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는 역사가 아니라 기록자다. 자기 체험은 문헌학자의 절대 전제다. 국정(國定)이 문제인 것은 사실 왜곡과 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문헌학자가 많아야 하고 그들의 논의가 범람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성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사가 붕괴되더라도(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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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 세력의 입장에서 역사의 주요 목적은 국민 의식 육성(국가 만들기)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과정에서 ‘육성’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들어라, 우리는 안 믿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암살〉의 대사처럼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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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자살은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런 생각은 교정되어야 할 인지 장애다. 삶과 죽음의 유일한 차이는 행이든 불행이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이다. 그래서 나는 이 구절도 매우 좋아한다. "골목이 꺾이는 곳마다 그대 만나리."(237쪽) 죽음의 반대는 호기심,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알 수 없다는 불안과 설렘이지 당위로서의 생명이 아니다.

‘여기까지’라는 개인의 판단을 존중하자? 이것은 개인의 자유 이슈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다. 생각해본다. 나는 타인에게 삶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인가. 인간에 대한 혐오로 죽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하는 사람인가.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이 ‘어쨌든 살아보자’는 의욕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곳인가.

고통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가능성뿐이다. 생사의 갈등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제시되어야 할 것은 미지라는 기대가 있는 사회다.

싸가지 유무는 개인적 차이지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기 의견을 설득해야 하는 사람에게 싸가지는 중대한 문제다. 정치인과 종교인이 대표적이다. 호감이 중요하다. 사실, 인품과 인간적 매력은 삶의 도구가 아니라 지향이어야 한다. 감정은 체현된 사상(embodied thought)이기 때문에, 이성보다 더 이성적이며 정치적이다. 효과도 훨씬 크다. 싸가지는 그 자체로 정치학이라는 얘기다.

한국 현대사에서 《목민심서》와 가장 충돌하는 대통령은 누구일까.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이명박, 박근혜라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은 독특하다. 박정희에서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와 집권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국가 비전’을 선포했고 국민들과 격렬한 상호 작용을 주고받았다. 학살도, 탄압도, 민생고도 흔했지만 애증과 갈등이 있었다. 국민들 역시 호오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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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두 정권은 ‘쿨’하다. 이론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 ‘억압에서 방치로 통치 방식의 변화’라고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두 대통령의 직무 수행 스타일은 그 흔한 대의는커녕 직업 정신과도 거리가 멀다. 마치 "이런 것도 한번 해보자."는 식의 개인적 자아 실현, ‘코스프레’에 가깝다. 대통령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 놀이를 하는 것 같다. 국민으로 인한 충격이나 상처가 없고, 여론도 아우성이든 통곡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익 없는 잦은 외유가 그 결정(結晶)이다.

마음이 없는 리더. 그런 리더를 선택하는 사회. 두렵고 심각한 현상이다. 새로운 시대의 징조일지도 모른다. 이미 극소수는 양극화를 넘어 다른 공간에 산다. 그들의 대통령에겐 심서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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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김어준 Part 1
김어준 외 지음 / 팟빵북스(PODBBANGBOOKS)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느낌과 동급의 정신작용의식입니다. 느낌과 의식의 특징 중 하나가주의attention하지 않아도 일어난다는 겁니다. 기억은 주의를 해야 기억으로넘어가거든요. 그런데 감독을 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일어나는 정신작용이의식과 느낌입니다. 그만큼 포괄적이란 말입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 얼굴을 보고 느낌이 안 생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는 의지와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5억 년의 결과로서 인간이 획득한 것이 느낌입니다. 느낌의 세계를 나타내는 게 예술이죠. 음악, 미술, 문학 전부가 느낌을 표현합니다. 느낌은 우리 브레인 속에 즉각 생기기는 하지만그걸 운동 출력으로 꺼내는 데는 적어도 10년 이상 훈련을 해야 돼요. 머릿속에 형상은 만들어질 수 있어요.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출하기 위해서는운동을 컨트롤해야 하잖아요.

훈련을 통해서 느낌이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갖게 됩니다. 느낌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선택하게 해줘요. 그래서 무서운 거예요. 우리가이해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과 이해는 연결된 것 같지만, 우리는 대부분 행동을 먼저 합니다. 선택도 논리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선택을먼저 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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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손실을 막거나 수분 보충을 하지 않는다면, 체액을 고작 3-5리터 잃은 뒤부터는 두통과 졸음증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보충 없이 6-7리터를 잃으면, 정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탈수 상태에 빠진 등산객이 길을 벗어나서 헤매곤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70킬로그램의 남성이 10리터 이상의 수분을 잃으면, 쇼크 상태에 빠져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은 병사들이 물 없이 사막을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는지 조사했다. 처음에 물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기온 28도에서는 72킬로미터, 38도에서는 24킬로미터, 49도에서는 겨우 11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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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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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뇌가 단지 무엇인가가 어떤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느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연인의 애무는 황홀한 느낌을 주는 반면, 낯선 사람의 동일한 접촉은 징그럽거나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기가 몹시 어려운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뜻밖의 일들 중 하나를 노팅엄 대학교 의과대학의 해부실에서 겪었다. 그곳에서 교수이자 외과의사인 벤 올리비어(누구인지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는 한 시신의 팔을 부드럽게 짼 뒤에 약 1밀리미터 두께로 피부를 얇게 벗겼다. 너무나 얇아서 투명할 정도였다. "우리의 피부색은 다 여기에서 나오는 겁니다. 인종 어쩌고 하는 것들이 다 얇은 표피에 불과한 거죠."

직후에 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니나 자블론스키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우리 인체 조성의 한 작은 측면을 그토록 중시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죠. 피부색은 햇빛에 대한 반응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마치 피부색이 사람을 결정하는 인자인 양 행동한다니까요. 생물학적으로 보면, 실제로 인종 같은 것은 아예 없어요. 피부색, 얼굴 특징, 모발 유형, 골격 구조 등 사람들을 규정하는 그 어떤 특성도 인종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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