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을 출 때 춤만 춘다. 잠을 잘 때는 잠만 잔다. 그리고아름다운 과수원을 홀로 거닐다가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게 되면 곧 내 생각을 바로잡아 다시 그 과수원에서의 산책으로, 그고독의 감미로움으로, 그리고 나에게로 돌려놓는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하는 행위들이 우리에게 쾌락을 주도록 자연이 어미의 마음으로 그렇게 설정해두었다. 그리고 자연은 이성뿐만 아니라 욕망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므로 자연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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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는 사서의 처지를 대변한다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든 책을 다 읽을수 없는 가장 매혹적인 핑계를 담고 있다.
저자는 교양을 쌓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양은 이런저런 책을 읽어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책 전체 속에서 헤매지 않을 수있어야 하고, 각각의 요소를 커다란 관계 속에 심을 줄 알아야 한다고, 이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는 사서의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자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도 그걸 얻을 수 있는가묻는다면…….
비밀은 나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피에르바야르도, 로베르트 무질도, 『특성 없는 남자』의 괴짜 사서도 실은 아주 오랫동안 고강도로 훈련된 독서가일지 모른다. 책에 대한일반적인 관점을 초월하는 지혜와 존중의 태도는 다 거기서 비롯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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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성의 추구는 개개의 책을 다른 눈으로보게 한다. 책의 개별성을 넘어 그 책이 다른 책들과 맺는 관계들에 관심을 갖게하는 것이다. 진정한 독자라면 바로 그관계들을 파악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을무질의 사서는 잘 이해했다.
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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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이상적으로는 아무 일도일어나지 않는, 하지만 일어났던 모든 일이저장되어 기억되고 삶을 되찾는 장소,
종이가 가득한 상자에 세상이 차곡차곡담겨 있는 곳이다.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반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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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십 쪽을 거의 황홀경에 빠진 채 읽어 나간 『스토너는 결국 그날 하루를 넘기지 않고 다 읽었다. 가업인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스토너가 영문학개론 수업을 듣고 문학으로 진로를바꾸기까지의 과정, 웅장한 대학 도서관 서가 사이를 돌며,
수만 권의 책을 만지고 냄새 맡고 읽는 장면 그리고 스토너의 자질과 선택을 유쾌하게 확신시켜 준 스승의 한마디.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이 모든 내러티브가 내게는 이상하리만치 친밀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알고 있는 사랑의 경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십 쪽 다음은? 그다음은? 문학 수업 하나 때문에 가업을 포기하고, 고독하게 책을 읽고, 학교에 남아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된 스토너의 삶은 특별해졌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랑과 결혼, 이혼, 투병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보통의 인간 삶이었다....
문학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내면의 진실, 선함,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의 쓸모는 없지만 계속해서 인생의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한다.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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