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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 ㅣ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달에 읽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https://blog.naver.com/neuro412/223192912814>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시미즈 하루키의 <작별의 건너편>이 제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이곳은 세상의 마지막 종착역, 작별의 건너편입니다’라는 뒤표지의 요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은 종착역이라는 단어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종착역은 마지막 기차역을 의미하는 것이라서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을 기차역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사실은 뒤표지의 종착역 아래에 있는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얻게 된 그리움 가득한 마지막 재회, 기적 같은 24시간’이라는 설명이 이 작품의 성격을 제대로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기는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종전의 인기를 끌어서 지금도 자주 재방송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은근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별의 건너편>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망자들을 위한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이야기 같습니다. 작별의 건너편에 온 망자는 안내인으로부터 ‘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한 듯한데, ‘아직도 망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만 만날 수 있다’라는 조건이 걸려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작품을 쓴 시미즈 하루키는 ‘만남과 이별, 삶의 의미를 테마로 한 휴먼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로 꼽힙니다. <작별의 건너편>에는 모두 다섯 망자가 등장합니다. 차에 치일 뻔한 남의 강아지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젊은 여성,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가출을 감행했지만 세상이 녹녹치 않다는 것에 좌절한 중년 남성, 먹을 것을 두고 주인과 갈등을 빚어 가출했다가 사고로 죽은 고양이(망자가 고양이라는 사실은 이야기 끝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던 젊은 여성, 밤길에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젊은 여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젊은 남성 등입니다. 고양이가 망자로 등장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을 등장인물들의 죽음이 서로 엮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애써 피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죽는 건 무서웠는데 죽은 건 별로 안 무서워요(15쪽)”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차에 치여 죽음을 맞는 순간은 정말 끔찍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아야코는 과학교사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안내인의 심중을 떠보기 위하여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늘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끼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저도 읽어보았지만 그런 구절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점을 일깨우는 망자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젊은 남성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싶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작별의 건너편에 오래 머물게 되는데 안내인이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아내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망자에게 안내인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넘겨준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죽음을 맞은 아내와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망자는 죽음을 맞을 당시의 모습이었지만 아내는 세월이 흘러 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24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번째 등장인물인 젊은 여성 가수의 마지막 노래로 소개가 됩니다만, 일본에서 전설적인 가수로 화제를 모으는 가수 야마구치 모모에의 노래 <작별의 건너편>을 제목으로 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