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영국의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지적은 예나 지금이나 들어맞는다. 나이가 듦에 따라 특정한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를 연령 효과(age effect)라 한다.
이와 다른 코호트(cohort: 동년배) 효과도 있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세부 조직 단위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들이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고 전쟁하는 과정에서 높은 내부적 동질성을 가졌듯이 같은 시기를 살아가며 특정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을 뜻한다. 젊은 시절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는 그만의 고유한 특징을 평생 안고 간다. 한창 정체성이 형성되던 때에
일제의 식민 지배를 겪었던 세대는 일본에 대한 반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품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게 된다.
한국전쟁을 치렀던 세대라면 누구라도 전쟁과 가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386세대에게 그런 코호트 효과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누구나칭송하는 투자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겸손하다. 자신의 성공을 시대적 ‘운‘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3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야말로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고 밝힌다.
어느 시대,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느냐는 한 개인이 살아갈 대략적인 삶의 노선을 좌우한다.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면서 로또에 당첨된 것"
이라고 말한 버핏은 이 같은 타고난 운을 ‘난소 로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