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는 사서의 처지를 대변한다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든 책을 다 읽을수 없는 가장 매혹적인 핑계를 담고 있다.
저자는 교양을 쌓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양은 이런저런 책을 읽어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책 전체 속에서 헤매지 않을 수있어야 하고, 각각의 요소를 커다란 관계 속에 심을 줄 알아야 한다고, 이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는 사서의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자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도 그걸 얻을 수 있는가묻는다면…….
비밀은 나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피에르바야르도, 로베르트 무질도, 『특성 없는 남자』의 괴짜 사서도 실은 아주 오랫동안 고강도로 훈련된 독서가일지 모른다. 책에 대한일반적인 관점을 초월하는 지혜와 존중의 태도는 다 거기서 비롯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