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은 남을 속이는 것이고, 자기기만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트리버스는 생명체가 자기기만에도 능하다며, 진화의 역사에서 왜 자기기만기술을 이토록 갈고닦았을까 하는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자기기만은기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기만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남을 속이는 게 쉽지 않다. 소위 ‘인지 부하‘ 현상이 몸에 나타난다.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등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울수 있다. 트리버스는 언젠가 여자 친구를 속이려고 했을 때 팔의 피부에 떨림 현상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이같은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자연선택이 선호한 게 자기기만이다. 트리버스는 "우리는 남을 더 잘속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인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는 나도 내가거짓말을 말하는지 모르는데, 상대방이 무슨 재주로 내 거짓말을 알아내겠는가. 자기기만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자기기만에 능하다.
자기기만은 어떻게 작동할까? 트리버스에 따르면, 진짜 정보는무의식에, 가짜 정보는 의식에 저장된다. 진짜 정보는 무의식에 들어있어 내가 출력할 수 없다. 나오는 건 가짜 정보다. 내가 출력할 수 있는 정보는 ‘의식‘에만 담겨 있다. 그러니 허위 정보에 의거해 나는 당당히 행동할 수 있다.
‘무의식‘에 진짜 정보가 담겨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까? 피부 반응 검사를 해보면 된다. 피부 반응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원리 중 하나다.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알아내는 실험을 해보면, 의식은 자기 목소리가 아니라고부인하려 하지만 무의식(피부 반응)은 그것이 자기 목소리라는 신호를보낸다. 자기기만의 정보 처리는 이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