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미술 이야기(The Story of Art)'인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직역해 '미술 이야기'라 하지 않고 서양 미술사라 한 것은 왜일까? 곰브리치의 전공이 미술사학과 고건축이라는 데에 눈이 간다.
그가 만일 우리나라에서 문화유산 해설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종묘 정전을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건축물이라 평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처럼 그도 어떤 멋진 말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그런 말보다 더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곰브리치가 세운 원칙이다.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서 도판으로 수록하지 않은 그림은 가능한 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원칙을 세웠다.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를 예술가들을 장황하게 나열하지 않은 친절한 책으로 만들었다.
이 두 미덕은 문화해설을 하는 데 특히 참고해야 할 점들이다. 문화해설은 궁궐이든 박물관이든 왕릉이든 현장의 전각 또는 전시물을 설명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 장황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시간을 내어 그의 '서양 미술사'를 다시 읽고 싶다. "부분은 단순하지만 전체는 빈틈없는 성채(城砦)"인 곰브리치의 역작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문화 해설을 하기 이전에 읽었던 책이 입문 후인 지금 어떤 의미로, 어떤 참고점을 주는 책으로 읽힐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