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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동안의 침묵
박정선 지음 / 푸른사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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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 ‘존재와 사유’에서 이회영의 삶을 비극적 세계관으로 설명한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박정선의 장편이다. 제목으로 쓰인 ‘백년 동안의 침묵’에서 백년이란 우당(友堂) 이회영 독립투사가 저자에게 알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 이 책은 2021년 11월 남산, 예장 공원 해설에 필요한 자료를 찾다가 발견하고 읽은 책이다.

 

이 해설 코스에 명동성당 앞 이회영 길, 이회영 생가 터, 2021년 6월 개관한 이회영 기념관이 포함되었다. 독립투사 이회영은 신민회, 신흥무관학교 등을 설립했고 후에 아나키스트가 되어 활약하다가 조카(아버지의 사촌 형 이유원에게 양자로 ‘출계; 出系’해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모두 쏟아부은 ‘중형; 仲兄’ 이석영의 둘째 아들 이규서)의 밀고 때문에 체포되어 뤼순감옥에서 모질고 혹독한 고문에도 조국을 버리지 않고 끝내 의리를 지키다 순국한 비극적 영웅이다. 

 

1910년 조선을 병합한 일본은 “조선 사람은 일본에 복종하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는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선언을 통해 알 수 있듯 무단 통치의 길로 들어섰다. 이에 나라는 망했지만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승 대감의 여섯 아들들(건영, 석영, 철영, 회영, 시영, 호영)은 중국 망명을 결의한다. 백사 이항복으로 인한 대한 공신의 후예로서 세세토록 국가의 은덕을 입었으니 이제는 나라의 운명과 함께 해야 하기에 당연히 생사를 막론하고 가족을 모두 인솔하고 일제치하를 떠나 중국 땅으로 망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그들은 재산을 팔아 만든 독립자금을 지닌 채 열두 대의 삼두 마차에 나눠 타고 물빛이 오리의 머리색처럼 북청색이라 해서 이름이 붙은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로 향했다. 그들이 망명한 뒤 다른 동지들이 가을부터 겨울 내내 압록강을 건너 목적지에 도착했다. 관건은 군사기지 설립에 필요한 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현지인들은 땅 팔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런 상항에서 이회영이 난제를 해결했다. 총통 원세개와의 개인적 인연에 힘입은 바다.

 

이회영이 원세개를 만난 것은 20대 중반이었고 중국으로 망명했을 당시 이회영은 원세개를 못본 지 16년이나 된 상태였다. 원세개는 조선에서 10년이나 살았고 조선 때문에 말단에서 높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청나라 황제를 대신하여 내정간섭까지 하는 등 오만방자했던 원세개는 다행히 이회영의 아버지 이유승 대감의 말은 잘 듣는 편이었고 여덟 살 아래의 이회영을 좋아했다.

 

원세개는 이회영의 석파난(石派蘭)을 좋아했다. 아니 석파난 때문에 이회영을 좋아했다. 원세개는 삼전지묘법(三轉之妙法)을 입에 올리며 석파난에서 바람 소리와 심오한 향기가 난다고 말했다. 삼전지묘법은 난 잎을 세 번 돌려 빼는 기법이다. 이회영에게 난을 그려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자고 한 사람은 서예가 우당(愚堂) 유창환(兪昌煥; 1870 - 1935)이었다. 원세개는 이회영의 퉁소 소리도 좋아했다. 원세개는 이회영의 퉁소 소리를 듣고 향수(鄕愁)를 달랬다.

 

이 소설에서 퉁소는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는 악기다. 석파난과 함께 원세개의 마음을 움직인 악기이자 이회영의 22년(1910년 - 1932년)의 망명생활의 한(恨)을 위무(慰撫)해준 악기였다. 이회영은 분신처럼 지니던 그런 악기를 마지막 순간에 챙기지 못했다. 만주 군벌 장학량을 만나 만주에 연락 근거지를 확보하고 지하조직을 만들고 일본 광동군 사령관 무토를 암살하는 거사를 수행하기 위해 가는 길에 형님 이석영의 집에 들렀다가 챙기지 못하고 나온 것이었다.

 

뤼순감옥에서 만난 단재가 “그림자도 지워버리시는 분”이라 칭한 것처럼 용의주도했던 혁명가 이회영은 형제에게도 비밀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중형 이석영에게 북만주로 간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말을 이규서가 듣고 일본 밀정에 고하는 바람에 이회영은 체포되어 영웅적 생애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이석영은 동생 이회영이 챙기지 못하고 남기고 간 퉁소를 불며 “나는 왜 죽지 않고 살아 있는가?”, “내 아우를 기다린 게요. 만주로 가면서 꼭 오겠다고 그날 밤 이 늙은이와 약속했거든.”이란 자문자답을 했다. 이석영은 아우 이회영이 분신처럼 대했던 퉁소를 놓고 간 것을 자신에게 다시 오겠다는 의미로 읽은 것이었다.

 

국수집에서 외상으로 국수를 얻어먹던 이석영은 음식 먹기를 거부하고 홀로 삶을 마쳤다. 그때 그는 80세였다. 66세로 삶을 다한 아우 이회영이 죽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소설에는 이회영과 관계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1) 우당 이회영이 영구(榮求)라는 호를 지어준 두 번째 아내 이은숙은 이회영보다 스무 살이나 적은 사람으로 목은 이색(李穡)의 후손인 한산 이씨 가문의 당찬 여인이었다. 이은숙의 아버지가 무남독녀인 은숙을 은숙보다 스무 살 이상이나 많은 이회영에게 시집보낸 것은 이회영 가문이 명문가여서가 아니라 지사(志士; 절의가 있는 선비) 집안이어서였다. 조선이 나라를 빼앗기기 2년 전인 1908년의 일이었다.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로 잠입해 온갖 고생을 다한 이은숙은 2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우당과는 13년 밖에 함께 하지 못했다.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 이루어진 소설 가운데 본문 마지막 부분에서 우당은 아내 이은숙의 꿈에 나타난다. “내 사명이 끝났으니 이제 다른 신지(新地)로 가야 하오.”, “저도 함께 가렵니다.”, “영구는 나와 함께 가지 못하오.”, “그래도 따라가렵니다.”, “아니 되오.”..1908년 혼인식을 치른 스무 살의 이은숙과 마흔 둘의 이회영은 첫날 밤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독립문을 세울 때 정초식에서 불렀던 애국가를 불렀다. “두 사람은 남녀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지결의를 맺는 심정이었다.”

 

2) 중형 이석영은 양부 이유원의 막대한 재산을 신흥무관학교 설립과 운영에 쏟아부어 결과적으로 양부의 이름을 알렸다. 3) 이회영보다 세 살 적은 이상설(李相卨)은 이회영의 아버지 이유승의 저동(苧洞) 댁 옆의 이용우 대감 댁에 출계(出系; 대를 잇는 양자가 되는 것)하기 위해 진천에서 발탁되어 서울로 올라온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이다. 훗날 이준,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 밀사로 활약한 이상설은 안중근 의사가 가장 존경한 스승이었고 우당 이회영에게 해외의 한인 자녀들을 교육하여 독립군으로 길러야 한다는 뜻을 표명한 선각자였다. 1906년 이상설이 중심이 되어 만주 용정에 설립한 신학문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瑞甸書塾)은 1년만에 폐교된 뒤 명동서숙으로 승계되었다.

 

4) 뱃사공 첸징우를 빼놓을 수 없다. 첸징우 덕에 이회영 가족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첸징우는 이회영이 사례비로 준 돈을 종자돈 삼아 후에 큰 배의 선주가 되었다. 상해에서 다렌을 오가는 유람선주가 된 첸징우가 이회영에게 손님을 받지 않고 이회영만을 모시고 황포강을 건너겠다는 제의를 하지만 이회영은 다렌 부두에 나와 자신이 탄 남창호를 기다릴 동지들을 생각해 거절한다.(다렌은 만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일본 요원들은 이규서의 밀고를 받고 40명의 승객이 탄 여객선에서 정확히 이회영을 찾아냈다. 젊은 투사들, 가족 등이 중대한 거사를 수행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이회영을 만류하자 이회영은 언제까지 늙으면 들어앉아야 하고 젊은이는 불속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 것인가, 늙었으니 초라한 행색으로 가족을 찾아가는 것처럼 하면 누가 혁명가로 보겠는가,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말로 맞섰다. 첸징우는 남창호에서 일본 경비정으로 옮겨지는 이회영을 보고 따라가 구하려다가 일경들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던 이회영은 고문기술자이자 다렌 수상경찰서장 후쿠다 오시이로부터 “충성스러운 밀고자”의 이름을 듣고 절규한다. 후쿠다 오시이는 망명 전 민족자본을 만들기 위해 왕실 소유의 개성 땅을 빌려 대규모 인삼 재배를 시작한 이회영을 중심으로 한 우리 청년들을 보며 일본에 맞서려는 야심을 가진 혁명가의 눈을 보았었다. 당시 후쿠다는 수확을 앞둔 2만평의 인삼을 군인들을 동원해 모조리 도둑질해갔다. 이회영은 당시 경무청이 도리어 인삼재배가 무허가라고 엄포를 놓자 격분해 경무청과 후쿠다 고문의 방문을 부수어 구금되었다가 고종의 개입으로 방면되었다.

 

이회영이 민족자본을 만드는 데 뛰어든 것은 이상설이 신학문을 배우고 돌아올 동안 상동청년회 동지들과 민족자본을 만들겠다고 공언(公言)한 데 따른 것이다. 상동(尙洞), 하면 전덕기(全德基; 1875 -1914)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뒤 작은아버지의 집에서 자라던 전덕기는 스크랜튼 선교사를 만나 세례를 받고 상동교회에 입교한 데 이어 신학 교육을 받고 목회자가 되었다.

 

상동은 조선 명종 때 영의정을 지낸 상진(尙震)이 관직에서 물러나 살던 곳에 그의 성을 따 지은 동네 이름이다.(‘상; 尙’은 후백제의 목천 사람들이 왕건에게 끝까지 저항하자 왕건이 내린 코끼리를 뜻하는 상(象)이란 성을 후에 바꾼 것이다. 1908년 이회영이 신식 결혼식을 거행한 상동교회는 상진 대감이 살던 집이 있던 곳이다.) 상동교회가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변해가자 스크랜튼이 정치적인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전덕기는 “불의와 정의는 언제나 정치에서 시작되고 정치에서 실현”된다는 말을 한다.

 

이회영은 1926년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 의사의 배후 조종자로 몰려 쫓기기도 했다. 물론 나석주의 의거를 기획한 사람은 유림(儒林) 대표 심산(心山) 김창숙(1879 - 1962) 선생이었다. 조선 망국의 원흉으로 지목된 유림이 그나마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은 심산 덕분이다. 이회영의 동생 성재 이시영, 이회영 본인, 이상설은 모두 과거에 급제한 인물들이다. 각각 그들의 나이 17세, 25세, 22세의 일이다. 단재(丹齋) 신채호도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두루 읽고 후에 성균관에 입교한 유학 진영의 사학자이자 아나키스트였다.

 

돋보이는 것은 이회영의 열린 정신과 선진적 혜안이다. 이회영은 여덟 살의 나이에 일본을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나라로 규정했는가 하면 수재(水災)를 당한 사람들을 보며 아버지 이유승 대감에게 대대로 나라의 녹을 먹은 우리 집안이 솔선해서 곳간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42세에 상동교회에서 신식 결혼을 올렸는데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개화 문물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여성의 재혼을 백안시하던 시대에 스무살에 청상이 된 누나를 거짓으로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재혼을 시킨 것도 대단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노비들을 해방시킨 것도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노비 출신들도 서간도에 간 것은 평등한 신분이 된 그들이 원해서였다.)

 

안온(安穩)한 삶을 버리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길에 나선 투사 이회영의 지조(志操)와 절의(節義)에 감동하며 책을 읽었다. 안타깝고 비장하게 읽히는 이 소설은 일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인상적인 점은 이회영을 비롯 관련 인물들이 불가피하게 때로 자발적으로 맞닥뜨리는 혹독함 사이 사이에 만들어가는 짙은 서정성이다. 이회영이 석파난을 그려 독립운동자금을 만드는 대목은 예술의 무목적성과 목적성이 조화롭게 만나는 부분이다. 이상설과 이회영이 만나 감동적인 면모로 낙조(落照)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우당 형은 매번 지는 해에 넋을 놓습니다.”란 이상설의 말, 단풍이 붉으면 인삼이 살이 찌고 향이 짙어진다는 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회영이 말술을 마시는 원세개와 어울리며 한 “술은 차를 대신할 수 없으니 차는 술을 대신하는 법”이라는 말 등은 비극적 삶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내는 장치이자 그 자체로 예술적인 부분이다. 남산에서 ‘닭이 알을 품은 형국의 서울’을 자칫 일본군의 발길에 치기 전에 결단하라는 독촉으로 읽는 부분은 또 어떤가. 비극적이지만 한탄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예술성과 사상성이 조화를 이루어 이회영 선생에 대해 충분히, 그리고 바로 알도록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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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0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그 박정선 님이 저자인 거 같군요.
이런 역작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책 담아갑니다. 리뷰 고맙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1-12-03 18:33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좋은 책이지요..
 
인생 전환의 심리학 수업 - 꽉 막힌 삶을 바꾸는 3가지 법칙
황시투안 지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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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세리머니는 흥겨운 자리를 빌려 쓸쓸한 마음을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즐거움을 느낀다고 해도 그저 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얻는 짧은 즐거움이어서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심리학 멘토 황시루안의 말이다. 저자는 미국 심리학자 본의 이론을 소개한다. 인간의 내면을 다섯으로 나눈 것이다. 1. 사랑이 가득한 부모. 2. 비판적인 부모. 3. 어른. 4. 말 잘 듣는 아이. 5. 자유로운 아이 등이다.

 

내재되어 있는 자유로운 아이를 풀어주고 느끼고 변화하고 성장시켜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시스템 또는 습관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것을 주문한다. 중요한 것은 순환의 뒤에 있는 신념과 가설이다. 중요한 것은 안정감 때문에 더 아름다운 삶을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선의(善意)가 깃든 아름다운 축복이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주문으로 바뀔 수도 있다. 목표 없는 배 한 척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 하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도 돛의 각도만 잘 조절하면 사방에서 부는 바람이 순풍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심리학을 통해 사람의 행동 아래에 숨은 동기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생활의 성공과 행복은 반드시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기에 더 나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자신이 더 나아지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욕구를 채워주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안에 사랑이 충만하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의 시작점이다. 저자는 모든 행동 뒤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행동은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동기에는 항상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인류에게 타자에 대한 공격은 자책감 대신 취하는 무기다. 자신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관계에 균형이 맞추어진다는 것이다. 도움 받는 사람도 언젠가는 남을 도와야 한다. 바람직한 균형을 위해서다. 우리는 선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지혜로워지기도 해야 한다. 먼 옛날 인류는 숲속에서 살 때 사나운 짐승의 습격을 피하려고 자신을 위장했다. 인류는 언어를 발전시키면서 몸짓 위장 대신 언어 위장(거짓말)을 택했다. 문제는 이런 생존 본능을 남용한다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시대에 시시각각 자신을 위장하는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들을 부르게 된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짓말을 합리화라고 한다. 합리화에는 세 가지가 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그것을 평가절하하는 신 포도식, 더 좋은 것을 얻지 못할 때 자신의 것이 가장 좋다고 여기는 스윗 레몬식, 책임 전가식 등이다.

 

저자는 자신은 아직 깨우친 사람이 아니기에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깨우친 사람이 아닌 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평가를 정형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판단은 스스로의 신념이고 상황에 대한 제한된 정보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혜는 다양한 시각에서 나온다. 깨달음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깨달음을 얻으면 스스로 어떻게 생존을 추구하는지 패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생존의 본능이다. 하지만 현재에 발을 딛고 오늘을 잘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다. 우리 모두 현재를 잘 살고 현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달려 있지 않다. 생각이 열려 있는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점도 허용한다.

 

입장과 각도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식은 좋은 것이지만 지식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다른 관점과 개성을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린다.

 

자신과 주변인까지 배려하면서 전체와 사회를 배려한다. 방향만 맞으면 길이 멀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면의 갈망을 좋아 앞으로 나아갈 때면 마음의 성장 지도를 먼저 내면에 놓아라. 그러면 길을 잃지 않는다. 마음의 성장은 하나의 길로 우리는 영원히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일시적인 깨달음을 고착화하고 이것으로 충분하고 완벽하게 깨달았다고 생각할 때 성장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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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지혜 수업 - 78가지 사례로 배우는 행복과 성공을 위한 연금술
무천강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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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전문가 무천강(穆臣剛)의 ‘하버드 지혜 수업’은 버락 오바마, 프랭클린 루즈벨트,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 하버드 출신의 성공한 사람들이 알려주는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하버드를 제목에 담은 책들이 수만 권에 이름을 알 수 있다. 이는 하버드가 그 만큼 남다른 면이 있음을 방증한다.

 

하버드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 개발뿐 아니라 감성 지능을 개발하고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의 참여, 탐구, 혁신, 경쟁과 리더십 능력을 발전시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진리와 선함, 아름다움의 의미를 충분히 터득하고 자신의 중요한 자질을 보완하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버드의 교육 이념과 방법은 성공한 사람들이 벤치마킹할 때 꼭 언급된다.

 

책은 모두 10 파트로 나누어졌다. 마음가짐이 인생을 이끈다, 좋은 습관은 인생의 자산이다, 좋은 인간관계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시간은 가장 귀한 자산이다, 목표 설정은 성공의 설계도이다, 올바른 사람 되기를 꿈꾸라, 사고의 깊이가 인생의 넓이를 결정한다, 자신을 아는 게 먼저다, 감정 조절이 삶의 평화를 부른다, 행복과 불행은 나의 생각에 달렸다 등이다.

 

이런 지침을 보면 마음가짐도 바르게 설정해야 하고 습관도 좋아야 하고 인간관계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고 시간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고 목표 설정도 제대로 해야 하고 인격적인 면에도 주의해야 하고 사고(思考)의 폭도 넓혀야 하고 자신을 알아야 하고 감정도 조절해야 지혜가 바탕이 되는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 파트에서 눈에 띄는 지침은 완벽한 인생을 꿈꾸는 것은 환상이란 말, 공평한 세상은 없다는 말이다. 2 파트에서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 책임은 현명한 자의 방패라는 말,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는 말 등이다. 3 파트에서는 인간 존중은 인생 최고의 미덕이라는 말, 상대의 결점에 침묵하라는, 다른 사람을 도울 기회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 등이다.(남을 도울 때는 손익을 따지지 말고 베풀어야 한다고 한다.)

 

4 파트에서는 효율적인 일에 집중하라는 말, 미루기는 시간 도둑이라는 말, 자기만의 시간 운용 법칙을 만들자는 말, 쉴 때와 일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5 파트에서는 성공의 길에는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다는 말, 목표가 명확할수록 가야 할 길이 선명하다는 말, 힘들이지 않고 해낼 일은 없다는 말, 자신감이 모든 성공의 시작이라는 말 등이다.

 

6 파트에서는 책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품으라는 말, 어리석은 자가 똑똑하다고 자랑한다는 말(지혜가 뛰어난 사람은 일부러 어리숙한 모습으로 경쟁자들의 경계심을 없애고 안전하게 자신의 목표에 도달한다, 겸허한 자에게는 어린 아이도 스승이 된다. 진정으로 자신의 미흡함과 세상의 위대함을 이해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기회를 실현할 수 있다.), 타협할 줄 아는 것은 지혜의 산물이라는 말 등이다.

 

7 파트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주저하지 말라는 말, 목표가 있다면 오늘부터 나아가야 한다는 말, 꿈꾸는 것만큼 도전하게 된다는 말, 발상을 전환하면 일은 쉽게 풀린다는 말(우리의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고정화된 사고 패턴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시간을 많이 절약해주는 이점은 있으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새로운 연구 방법과 지식 흡수를 막는 사고의 족쇄임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천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계획일 뿐이라는 말, 다수의 의견을 참고하되 스스로 결정하라는 말 등이다.

 

8 파트에서는 감성으로 삶을 변화시키라는 말, 내면이 강해야 우뚝 설 수 있다는 말, 부끄러움을 버리면 장애물이 사라진다는 말 등이다. 9 파트에서는 초조함에서 벗어나 침착함을 배우라는 말, 후회하느니 차라리 만회하라는 말 등이다.

 

10 파트에서는 감사하면 행복해진다는 말(감사는 표현하는 사람의 겸손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부러워하면 진다는 말 등이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눈에 띄는 지침들은 꼭 새겨야 한다고 다짐하곤 하지만 잘 안 되는 것들이다. 이렇게 그런 점들을 집대성한 책이 있으니 참 유용하다. 자주 들추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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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질문하는 뼈 한 조각 - 인류의 시초가 남긴 흔적을 뒤쫓는 고인류학
마들렌 뵈메 외 지음, 나유신 옮김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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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유 특성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의 역동적 문명 발달을 가능하게 했는가? 자신이 하는 일은 옛날 옛적의 뼛조각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지구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마들렌 뵈메는 털이 없고 해부학적으로 장거리 달리기에 완벽한 구조를 가졌으며 모든 포유류 중 최고의 냉각 메커니즘을 장착한 데다 생리적으로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가진 존재라는 말로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서의 인간을 요약한다.(290 페이지)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서술일뿐이다. 더 깊은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 ‘역사에 질문하는 뼈 한 조각’은 대형 유인원(類人猿)의 진화를 다룬 책이다. 대형 유인원은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등을 의미한다. 유인원(anthropoid)은 원숭이류 중에서 가장 진화한 종으로 사람과 비슷하며 거의 직립보행을 한다. 원인(猿人)은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 이전에 발달했던 인간과 비슷한 피조물들을 호모속(屬)이라 지칭한다. 그리고 사람속의 멸종된 개체들을 원인이라 지칭한다.(49 페이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타웅,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방,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는 오늘날 인류 진화 발달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역들이다.(73 페이지)

 

서아시아 조지아의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한 나이 많은 남자 개체가 눈길을 끈다. 치아가 없고 턱뼈에 퇴화현상이 나타난 화석이다. 저자는 사회적 보살핌이 없었다면 180만년전 이 노인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325 페이지) 민족학 연구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먹을 것을 먼저 씹어 노인에게 주는 원주민 집단들이 존재한다.

 

대형 유인원과 인간의 어금니 모양이 다른 이유는 씹을 때 각기 다른 조건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43 페이지) 1959년 피테칸트로푸스란 이름이 호모 에렉투스로 바뀌었다.(62 페이지) 키메라는 고생물학에서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가짜 화석을 의미한다.(65 페이지) 인간은 누구나 자연 연구가의 소질을 지니고 있다.(108 페이지) 이런 정도의 가벼운 이야기거리들도 꽤 쏠쏠하게 읽힌다. 

 

이 책의 주지(主旨)는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님을 주장한 데 있다. 저자는 침팬지 라인에서 분리되어 나와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현재 가지가 하나씩 뻗어나는 계통수(系統樹)라기보다 지류들이 갈라져 흐르다가 다시 합쳐지기도 하는 하천들의 수계(水系)와 비슷하다고 말하며 이 경우 어떤 지류들은 언젠가 실개천으로 잦아들다 사라져버린다고 덧붙인다.(321 페이지) 이 문장은 전편(全編)의 결론격의 말로 가장 핵심적인 한편 아름다운 메타포다.

 

저자는 많은 학자들이 모리타니 공화국의 대서양 연안에서 몽골까지 펼쳐진 사막 벨트가 인류의 초기 진화 과정을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로 제한시킨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막 가장자리의 불안정한 기후 지대야말로 인간의 초기 진화를 가속화한 요인이었을 것이라 설명한다. 그 이유는 그곳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나무 사바나를 포함한 숲이 많은 서식지와 스텝 유형의 지형이 번갈아가며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중해와 동유럽에서 중앙아시아까지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이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렇게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는 환경에 적응할 줄 아는 원인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328, 329 페이지)

 

저자는 인류학자 로빈 데넬과 윌 로이브로익스가 만든 기발한 신조어인 사바나흐스탄(savanahstan)이란 말을 소개한다. 풀과 허브가 주된 식물인 사바나와 스텝 지역을 보고 만든 말로 초원 생태 시스템 전체를 일컫는다. 저자는 인류의 요람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사바나흐스탄이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인류의 진화 계통이 아프리카에서 생겨나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생각을 아프리카 유래설(out of Africa theory)이라 한다. 독일의 귄터 브로이어가 만든 말이다.(172 페이지)

 

오늘날 생존하는 침팬지들이 그러하듯 선행인류도 이미 도구를 이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호모속에 속한 존재들은 그들이 발견한 어떤 대상물을 그냥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을 가지고 아주 특정한 용도에 사용되는 도구를 제작했다. 이것들을 인공물이라 칭한다. 이를 올도완 문화라 한다.(174 페이지) 2016년 학자들이 인도 판자브주 마솔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손으로 만든 도구를 발견했다. 260만년전에 사용된 것이다.(175 페이지)

 

하나의 특정 대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생태적, 기후적, 진화 역사적 관계에 기반해서 볼 때 지나치게 협소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현생인류와 데니소바인이 여러 장소에서 마주쳤고 공동의 자손을 생산했다는 사실이다.(337 페이지) 데니소바인은 신생대 제4기 홍적세 후기에 살던 화석 인류의 하나로서 2008년 7월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41,000년 전의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유럽인들은 약 2퍼센트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인과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 원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344 페이지) 인간의 진화는 하나의 특정한 지리적 중심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넓은 지역에서 일어났다.(183 페이지) 저자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동물상이 500만년전 유라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선행인류는 왜 이 규칙에서 예외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말한다.(238 페이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뇌 발달 및 뉴런 기능과 연관이 있다.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뼈의 조직 성장을 조절하는 게놈 영역에서 발견된다. 지난 20년간 고유전학자들에 의해 여러 인간 종 사이의 혼합이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이는 현재 호모 사피엔스라 부르는 가변적이고 적응 능력을 지닌 한 종이 형성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345 페이지)

 

현대 유전학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모든 종의 인간들을 처치해버린 냉정한 살인자라는 혐의를 벗겨주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많은 동물 종을 멸종시켰다는 비난으로부터는 무죄 선고를 받지는 못했다.(346 페이지) 흥미진진한 책은 이렇게 끝난다. 아프리카 기원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저자를 진보적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치밀함과 흥미진진한 논리 전개는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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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 있다 - 익숙한 내 삶의 패턴을 바꾸는 마음 성장 수업
황시투안 지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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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 있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톨스토이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남과 사이가 좋지 못하거나 그 사람이 당신과 있는 것을 싫어하거나 당신이 옳은데도 그 사람이 동조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책망받을 것이 아니라 정작 책망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 사람에게 마음과 정성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었다. 나의 감정 패턴을 돌아보라(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 나의 사고 패턴을 바꿔라(행복은 선택이다), 나의 관계 패턴을 점검하라(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 있다.) 등이다. 제목은 진정한 행복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로고테라피를 주창한 유대계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데도 불구하고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가 외부 상황을 선택할 수 없다 해도 어떤 태도로 그것을 마주할지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심리학을 통해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을 갖게 되고 매우 평안하고 여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면 긍정적인 감정도 억누르게 되니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이 준 한 번의 상처에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말한다.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라고 말한다. 용서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자 자기 치료다.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타인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런 말을 했다. ”마음이 강해야 사과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더 강해야 용서할 수 있다.“ 복합적으로 읽힌다. 나는 사과하는데 마음이 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음이 더 강해야 용서할 수 있다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자기 가치가 높은 사람은 미래에 대한 안전감이 충만하므로 자연히 불안해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근원에 자기 가치가 있다. 저자가 상담한 사례자 가운데 우연히 천국에 있는 것 같은 아주 좋은 상태를 경험한 뒤 그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상담 중 가슴을 찢을 듯 울부짖은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에서 말하는 되짚어 오는 고통(suffering from reversal)이란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쾌락은 모종의 조바심과 끈이 맺어져 있다. 즐거울 때에라도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에드워드 콘즈 지음 ’한글 세대를 위한 불교‘ 78 페이지) 진정한 자신감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부정적 감정은 없고 부정적 행위만 있다. 분노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문제다.

 

감정은 일종의 에너지일뿐 좋고 나쁨은 없다. 저자는 중요한 말을 한다. 질투,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각각의 감정이 그 나름의 가치와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응 패턴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한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의 존재 이유다.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마음 가짐을 바꿀 수 있다. 미루는 습관 때문에 인생을 망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루기의 근본 원인은 낮은 자기 가치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내면의 패턴이다. 저자는 미루기를 잘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자식을 말 잘 듣는 아이로만 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기존의 생각에 구속받지 않고 문제에 관한 새롭고 독특한 해답과 방법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을 권한다. 관계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은 지혜와 무분별의 소중함이다. 모두 불교적 가르침으로 수렴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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