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선인장 꽃의 열매인 ‘사브라‘라고 부른다. 이 선인장에는 사막의 어떤 악조건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강인함과 억척스러움이 배어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사브라‘ 라고 부를 때마다 부모는 자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는 셈이 아닐까.
"너는 사브라다. 내 인생은 선인장과 같았다. 나는 사막에서 뿌리를 내리고,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땡볕이 쬐는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았다. 아침에 맺히는 이슬 몇 방울 빨아들이며 기어코 살아남았다. 그러니 너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냐.
너라는 열매를 맺기까지 나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냈다.
너는 사브라다. 선인장 열매다.

…어느 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수재 세 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누가 과거에 합격될지 알고 싶어 도사에게 뜻을 밝힌 후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도사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는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도사는 먼지떨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보세요, 그때 가면 자연히 알게 될 거요. 이것은 천기라서 누설할 수가 없습니다."
세 명의 수재는 궁금했으나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수재가 돌아간 후에 시종이 호기심에 차서 물으니 도사는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시종이 다시 물었다.
"그럼, 스승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내민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한 명이 합격된단 말입니까?"
"그러니라."
"그들 가운데 둘이 합격된다면요?"
"그럼, 하나가 합격되지 못한다는 뜻이니라."
"그들 셋이 모두 합격되면 어떻게 하죠?"
"그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된다는 뜻이니라."

어떤 사람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다가 너무 목이 말라 폭포의 물을 마셨다. 그런데 돌아서는 순간, poisson‘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보게 되었다. 그는 독을 마셨다는 생각에 갑자기 창자가 녹아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낌과 동시에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 단어를 ‘독‘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poison’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한 사람의 텔렉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신발 수출 불가능. 가능성 0%, 전원 맨발임."
그리고 또 한 사람의 텔렉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금 시장. 가능성 100%, 전원 맨발임."

Good in, Good out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과 말이라 한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듯이,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남에게 미움을 받을수도 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1946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이작펄만(Itzhak Perlman)은 미국에 건너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지금까지, 내 인생에 핵심이 되는 말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연습(practice)‘이라고 말하고 싶다."
네 살이 조금 못 되었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에게 연습이란 어떤 의미일까? 양이 문제가 아니라 정교하게이루어지는, 질과 양이 결합된 연습만이 진정한 연습이다.
참나무 판에 한 자 한 자 조각하듯이 두뇌 속에 한 음 한 음을 새기듯이 연습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전문가로 성공할 수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일하고 경험해야 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평생토록 제자들에게 강조한 것 역시 ‘연습‘이라는단어다. 사소해보이지만 연주자에게 연습만큼 중요한 것은없다. 리브카 골드가르트 부인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젊은음악도들을 연습시킬 때 특별한 규칙이 있다. 반드시 박자를 지켜 가며 천천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시간을 연습에 투자해도 전혀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경우 어떤 식으로 연습했는지보여 달라고 하면 십중팔구 지나치게 빠른 박자로 연습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손가락으로 미세한 음을 반복할때 뇌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파가니니(N.Paganini)의 복잡한 악절처럼 복합적인 정보를 습득하기위해 뇌는 반드시 확실하고 정교한 입력을 요구한다. 그런데바이올리니스트가 복잡한 악절을 미친 듯 내달리며 연습할경우 뇌는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제대로 된 정보를 손가락으로 전달할 수기 없다. 학생들에게 느린 박자로 연습하라고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단 음악이든 학문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진정한실력자가 되고 싶다면,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연습만이 장인을 만든다.

"그래, 관용. 다시 말하면, 나도 살고 그놈들도 살리기지.
자네 일에나 신경쓰고 코브라는 내버려 두는 거야. 길에서코브라를 보더라도 작대기를 들고 쫓아가지 말게. 쉽게 말해서, 결코 그놈에게 작대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야. 뱀이그냥 지나가게 놔두게. 더 좋은 것은 빙 돌아가서 그놈을 피해 조용히 자네 길을 가는 거야. 그놈을 살게 해주면 그놈도자넬 살도록 해주지. 이것이 첫번째 단계의 수행이네."

"존경한다(respect)는 말은 문자 그대로 ‘다시(re) 본다(spect)‘, ‘한 번 더 본다.‘는 뜻이 있네. 일종의 인내라고할 수 있지. 뭔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제아무리 시간이 많이걸린다 해도 그것의 장점을 찾아 내는 것이야. 하느님께서코브라에게 부여하신 장점을 알아볼 때 그놈들을 존중할 수있을 걸세. 이것은 정의의 한 형태라네. 알겠는가? 그놈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말 위에 서서 말에 말을 걸었어요."
말 위에 서서 말에 말을 걸다니. 몇 번 되새겨보지만 알 듯말 듯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말을 흘리지. 스케이트 타듯이, 말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말이야. 그런데 나는 말 위에 멈춰서서 말에 말을 걸어요. 그 차이라는 거지. 사람들은 휙휙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말을 보는데, 나는 재미난 말이 있으면 멈춰서서 봐요. 1초만 멈춰 서서 생각해봐도 새 뜻이 나오고 새 음성이 나와."

"법이나 제도는 투표로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세상에는 투표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요. 대부분의 문화와 과학이 그렇지. 제도는 법이나 혁명으로 하루아침에 뒤엎을 수 있지만문화는 달라요. 미국이 금주법을 만든 이후 지하에 술집 20만개가 더 생겼다고 하잖아. 한 나라의 언어나 풍습, 사고방식은100년이 걸려도 안 바뀌지. 고정관념과 인습에서 벗어나려면‘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해요. 반反체제든 친체제든 체제적 체제에 갇히면 창조의 무덤이 되는 거야. 문학도 마찬가지고."

"길 위에 우주인이 떨어뜨리고 간 물건이 있다고 합시다. 지구에는 없는 물건이죠. 그걸 주운 사람이 프랑스 사람이라면눈으로 샅샅이 뜯어보고, 독일 사람이라면 귀에 대고 흔들어볼겁니다. 프랑스의 시각 문화 대 독일의 청각 문화죠. 뛰고 나서 생각한다‘는 스페인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 발로 깨버리고 그 속을 보겠지요. 의회민주주의의 창시국인 영국은 정반대예요. 그게 뭐든 집으로 가져가 가족들의 투표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합니다. 군자君子의 나라에 사는 중국인은 우선 점잖게 사방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괴춤‘
에 그걸 감추고 집으로 가져가서 생각하지요. 골동품처럼 모셔두고 그것이 뭔지 알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자, 다음은 일본사람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호기심으로 좌중이 조용해진다.
"그 물건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해서 만들어봅니다. 그리고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루호토(아, 그렇구나)!‘하며 무릎을칩니다."
당시 트랜지스터라디오와 손바닥 계산기로 유명해진 일본문화를 비꼰 농담이었다.

"어린 시절 모국어보다 일본어를 먼저 배우고 익혀야 했던뼈아픈 역사의 상흔에서 빚어진 것이지.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요. 더 중요한 건 시선이지. 내가 일본 문화의 알몸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무런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일본 문화를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가령 우리집 벽에는 붓과 책이 그려진 민속화가 걸려 있었는데, 일본친구의 집 다다미방 벽에는 일본도日本刀가 있었거든. 어쩌다 부엌에 있어야 할 식칼이 방 안에 있으면 어머니는 불상지물不祥之物(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며 얼른 치워버리셨어요. 그런 칼이 일본 친구네에선 벽에 걸려 있었으니 생활풍습 면에서 보자면 참으로 놀라운 차이였지. 하긴 서양 사람들은 아예 칼을 손에 들고 식사를 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 기자, 80에 0이 몇 개나 있어?"
"0 이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받아들고 답변 전에 속으로 생각한다.
‘하나? 셋? 아닐 거야. 이 답변이라면 아예 질문을 안 하셨겠지. 답을 주저하는 사이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0은 하나밖에 없지. 그런데 잘 봐. 8자에도 이 두개나 있잖아?" 그러면 세 개? 역시 그것도 답이 아니란다.
"눕혀 봐. 뫼비우스의 띠가 되고 무한대의 기호(∞)가 되지.
0이 무한개나 있다고, 조금만 눈을 깜박이고 생각하면 80이 무한대로 보여요. 80에 늙음은 없어."
"아! 그렇네요.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무한대 기호!"
수학에서 있는 무한대의 수를 약속한 기호다. 찾아보니 이기호는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대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가져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자를 봐요. 여덟 팔, 어때요? 끝으로 갈수록 점점 벌어지고 넓어지지. 중국 사람들에게 8자는 펼 발發, 발전의 의미야.
그래서 중국인이 8자를 좋아하는 것이고, 88서울올림픽에 선수를 뺏긴 게 분했던지 베이징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8시에개회식을 했어요. 숫자로 읽으나 한자로 읽으나 ‘팔‘은 최고의기쁨을 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레타가 이뤄 낸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물성 식품 안 먹기와 비행기 안 타기를 실천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정상적인 생활이 곧바로 재앙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모든 게 정상인 것처럼 행동하기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걸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비상 행동에 나서게 하고 싶다면, 이런 비상사태를 반영하는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열다섯 살 그레타는 모든 게 정상인 상황이라면 모든아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어른이 되어 맞이하게 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바로 학교 가는 일을 거부하기로결심했다.

얼마 안 있어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어째서우리는 그런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할까? 정치인들과 사회가 학교 시스템의 최상에 있는 과학자들이 확인해 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들을 무시하는 마당에, 그런 학교 시스템 안에서 사실들을 배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 학년이 시작된 2018년 8월, 그레타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 대신에 손수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고 써서 만든 표지판을들고 스웨덴 의사당 앞으로 갔다. 아이는 금요일마다 의사당 앞에서한나절을 보냈다. 처음에는 양 갈래로 땋은 갈색 머리에 중고 옷가게에서 산 파란색 후드 티셔츠를 입은 소녀에게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았다.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휘저어 놓을까 무서워 걸인을 외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레타의 돈키호테식 1인 시위는 차차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몇몇 학생들과 어른들이 손수 만든 표지판을 들고 그레타가 있는 곳을찾아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연설 요청이 이어졌다. 그레타는처음에는 곳곳의 기후 집회에서 연설했고, 다음에는 유엔 기후 회의, 유럽연합 의회, 테드 스톡홀름 강연장, 바티칸의 광장, 영국 의회에서 연설했다. 심지어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도 초청받아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 앞에서 연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후 위기는 대중의 상상 속에서, 심지어는기후 붕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조차 특이한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는 곤충 대량 멸종 소식을 다룬 기사와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쉴 곳을 잃은 바다코끼리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영상을빠른 속도로 퍼 나르다가도, 순식간에 관심을 돌려 온라인 쇼핑에열을 올리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스위스 치즈 이야기에열중한다. 우리는 공포감을 이용하는 오락물 좀비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내려받아 몰아 보기를 하면서, 어차피 미래는 파멸로 끝날 텐데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피하려고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다는 무언의확신을 다지기도 한다.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가 우리 코앞에다가와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는 신중한 사람들조차 이 위기를 비상사태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경솔하고 비현실적인사람이라고 규정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수유, 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 철쭉, 목련, 조팝나무…… 내가 출퇴근길에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꼭 보게 되는 꽃들이다. 그러나 강아지들과 산책하며 똥을 치우다 보면 눈높이가 땅에 닿게끔 낮아지는데,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작은 꽃은 민들레와 제비꽃이다. 금년엔 이놈들이제법 무리 지어 많이 피었다.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여러 잡다한 생각들은 날아가고 마냥 바라보게 된다. 무릎을 꿇거나, 마음 자세가 아주 낮아져야만 눈에 들어오는 꽃들이다.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젊은 날에는 몰랐다. 그걸 안다면 젊음이 아니지.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

나는 또 질문했다. 방송을 그만두고 노년의 긴 세월 동안 무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유성 선배는 대뜸 그냥 살란다.
"여행 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선배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보다 몇 걸음앞서가는 선배가 계시다는 게 참으로 고맙다.

사람의 한평생(개인별로 얼굴이 다르듯 기복이 다르겠지만)을 봉우리와 계곡처럼 그래프로 그린다면 아마 나도 여러 차례꺾여 있을 것이다. 그런 굴절을 겪으면서 나무의 나이테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테두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느리게 살기를 시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려졌다. 빠른리듬을 몸과 마음이 따라잡을 수가 없다. 빈둥거리듯 지내면 바쁠 때와는 다른 그림들이 보인다. 다시는 쫓기듯 바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걸 알게 될 때면, 이미 바쁠일이 없게 된다는 사실에 허허로운 웃음을 짓게 된다.
세상일에 요령이나 지혜가 쌓이고, 하는 일이 무언지를
‘쬐꼼‘ 알 만한 때, 이미 일은 나를 떠난다. 내가 밀려난다.
그게 요즘 순리다.
노래가 무언지 ‘쬐꼼‘ 알 만한데 더 이상 노래할 기회가많지 않다. 그러니 할 만할 때 제대로 하려면 건강해야겠지.
즐겁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기,
이것이 꿈이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없다고,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 우리를 위로한다기보다 진심 어린 말과 눈빛이 우리를 일으킨다는 걸 배웠다. 세상천지 기댈 곳 없고 내 편은 어디에도 없구나 싶을 때, 이런따뜻한 기억들이 나를 위로하며 안 보이는 길을 더듬어 다시 한 발짝 내딛게 해준다.

혼자 있으면서 가사 쓰고 반주에 맞춰 연습하는 시간들이 너무너무 좋다. 제대로 살아 있는 느낌이랄까. 잔잔한행복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그런데 사람들 앞에 서면그 잔잔함은 이내 깨진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공연이 시작되면 아무도 대신해줄 수없는 몫을 혼자서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저 일터에서 만난 단골손님(?)께큰돈을 신세지려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었다. 별달리 드릴말씀도 없어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나를 불러세우시는 거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잠깐, 미스 양! 우리도 이자를 받아야겠어요."
나는 벼락 맞은 것처럼 놀라서 그 자리에 섰다.
"이자를 받고 싶어요."
신부님은 웃고 있었다.
"첫째, 미스 양의 웃음입니다. 이젠 웃을 수 있겠지요?
돈 때문에 그렇게 어두운 얼굴이었다면 돈을 갚은 후에는웃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다음에어른이 되어 지금의 미스 양 같은 처지의 젊은이를 만나면스스럼없이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받으려는 이자예요." 나는 웃었다. 눈물이 핑 돈 채로,
양희은 ‘그러라 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