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많이 만나면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뭔지 모르지만 묻혀서 실속 있게 살아가고 싶어. 부자가 된다는 얘기는 아냐. 남몰래 일해서 내 힘으로 산다는 게 아주 소중한 것 같애.
조용히 말이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충실할 수 없었다는 그 말이야. 지금 마음을 뭐라설명해야 좋을지……. 봉투를 붙이고 성냥갑을 만드는 그런 일을 하면서라도 내 자신에 충실할 수 있는, 뭔지 내 자신이 내 속에 가득 차 있어야한다는 그런 기분 말이야."
표현이 부족하여 안타까워하는 은자를 인애는 흥미 있는 눈으로 바라본다.
"옛날에는…… 가엾은 사람, 과연 나는 엄마를 경멸할 수 있는 자격이있었을까? 요즘 나는 그 문제를 생각해 보거든. 참 허황하게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거리를 헤맨 것 같단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못하면서 남의 눈, 남의 마음에만 신경을 쓰고 열등감을 누르려고 일부러 거친 여자 흉내를 내고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위해 그랬던 것 같지않어. 남을 위해서 남의 눈이 두려워서, 속으론 엄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서도 겉으론 엄마를 비판하고 어쩌고 한 내 자신이 실상은 더 크고 나쁜 허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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