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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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는 청미출판사의 누리사랑방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90세가 되어 쓰기 시작했다는 프랑스 시골 할머니의 일기입니다. 저도 금년 초에 전립선암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 시작한 일기쓰기를 대학교 2학년 무렵까지 쓰다가 중단했던 기억을 되살린 셈입니다. 물론 주간활동을 10년 넘게 써오기는 했습니다만, 매일 일기쓰기는 오랜만입니다. 투병기라는 제목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기에 기록하는 것이라서 삶에 대한 생각을 적을 여력은 아직 생기기 않고 있습니다.


<체리토마토파이>는 리옹과 리모주의 중간, 프랑스 중부지역에 있는 완전한 시골에 사는 과부 잔이 90살이 되는 해 춘분에서 시작하여 꼭 1년간 써내려간 일기입니다. 가까운 마을 베르도 5를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잔은 스물세 살 때 르네와 결혼하면서 파리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왔다고 합니다. 도시처녀가 시골에 사는 보험외판원과 결혼을 한 셈인데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딸과 아들이 수시로 찾아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면 행복한 만년을 보내는 셈입니다. 완전 시골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잔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50m 떨어진 곳에는 페르낭과 마르셀 부부가 살고 조금 떨어져 있지만 수시로 모여 카드를 치는 질베르트, , 투아네트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춘분에 시작하는 봄, 하지에 시작하는 여름, 추분에 시작하는 가을 그리고 동지에 시작하는 겨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중부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먼저 책을 읽은 소감은 대단하다였습니다. 아흔 살 노인여성의 일상이 골골하는 중년보다 더 활동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지나친 욕심은 아니었을가 싶으면서도 머지않은 나의 앞날을 그려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시골보다는 도회지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계절의 변화와 먹고 사는 일상을 시시콜콜 적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단상도 조금씩 내비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몇 줄에 그치지만 1~2 쪽에 이르는 글을 쓰려면 상당한 시간을 내야 하지 싶습니다. 앞서 작가의 욕심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725일 라팔리스에서도 몇떨어진 곳에 있는 본가에 온 조카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11시에 도착해서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는데 언제 일기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물론 일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적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제 경우도 하루 가운데 시간이 날 때 적고 있고 가끔은 하루 이틀 치를 몰아서 적기도 합니다. 잔의 경우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책에 일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건너뛰는 것을 보면 집에 있을 때만, 가끔은 날짜를 건너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살아가는 나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니, 가을로 넘어가면서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많아지고 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겨울에 들어서는 세상을 떠나는 친구, 친지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년,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의 삶을 그려낸 것으로 이해됩니다. 완전 시골이기는 하지만 먼 곳에 사는 자녀들이 손주들과 찾아와 함께 지내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만, 다음해의 일기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체리토마토파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1020일자 일기를 보면 잔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려고 체리파이를 구웠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영 아니었다고 합니다. 체리라고 넣었던 재료가 알이 아주 작은 체리토마토였던 것입니다. 그저 재료를 착각했을 뿐이지 노망이 든 것은 아니지만 잔으로서는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책의 제목 체리토마토파이에는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체리파이가 체리토마토파이가 되었습니다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는 감자껍질파이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파이는 재로에 따라서 아주 다양하게 구워내는 후식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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