 나은 선택도 아니다.
인간은 특별한 동물이기 때문에 요리를 먹어야 한다면 먹는 일이나 사는 일, 둘 중의 하나는 잘못되었다." - 오수연 장편 소설 '부엌' 첫 문장.
2.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오랫동안 음식은 인간 사회의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단순히 소비 경험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매우 심오하게 사회적인 경험이었던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준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가정 내에서 남성과 여성을 묶어 주고 가정이 더 큰 사회로 공고하게 만들어져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어 인류의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 사이먼 레이험 지음 '죄라고 부르는 유익한 것들' 95, 96 페이지
3. a.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화학비료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토양이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독과 살충제가 아니라 꽃가루 매개자들이다.
b.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독성 어린 단일 경작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이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대규모 산업농이 아니라 소농, 농사짓는 가정, 텃밭 일꾼들이다.
c.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종자 독재가 아니라 종자 독립이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화이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여성이다. - 환경 사상가, 환경 운동가 반다나 시바 지음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세계 사회를 통틀어 식량,영양, 음식물의 재배와 공급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여성들..)
1에서 2를 거쳐 3으로 내 인식은 변화해 왔다. 1과 2 사이에는 오랜 단절이 있는 만큼 변화는 점진적이었다.
3의 c처럼 여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지 오래이지만 반다나 시바처럼 총체적이고 대안적인 생각을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생선국에 풀죽은 쑥갓을 건져내며/ 눈가에 차오른 술을 거둬내며 본다 무심하게 건너가버린 시절/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었던 시절"(허수경 시인의 '무심한 구름' 마지막 부분)이란 시를 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