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미출판사의 서평단 청미에 선정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은 중년 무렵부터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화두로 삼았기에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중년에 해당되는지 살짝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서평단을 공모하면서 중년은 35세부터 노년 전의 연령대를 의미한다고 해서 저도 여전히 중년이라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흔히 중년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만, 돌이켜 보면 소년시절부터 위기가 거듭되었던 것 같고, 중년에서 겪었던 위기라고 해서 딱히 별달랐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특정해서 구분한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인생을 유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3단계로 단순하게 분류했던 것을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사회가 발전하여 복잡해지면서 보다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인생주기를 크게 4개의 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태어나서 청년기까지의 첫 번째 연령기, 직장을 잡고 가정을 이루는 20~30대를 두 번째 연령기, 마흔부터 30년 정도를 중년기, 그리고 이후에 삶을 마무리하는 노년기가 이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영국 켄트대학에서 유럽문학을 가르치는 벤 허친슨교수는 <미드라이프 마인드>에서 우리의 삶에서 중년의 의미를 이해하고 바람직하게 노년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특히 저자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희곡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우리 인간이 중년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성찰해왔음에 착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단테와 몽테뉴, 괴테, 보부아르 그리고 베케트 등의 삶과 작품을 살펴 중년의 의미를 찾아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위기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캐나다의 정신분석학자 엘리엇 자크가 죽음과 중년의 위기라는 수필에서 개념을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보다 이전에 활동했던 작가의 삶이나 작품에서 중년의 의미를 찾는 것이 옳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 슬픔: 중년의 다섯 단계라는 모형이 스위스 정신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과 죽어감에서 제안한 바 있는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등의 단계를 중년의 슬픔에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대상으로 한 것은 암 등 불치의 병을 통보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던 것인데 과연 중년에 대한 슬픔과 비교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작가는 젊었을 적에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와 모리셔스 사이에 있는 레위니옹 섬에서 지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단테의 신곡,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프랑스 서정시 선집, 그리고 T. S. 엘리엇의 시 모음집을 읽었다고 합니다. 섬에서 돌아와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몽테뉴의 에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셰익스피어의 희곡 선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지적인 성숙함에 이르는 경로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들 책을 모두 읽었는데, 늦은 중년에 이르러서 읽은 것이 작가와 다른 점입니다. 중년에 이르기 전에 지적 성숙함에 이르는 경로를 찾기보다는 비판적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청년기가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암중모색을 하는 것처럼 시작은 다소 모호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책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중년의 위기라기 보다는 중년의 성숙함으로 논지가 중심을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채울 것은 채우는 재조정이야말로 중년의 본질이다(280)”라는 핵심을 정리해냈습니다. 후반에 들어서는 여성의 삶에서 중년의 의미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어서 남성은 물론 여성 독자들에게도 묵직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문학작품들은 읽는 이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작품 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추론해내는 작업이 적절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체리토마토파이>는 청미출판사의 누리사랑방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90세가 되어 쓰기 시작했다는 프랑스 시골 할머니의 일기입니다. 저도 금년 초에 전립선암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 시작한 일기쓰기를 대학교 2학년 무렵까지 쓰다가 중단했던 기억을 되살린 셈입니다. 물론 주간활동을 10년 넘게 써오기는 했습니다만, 매일 일기쓰기는 오랜만입니다. 투병기라는 제목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기에 기록하는 것이라서 삶에 대한 생각을 적을 여력은 아직 생기기 않고 있습니다.


<체리토마토파이>는 리옹과 리모주의 중간, 프랑스 중부지역에 있는 완전한 시골에 사는 과부 잔이 90살이 되는 해 춘분에서 시작하여 꼭 1년간 써내려간 일기입니다. 가까운 마을 베르도 5를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잔은 스물세 살 때 르네와 결혼하면서 파리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왔다고 합니다. 도시처녀가 시골에 사는 보험외판원과 결혼을 한 셈인데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딸과 아들이 수시로 찾아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면 행복한 만년을 보내는 셈입니다. 완전 시골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잔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50m 떨어진 곳에는 페르낭과 마르셀 부부가 살고 조금 떨어져 있지만 수시로 모여 카드를 치는 질베르트, , 투아네트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춘분에 시작하는 봄, 하지에 시작하는 여름, 추분에 시작하는 가을 그리고 동지에 시작하는 겨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중부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먼저 책을 읽은 소감은 대단하다였습니다. 아흔 살 노인여성의 일상이 골골하는 중년보다 더 활동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지나친 욕심은 아니었을가 싶으면서도 머지않은 나의 앞날을 그려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시골보다는 도회지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계절의 변화와 먹고 사는 일상을 시시콜콜 적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단상도 조금씩 내비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몇 줄에 그치지만 1~2 쪽에 이르는 글을 쓰려면 상당한 시간을 내야 하지 싶습니다. 앞서 작가의 욕심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725일 라팔리스에서도 몇떨어진 곳에 있는 본가에 온 조카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11시에 도착해서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는데 언제 일기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물론 일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적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제 경우도 하루 가운데 시간이 날 때 적고 있고 가끔은 하루 이틀 치를 몰아서 적기도 합니다. 잔의 경우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책에 일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건너뛰는 것을 보면 집에 있을 때만, 가끔은 날짜를 건너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살아가는 나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니, 가을로 넘어가면서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많아지고 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겨울에 들어서는 세상을 떠나는 친구, 친지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년,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의 삶을 그려낸 것으로 이해됩니다. 완전 시골이기는 하지만 먼 곳에 사는 자녀들이 손주들과 찾아와 함께 지내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만, 다음해의 일기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체리토마토파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1020일자 일기를 보면 잔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려고 체리파이를 구웠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영 아니었다고 합니다. 체리라고 넣었던 재료가 알이 아주 작은 체리토마토였던 것입니다. 그저 재료를 착각했을 뿐이지 노망이 든 것은 아니지만 잔으로서는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책의 제목 체리토마토파이에는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체리파이가 체리토마토파이가 되었습니다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는 감자껍질파이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파이는 재로에 따라서 아주 다양하게 구워내는 후식인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꼬리를 무는 책읽기로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를 읽었습니다.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이라는 부제는 원저에는 없는 것으로 적절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신경과의사하면 될 터이고, 올리버 색스가 저서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묘한 환자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별난 환자들과의 만남을 맛깔나게 적은 책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감명을 주어온 색스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났던 <깨어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화성의 인류학자>의 주제는 질병의 역설적인 측면과 숨겨져 있는 창의력이다.(29)”라고 하였습니다. 결함, 장애, 질병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상조차 못했던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 성장, 진화, 삶의 형태를 발현시키는 역설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투렛증후군에서부터 자폐증, 기억상실, 전색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병에 걸린 일곱명의 환자들이 인간 특유의 놀라운 복원력과 적응력을 통해 180도 달라진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한 과정을 기록하였습니다.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특이한 점이 더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경학자 프랑수와 레르미트(François Lhermite)가 환자를 진료실에서만 만난게 아니라 집으로 찾아가고, 식당이나 극장으로 초대하고, 자동차로 바래다 주는 등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애쓴 바를 따랐다는 점이다. 확대된 형태의 왕진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한의학이나 의학의 전통에 따라 의사가 환자의 집으로 찾아 왕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교통사고로 뇌진탕을 일으킨 화가가 합병된 전색맹을 극복해낸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색에 관련된 기억을 상실해갔지만, 전혀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과 감성의 세계를 만들어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역시 인간이 색을 인식하는 과정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살펴 이 화가의 전색맹을 설명해보려 한 점이 돋보입니다. 뉴턴, 쇼펜하우어, 존 돌턴, 헬름홀츠, 괴테, 맥스웰 등 우리에게 익숙한 분들을 비롯하여 토머스 영, 헤르만 빌리브란트, 에드윈 랜드, 고든 홈스 등이 색채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작사에 천부적인 감각을 가졌던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청소년기에 돌출된 반항아적인 기질로 인하여 마약과 환각제에 취한 생활을 하다가 다시 크리슈나의 철학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력을 잃어갔습니다. 교단에서는 내면의 빛이 자라는 증거라면서 예지자가 되었다고 추켜세웠다는 것인데 사실을 뇌하수체종양이 커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4년여 만에 아들을 찾은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서야 거대한 종양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지만 손상된 뇌를 돌려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은 모든 감정이 사라진 사람처럼 무표정하고 잔잔했습니다. 더하여 기억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외과의사가 수술은 물론 경비행기를 조종하는 등 일상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입니다. 투렛증후군은 특이한 행동을 강박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상이 힘들 것으로 짐작하지만 1,000명당 한명꼴로 발병하는 투렛증후군 환자들은 의외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백내장과 색소성 망막염을 앓아 시력을 잃었던 중년 남성이 백내장 수술을 통하여 시력을 회복하였지만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의 인식부족으로 퇴행해버린 사례입니다. 다섯 번째 사례는 발작성 성격증후군(왁스먼-게슈빈트 증후군으로 바뀌었고 도스토예프스키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에 걸린 화가가 측두엽간질과 고향 폰티토에 집착하는 추억의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사례입니다. 작가는 이 사례에서 기억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여섯 번째 사례를 자폐증을 앓으면서도 기억력이나 표현기법이 뛰어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보니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다룬 사례들은 화가가 많은 듯합니다.. 마지막 사례는 책의 제목인 화성의 인류학가라고 자칭하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자 수의사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보니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인 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달에 읽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https://blog.naver.com/neuro412/223192912814>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시미즈 하루키의 <작별의 건너편>이 제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이곳은 세상의 마지막 종착역, 작별의 건너편입니다라는 뒤표지의 요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은 종착역이라는 단어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종착역은 마지막 기차역을 의미하는 것이라서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을 기차역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사실은 뒤표지의 종착역 아래에 있는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얻게 된 그리움 가득한 마지막 재회, 기적 같은 24시간이라는 설명이 이 작품의 성격을 제대로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기는 <쓸쓸하고 찬란하도깨비>가 종전의 인기를 끌어서 지금도 자주 재방송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은근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별의 건너편>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망자들을 위한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이야기 같습니다. 작별의 건너편에 온 망자는 안내인으로부터 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한 듯한데, ‘아직도 망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만 만날 수 있다라는 조건이 걸려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작품을 쓴 시미즈 하루키는 만남과 이별, 삶의 의미를 테마로 한 휴먼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로 꼽힙니다. <작별의 건너편>에는 모두 다섯 망자가 등장합니다. 차에 치일 뻔한 남의 강아지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젊은 여성,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가출을 감행했지만 세상이 녹녹치 않다는 것에 좌절한 중년 남성, 먹을 것을 두고 주인과 갈등을 빚어 가출했다가 사고로 죽은 고양이(망자가 고양이라는 사실은 이야기 끝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던 젊은 여성, 밤길에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젊은 여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젊은 남성 등입니다. 고양이가 망자로 등장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을 등장인물들의 죽음이 서로 엮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애써 피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죽는 건 무서웠는데 죽은 건 별로 안 무서워요(15)”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차에 치여 죽음을 맞는 순간은 정말 끔찍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아야코는 과학교사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안내인의 심중을 떠보기 위하여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늘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끼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저도 읽어보았지만 그런 구절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점을 일깨우는 망자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젊은 남성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싶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작별의 건너편에 오래 머물게 되는데 안내인이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아내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망자에게 안내인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넘겨준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죽음을 맞은 아내와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망자는 죽음을 맞을 당시의 모습이었지만 아내는 세월이 흘러 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24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번째 등장인물인 젊은 여성 가수의 마지막 노래로 소개가 됩니다만, 일본에서 전설적인 가수로 화제를 모으는 가수 야마구치 모모에의 노래 <작별의 건너편>을 제목으로 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 걸리고도 잘 사는 법
최일봉 지음 / 율리시즈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암으로 진단을 받아 수술까지 받고보니 암에 관한 책이 눈에 잘 띄는 것 같습니다. <, 걸리고도 잘사는 법>도 그래서 눈길이 갔을 터인데, 저자께서 가톨릭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의 최일봉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신세를 많이 진 선배님이셨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방사선학과를 전공하셨는데, 저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온열치료의 원리에 대하여 공부를 하시고 우리나라에 도입한 선구자이시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보니 <, 걸리고도 잘사는 법>에서 다룬 내용들은 암에 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암 환자의 관리법, 병원과 의사를 고르는 방법 등 의사로서 환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주의사항과 조언 등으로, 말기에 이른 암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수술을 받고서 추적관찰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재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암과 관련된 자료를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모두에 나오는 암 진료 의사의 이야기를 보면 암 환자를 죽게 만드는 원인은 스트레스와 영양실조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암진단을 받던 날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하고 묻는 순간부터 스트레스의 노예가 된다고 합니다. 제 경우를 보더라도 매월 한번씩 받는 전립선항원검사의 수치에 따라 만 가지 생각이 오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교수님은 이 책은 결국 암과의 평화공존, 다시 말해서 암과 같이 대화하면서 암으로 죽지 않고 편안히 살아가기를 제안하고 안내하기 위해 씌어졌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흔히 병에 걸리면 투병한다고 합니다. 즉 병에서 낫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듯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정신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긴장감이 또 다른 병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주치의께서도 대범하라고 말씀하시지만 결코 쉽지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암 치료의 핵심은 일단 잘 먹어 기운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체중이 줄어서 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내 회복하여 요즈음에는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고 있어 신체적인 부담이 없습니다만,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먹어서 체력을 북돋워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한 노인의 경우 2주일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흔히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 먹으라고 합니다만, 입맛이 없다고 해서 식사하는 것을 소홀히하게 되면 악순환을 불러오게 됩니다. 입대할 무렵 과체중으로 뛰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식사를 줄였던 적이 있습니다. 식사를 줄이기를 몇 주일 했더니 나중에는 밥냄새를 맡게 되면 욕지기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거식증의 초기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대행히 훈련을 마치고 자대 부임하여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였더니 이런 증상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반동으로 체중이 야금야금 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질병의 치료를 주치의에게 일임하는 방식이었습니다만, 최근에슨 치료법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치의와 환자가 의논하여 결정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본인의 병 상태를 잘 이해하고 주치의와 의논하여 치료방향을 정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습니다.


<, 걸리고도 잘사는 법>은 특히 전이되거나 재발된 암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