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운동을 이야기하는 사람 많다.
운동한 기간보다.
운동을 이야기하는 기간이 더 긴 사람이 있다.
몸으로 부닥친 시간보다.
말로 풀어놓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운동
현재가 없는 운동을 현재로 끌어오는
그들의 공허함- 도종환, 「운동의 추억』(1998)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영국의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지적은 예나 지금이나 들어맞는다. 나이가 듦에 따라 특정한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를 연령 효과(age effect)라 한다.

이와 다른 코호트(cohort: 동년배) 효과도 있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세부 조직 단위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들이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고 전쟁하는 과정에서 높은 내부적 동질성을 가졌듯이 같은 시기를 살아가며 특정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을 뜻한다. 젊은 시절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는 그만의 고유한 특징을 평생 안고 간다. 한창 정체성이 형성되던 때에
일제의 식민 지배를 겪었던 세대는 일본에 대한 반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품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게 된다.
한국전쟁을 치렀던 세대라면 누구라도 전쟁과 가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386세대에게 그런 코호트 효과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누구나칭송하는 투자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겸손하다. 자신의 성공을 시대적 ‘운‘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3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야말로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고 밝힌다.
어느 시대,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느냐는 한 개인이 살아갈 대략적인 삶의 노선을 좌우한다.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면서 로또에 당첨된 것"
이라고 말한 버핏은 이 같은 타고난 운을 ‘난소 로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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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많이 만나면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뭔지 모르지만 묻혀서 실속 있게 살아가고 싶어. 부자가 된다는 얘기는 아냐. 남몰래 일해서 내 힘으로 산다는 게 아주 소중한 것 같애.
조용히 말이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충실할 수 없었다는 그 말이야. 지금 마음을 뭐라설명해야 좋을지……. 봉투를 붙이고 성냥갑을 만드는 그런 일을 하면서라도 내 자신에 충실할 수 있는, 뭔지 내 자신이 내 속에 가득 차 있어야한다는 그런 기분 말이야."
표현이 부족하여 안타까워하는 은자를 인애는 흥미 있는 눈으로 바라본다.
"옛날에는…… 가엾은 사람, 과연 나는 엄마를 경멸할 수 있는 자격이있었을까? 요즘 나는 그 문제를 생각해 보거든. 참 허황하게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거리를 헤맨 것 같단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못하면서 남의 눈, 남의 마음에만 신경을 쓰고 열등감을 누르려고 일부러 거친 여자 흉내를 내고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위해 그랬던 것 같지않어. 남을 위해서 남의 눈이 두려워서, 속으론 엄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서도 겉으론 엄마를 비판하고 어쩌고 한 내 자신이 실상은 더 크고 나쁜 허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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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화에 대해 ‘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그 문화에서 살아지는 일상적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일상적인 삶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적 도구들을 보유하는 것이다. 삶을 통해 개념을 확증하고 개념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순환작업이 무수히 반복될 때, 그때 비로소 한 문화에 대해서 ‘안다‘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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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 비하로 몰아가는 형의 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어떻게 해석이 되냐면 영구, 맹구라는 캐릭터는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 있고, 예전에 한국에 시커먼스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개그란 것도 있었어. 그럼 그것도 흑인 비하인 건가?

오늘날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그런 개그가 웃기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린 시절에 영구, 맹구, 시커먼스 연기를 보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학교에는 그 연기를 너무나 잘 흉내내어 인기몰이를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그런 개그가 웃기지 않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쉽지 않다. 잘못하면 그냥 웃고 넘길 일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확대해석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흑인 분장의 논란은 "도대체 왜 웃긴가?" 라는 상당히 심오하고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 웃음을 차별로 연결시키는것은 과연 얼마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확대해석‘인지에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웃자고 한 말을 우리는 가볍게 웃어 넘서야 할까? 아니면 정말 죽자고 달려들어야 할까?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인 혐오표현 (hate speech)은 약자들을 향한 언어유희의 현상으로 대표된다.
주로 인터넷 커뮤니와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통해 특정 집단을 향한 비하성 언어들이 만들어지고 유통되었다. "똥남아"(동남아시아인), "똥꼬충 (게이),급식충" (아동·청소년), "틀딱충"(노인), "맘충"(엄마) 등 사람을 벌레‘나 ‘똥‘에 비유하여 비인격화하는 말들이 등장했다. 무엇이든웃음거리가 된다면 괜찮다는 듯, 집단적 편견과 적대감이 봉인해제되었다.

우리는 누구를 향해 웃는가? 토머스 포드 등은 실험을 통해 대상집단에 대한 사회적 가치판단에 따라 사람들이 비하성 유머에 다르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테러리스트나 인종차별주의자와 같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합의가 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이들을 비하하는 유머로 인해 잠재된 편견이 표출되는 효과가 크지않았다. 반면 무슬림, 게이, 여성과 같이 사회적으로 긍정적 태도와 부정적 태도가 혼재된 집단에 관해서는 이들을 비하하는유머를 보았을때 억눌렸던 편견이 표출되는 효과가 컸다.

예전에 한 식사 자리에서 나는 어느 로펌의 원로 변호사와 같은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나를 비롯한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기분 좋은 큰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여자는 공부 잘해봐야소용없어. 남자가 공부를 잘해야 큰일을 하지." 옆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이 말을 유쾌한 웃음으로 받아넘겼고, 나도 그랬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일을 생각하며 뒤늦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말을 한 원로 변호사에게 화가 난 만큼 그 자리에서 웃는 모습을 보인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말에 웃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문제제기를 할 만큼 순발력이 없다면, 그런 상황에서 웃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극적 저항이라고생각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유머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청중의 반응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누가 웃는가?"라는 질문만큼 "누가 웃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중요하다.
웃찾사의 흑인 분장 사건처럼 웃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그 유머는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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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빛은 너무나 찬란하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은 모두 생명에의 환희에 차 있는 것만 같다. 아무 소망도 희망도 없는, 없다고 생각하는 최 여사 마음에 그러나 이상하게 삶에 대한 얇고 약한 것이지만 기쁨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푸른 하늘과 햇빛이 푸른 가로수와 얼기설기 엮어진 전선, 사람이 아니라도, 그래서 더욱 배반하고외면하지 않는 그런 풍경에 최 여사의 마음은 젖어드는 것이었는지도모른다.
"저마다 괴로워했을 뿐이지.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바보가 될 수 있고 신경이 둔할 수 있었다면 좀 잘 되어갈 수 있었을 것을……. "

"난 너가 나한테 반항을 하고 내가 신경질을 부리고 하던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뭔지 허탈에 빠진 것처럼 마음을 가눌 수가 없구나. 사람이란 불행하는 행복하든 싸움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나 봐. 싸움을 할 때가 좋아 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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