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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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새로운 생명의 등장이죠.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멸종이라고 합니다.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책 제목을 찬란한 멸종이라고 지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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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 ‘귀가 밝다‘고 말한 것은 그가 ‘특정한 저것의소리를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듣는다‘는 것을의미한다. 내가 누군가 ‘눈이 밝다‘고 말한 것은 그가 ‘특정한저것의 모양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릇 스스로 보지 않고 저것을 보는 경우나 스스로 얻지 않고 저것을 얻는 경우는 다른 사람이 얻으려는 것을 얻음이지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음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맞다고하는 것에 맞추려 함이지 자신이 맞추어야 할 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변무」

남이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사람‘이나 ‘저 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듣고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사람 중에 누가 더 귀가 밝은지 고민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나머지 두 경우를 놓고 저울질했던 것 같습니다. ‘남이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 사람‘과 ‘저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 사람‘ 중에는 어느 쪽이 귀가 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자는 후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왜일까요? ‘남이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 사람‘은 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막연한 소리조차 듣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저 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텐트에 함께 있던 지인의 귀를 이용해무슨 소리인지 바로 식별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날이 밝은 뒤 캠핑장을 살펴보고 늦게나마 무슨 소리인지 식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명‘, ‘눈이 밝다‘는 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자각은 ‘타자들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것과 동시적입니다. 장자에서꿈의 모티브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이 점입니다.

당연히 천하 안은 삶을 보존하는 문명이고 천하 바깥은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야만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협박은 그들에게 먹히기 힘들었습니다. 복종은 지배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죽을 수 있다는 협박이 제도화되고 내면화되어야 가능합니다.
나보다 힘이 센 누군가가 우리 목을 조르며 "죽을래, 아니면 살래!"라고 협박합니다. 이런 협박을 무력화시키는 방법, 복종의강요를 좌절시키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래, 죽여라!" 복종하는 삶을 영위하느니 자유로운 죽음을 결연히 선택하는 순간, 그누구도 우리를 복종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두 번의 협박, 아니 반복적인 협박은 천하에 포획된 정착민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통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정착· 농경생활은 영토가 탄생의 기반이 되는 겁니다. 정착지를 떠나서는 죽을 것 같고, 지배에 복종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천하에 머물면 살 수 있을 것 같고, 복종을 감내하면 살 수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을 생사관(生死)에 가두어버리면서정착민들은 피지배계급이 되고 맙니다. 이제 복종하는 삶이 죽음보다 불행한 삶이라는 호소도 피지배계급의 귀에는 들어오지않습니다. 이미 그들은 죽음의 공포에 깊이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자유의 길은 복종을 거부하면, 혹은 정착지를 떠나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꿈에서 깨어나야만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생사관이 몽각관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바로 여기서 천하 내부와 천하외부가 공존했던 진나라와 그곳의 삶이 상징적 힘을 갖습니다.

천하를 상대화할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이 주는 힘이라고 해도좋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죽음을 감내하는 자유인의 투쟁은 여유를 갖게 됩니다. 국가를 미련 없이 떠나는 길도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복종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거친 이분법의 절박감과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진나라라는 역사적 상징은 생사관과 몽각관을 통과하는 데 경쾌함과 여유를 제공합니다. 생사관과 몽각관을 천하의 변경 진나라 위에 놓는 예민한 문학적 감각! 장자가 일급의 지성인 이유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건 항상 그것이 나만의 꿈이 아닌지 의심하라는 겁니다. 친구를만날 때, 애인을 만날 때, 고양이를 만날 때, 꽃을 만날 때, 늑대를만날 때, 바람을 만날 때, 매번 우리는 개운치 않게 생각하고 개운치 않게 행동해야 합니다. 깔끔한 분류와 명확한 가치평가는국가의 꿈이니까요. 대붕은 바람이 충분히 모여야 날 수 있는 법입니다. 작은 꿈에서 깨어나는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합니다. 생사관과 몽각관을 가볍게 날아 넘어갈 수 있는 대붕이 되려면 말입니다. 대붕이 되어 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비상할 때,천하는 아주 협소한 세계라는 것이 분명해질 겁니다. 장자의 말대로 "단지 크게 깨어날 때만 우리는 큰 꿈을 꾸었음을 알게 되니까요.

이야기를 마치며 장자는 자신이 꾸었던 큰 꿈, 가위눌리면서도 깨기 힘들었던 그 지독한 악몽을 분명히 합니다. 바로 국가주의입니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들이 깨어있다고 생각하고 분명하게 아는 듯 ‘왕이구나! 목축민이구나!‘라고 말하는데, 고루하기만 하구나!" 마지막까지 장자는 진나라를역사적 상징으로 쓰는 노련함을 보여줍니다. 왕과 농민이 아니라 왕과 목축민으로 지배와 복종 관계를 묘사하니까요. 농민과달리 목축민은 언제든 영토국가를 떠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큰 꿈에도 자유의 실마리를 새겨 넣었던 철학자, 바로 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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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은 그냥 사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수혜자이자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삶이란 사태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읽고 쓴다.

안 좋은 일 때문에 놀랄 때마다, 놀라는 자신을 보고 한번 더 놀란다. 삶에 이토록 은연중 기대하는 것이 많았다니!

애타게 바라는 것은 대개 오지 않기에, 삶은 기다림의연속이다. 관건은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달라지고,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이 달라진다. 가장 한심한 것은 남을 흠잡고 싶어서 남이 잘못하기를 기다리며 사는 인생이다. 차라리고도 Godot를 기다리는 게 낫다.

매사에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생각의 대가가 희망의 잠정적 포기일지라도.
2011. 7. 14.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 데서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예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오늘날 뛰어난 예술은 술퍼먹고 기행을 일삼는 이들에게서 나오기보다는, 명징한정신을 유지하고 지적 정확함을 추구하는 자기 단련의족속들에게서 나온다. 예술도 그러할진대, 학문은 더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구원은 쉽게 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구원의 여부보다 무엇을 하며 구원을 기다릴 것인가다. 내일 지구가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바뤼흐 스피노자처럼, 오늘도심신의 건강을 보살피며 드립을 치는 거다. 별생각 없이치는 거다. 그래야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지듯, 바쁘다고 드립을 무시하면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진다. (…) 드립은 작은 변혁이자, 사소한 혁명이자, 진지한 행위예술이자, 제도화되지 않은 문학이다.

"인간은 얼마나 큰 위로가 필요한 존재인가"
‘하중은 있되 통증은 없이‘ 살고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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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이었나, 좀더 지나고 난 뒤였나. 『독서의 위안(송호성, 화인북스)이라는 책을 보았다.
"책을 읽는 목적은 우선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cool해지는 데 있다. ‘쿨해진다‘는 건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한다."
"독서는 일종의 구도 행위"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내용은 희미하지만 이 대목은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누군가 말했듯이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고 했다. 한번은 남편이 속한
‘시와 자유‘ 동인들이 모인 술자리에 갔다. 이 시인들이 어찌나 원색적인 언어들을 사용해가며 말을 하는지 내가 시인들이 왜 그렇게 욕을 많이 사용하냐고 타박했다. 그러자한 분이 시인들은 모든 한국말을 빠짐없이 골고루 사랑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언어를 찾아내서 자주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거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 지내지 말고 그날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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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나를 만듭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됩니다.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평생 반짝이고 매일 행복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허상이고 전설이며 괴담이다. 나는 오늘도 반짝이지 않는다. 얼굴은 누렇고 몸은 펑퍼짐하다. 날카롭지도 지적이지도 않다. 그냥 엄마고, 아줌마고, 사람이고, 선생이다. 그래도 좋다. 아니, 그래서 좋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풀려나 그냥 사람이어서 좋다. 지금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것이 그저 기특해서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인생은 어둡고 긴 터널을 혼자 걸어가는 것이지만, 터널을 나만 걸은 것은 아니다. 이 터널을 나 혼자 걷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눈이 눈물로 가득 차 곁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는 빛나는 별이 아니라 따뜻한 곁이 되고 싶다.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민애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의아했다.
"밥도, 청소도, 살림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울컥했다.
"적당히 해도 된다. 집 안이 좀 더러워도 되고, 그걸 네가 다 안 치워도 된다. 애 낳고 열심히 키우지 마라. 너 하고 싶은 거 하나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좀 못해도 된다."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내 인생도 저무는구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일몰을 무심히 바라볼 수 없다. ‘벌써 이렇게 늙었구나’ 회한을 느끼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불타오르듯 살고 싶어 한다. 거기서 시인은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이룬 바 없으나,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이었다고.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욕망이 있는 것은 좋다. 가슴이 두근거리니까 살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1등과 성공을 욕망했다. 그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이 되어야지’ 욕망하는 오늘이 나는 더 마음에 든다.

-알라딘 eBook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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