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는 누구인가? 댄디는 ‘대로‘의 테라스들을 전전하고 튈르리 공원에서 빈둥거리는, 한가롭고 자존심세고 팔팔하고 버릇없는 젊은이다. 그는 재치 있는 화술가다. 보들레르는 《벌거벗은 내 마음》에서 자기 생각을 다음 몇 마디로 요약한다.
댄디즘.
우월한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는 여가를 즐기며 교양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1, 689)

댄디는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의 산물로,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궁정인, 즉 신사의 마지막 계승자다. 그는 현대의 실용주의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딜레탕트다.
보들레르는 어느 자전적 단장에서, "유용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언제나 내겐 끔찍한 뭔가로 여겨졌다" 라고토로한 바 있다 (1, 679),

그렇다면 교리가 되어 위압적인 신봉자들을 양산해낸 그 열정은 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도도한 배타적 집단을 만들어냈으면서도 성문화되지 않은 그 제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독창성을 만들어내려는 강렬한 욕구, 관례의표면적 허용치를 넘지 않게 억제해둔 욕구다. 그것은 일종의자기 숭배로, 이는 타인에게서, 예를 들면 여인에게서 발견할수 있는 행복의 추구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 그것은 남을 놀라게 하는 즐거움이자 자신은 절대 놀라지 않는다는 오만만족이다. 댄디는 매사에 무심한 사람일 수 있고, 고통을 겪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마지막 경우에도 그는 여우에게 물린 상태에서도 미소 짓는 스파르타 소년처럼 미소 지으리라 (1,710)

댄디는 감정의 통제와 최고도의 침착함을 목표로한다.
댄디라는 말은 어떤 특별한 성격의 진수를,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그 모든 이치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댄디는 무심함을 열망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러나는 것 속 모든 것이 아름답다. 《일리아스》, 22편,
73) 라고 프리아모스는 부르짖는다. 그리스인이라는 건빛이 하나의 장소임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빛을 산다. 우리는 빛의 진실 속에 당당히 선다. 내세라는 모호한 공상에 기대지 않고…. 우리는 빛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을 사랑하고, "우리 몫의 삶"을 누리며, . 매일 저녁 석양이 피할 길 없는 밤이 온다는 걸 알려주었기에 겁내지 않고 밤을 기다릴 수 있다.

그리스인은 내세를 기다리지 않는다. 일신교의 계시들이 나타나 그의 눈앞에 약속의 협잡을 휘두를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판도라의 상자 신화를 통념과 반대로받아들였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고, 모든 불행이 상자에서 빠져나왔다. 희망만 상자 바닥에 남아 있었다.
따라서 희망을 가지려면 숱한 불행을 예상해야 한다!
희망은 현재의 순간에 던지는 욕설이 될 것이다!
그리스인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삶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걸 안다. 그러니 주어진 진실 속에 있는 것을 사랑하자. 오늘 우리가갖지 못할 다른 무엇도 찾지 말자.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매달리자. 내일은 존재하지 않기에 노래하지 않는다. 이 만족의 철학은 어쩌면 회피처럼 보일지 모른다.
만물의 현존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오히려 희망의 부재속에 있다.

이와 반대로 현대인은 자연과 단절되고, 하나의 메커니즘이 자리를 잡았다. 세상이 타락할수록 종교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 21세기 초에비현실적인 종교들이 소생하고 있고, 미디어들은 그것을 ‘종교성의 복귀‘ 라고 부른다. 인간은 자기 토대를숭배하도록 정당화해주는 천국들을 지어낸다. 형제 인류여, 세상을 약탈하라! 천국이 당신들을 기다린다....

호메로스에게 이것은 생명체들의 구조의 깊은 수직체계를 환기하는 기회다. 호메로스의 세계는 대패로다듬어지지 않았다. 고대의 하늘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신들이 있고, 인간들과 짐승들이 있다. 그리고 인간들 사이에도 신의 선한의지에 따라 타고난 재능에 차이가 있다. 이것이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에게 제시한 비전의 요약이다. 늙은 아버지가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러 왔을 때 말이다.

제우스의 궁전 문턱 아래에 항아리가 두 개 묻혀 있는데,
하나에 불길한 선물이, 다른 하나에 복된 선물이 가득 들었습니다.
천둥을 좋아하시는 제우스로부터 두 가지를 섞어 받는 자는
때로는 궂은 일을, 때로는 좋은 일을 만납니다.
하지만 불행만 받는 자는 가련한 신세가 되지요.

《일리아스》, 24편, 527~531

절제의 명령이 그리스 철학에 물을 댄다. 그 명령은이 시의 쟁점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델포이 신전주랑에는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 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이 말은 ‘지나침은 결코 필요 없다‘ 라는 뜻이 아니다. 세상의 난간 앞에서 멈춰 설 줄 아는 것이 좋다는의미이다. 모든 일탈은 나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지나치게 반짝이는 모든 것, 폭발이나 무분별한 승리는언젠가 돌아오는 방망이에 얻어맞게 될 것이다. 《일리아스》는 이 힘의 방향전환을 항상 강조한다. 승자는 어느 날 패배하게 될 것이다. 영웅들은 승리한 뒤 도주하게 될 것이다. 아카이아인들은 트로이인들 가까이까지접근했다가 패주할 것이고, 트로이인들은 공격에 성공했다가 후퇴하게 될 것이다. 힘은 평형추다. 이 진영에서 저 진영을 오간다. 어제의 강자들은 다음 노래에서는 약자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잔의 더블샷 바닐라라떼로 얻고 잃은 것들은 또 있다. 얻은 것으로는 카페인을 섭취했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올라간 것, 동료들과 커피를 사 마시고 수다를 떨면서 집단적 소속감이 축적된 것, 그리고 ‘나는 그냥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다른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경제적 자신감이 충전된 것이다. 또 업무 실적을 쌓고 승진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매일 조금씩 얻어가고 있다. 이것은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은 혜택이다."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음에도 원자력 에너지가 값싸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을 들 수 있다. 훗날 원자력 발전소를 닫는 데 들어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땅과 바다의 오염,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과 막대한 치료비는 우리가 말하는 ‘경제’ 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면, 그들은남의 관점을 취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자기 생각을 중심에 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남들이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줄어든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로버트 트리버스 지음 이한음 옮김 살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요구하지 말라"는 말은인류가 기원전 5세기에 얻은 깨달음이다. 성경》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장 16절). 공자는 제자가 평생 실천해야 할한 마디를 가르쳐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남에게 베풀지 말라." 불교와 힌두교에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 말은 ‘황금율golden Tule‘이라고 한다. 종교역사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는 이런 인류의 각성을 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하기 쉽지 않기에 ‘황금율‘이 되었다. 문제는 내가 황금율을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를 나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는 데 있다. 트리버스에 따르면 권력에 마음이 취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생각을중심에 놓고, 남의 관점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자기 생각이 옳고 남의말은 그르다는 게 권력자 마음이다. 이것이 트리버스가 말하는 권력의자기기만이다. 권력은 아무리 작다 해도 사람 마음을 부패시킨다. 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버클리대학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쿠키 실험을 했다. 그는 주민몇 사람을 그룹으로 나눠 토론하게 하고, 그룹마다 조장 한 사람을 뽑았다. 조장이 다른 조원의 토론 내용을 평가한다고 미리 공지했다. 토론 뒤 쿠키가 담긴 접시를 내왔다. 참석자는 세 명인데 쿠키 수는 5개람의 뇌를 어떻게였다. 한 사람이 하나씩 먹으면 두 개가 남는다. 네 번째 쿠키는 누가먹을까?‘ 를 알아내는 게 실험의 목표였다. 참가자는 이를 몰랐고, 토론에만 집중했다. 대부분의 경우 조장이 네 번째 쿠키를 먹었다. 그는 두번째 쿠키를 집어 드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입을 벌리고 우적우적 씹었으며, 과자 부스러기를 얼굴에 묻히고 탁자에 지저분하게 어질러놓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는 권력 감정이 그를 뺀뻔하게 했다.
자세만 바꿔도 마음이 달라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버클리대학심리학자 다나 카니는 2010년 피실험자 42명을 나눠 ‘권력자 자세‘와
‘종속자 자세‘를 각각 취하게 했다. 권력자 자세‘는 의자에 기대 누운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 거만한 자세다. 종속자 자세‘ 그룹에게는 다리를 모으고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상체를 약간 숙이도록 했다. 실험 시간은 단 1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뒤 두 그룹을 조사했다. 권력자 자세를 취한 그룹은 종속자 자세를 취한 집단에 비해 더 큰 책임감과 권력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만은 남을 속이는 것이고, 자기기만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트리버스는 생명체가 자기기만에도 능하다며, 진화의 역사에서 왜 자기기만기술을 이토록 갈고닦았을까 하는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자기기만은기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기만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남을 속이는 게 쉽지 않다. 소위 ‘인지 부하‘ 현상이 몸에 나타난다.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등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울수 있다. 트리버스는 언젠가 여자 친구를 속이려고 했을 때 팔의 피부에 떨림 현상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이같은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자연선택이 선호한 게 자기기만이다. 트리버스는 "우리는 남을 더 잘속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인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는 나도 내가거짓말을 말하는지 모르는데, 상대방이 무슨 재주로 내 거짓말을 알아내겠는가. 자기기만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자기기만에 능하다.
자기기만은 어떻게 작동할까? 트리버스에 따르면, 진짜 정보는무의식에, 가짜 정보는 의식에 저장된다. 진짜 정보는 무의식에 들어있어 내가 출력할 수 없다. 나오는 건 가짜 정보다. 내가 출력할 수 있는 정보는 ‘의식‘에만 담겨 있다. 그러니 허위 정보에 의거해 나는 당당히 행동할 수 있다.
‘무의식‘에 진짜 정보가 담겨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까? 피부 반응 검사를 해보면 된다. 피부 반응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원리 중 하나다.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알아내는 실험을 해보면, 의식은 자기 목소리가 아니라고부인하려 하지만 무의식(피부 반응)은 그것이 자기 목소리라는 신호를보낸다. 자기기만의 정보 처리는 이런 식이다.

영국의 액튼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말했다. 권력이 강하면 부정부패할 수밖에 없다. 트리버스는 진화생물학이라는 새로운관점에서 권력의 부패를 말한다.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자기 시선으로만 왜곡하면 먼저 관점이 부패한다. 작은 권력이라도 갖고 있으면 마음은 부패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