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 철학자 박구용, 철학으로 시대를 해석하다
박구용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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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처음으로 진리와 시대를 연결한 철학자입니다. 이전에그 어떤 철학자도 진리를 시대와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진리란 시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해온 것입니다. 그러니 밤을 새워 아버지가 남진진리를 습득하는 것이 철학이었습니다. 하지만 헤겔은 이제 진리가시대-특징적epoche-specific 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철학은 시대를 사상의 이름으로 포착하라고 말합니다. 철학이 사상의 이름으로포착해서 해석이나 해명 또는 비판해야 할 대상이 바로 사건입니다.
따라서 헤겔은 사건이 끝날 때를 기다리라고 주문합니다. 헤겔에 따르면 진리는 더 이상 철학자가 책상 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진리는 정의와 불의가 충돌하는 거리의 교차로에서, 폭력과사랑이 폭발하는 온-오프라인 광장에서 시민들이 구성하는 것입니

이 땅에서<자유의 폭력》에서 나는 ‘늑대의 자유는 사슴에게는 죽음일 수있다‘라는 말에 주목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늑대인가요, 사슴인가요? 늑대나 사슴은 물론 은유적 표현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사회에서 늑대이면서 동시에 사슴입니다. 영역에 따라 늑대였던 사람이 사슴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은 늑대지만 언젠가 사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악한 늑대와선한 사슴이 다른 몸이 아니라 한 몸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늑대이면서 사슴입니다

물론 사회 속에서 늑대인간은 강•자를 가리킵니다. 반면 사슴인간은 사회적 약자의 은유입니다. <자유의 폭력》에서 나는 늑대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만큼 사슴에게도 자유가 주어져야만 좋은 사회, 좋은 국가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늑대에게만 자유를 주는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 죽음의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많은 철학자들은 현재를 이른바 권력 공백의 시기, 곧 인터레그넘intertegnum 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최고 권력의 부재 혹은 공백 기간이라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기 전의 시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이전의 시대정신이 사라졌는데, 새로운 시대정신은 아직 출현하지 않은 상태라고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시대를 지배하는 최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며, 다른 말로 하자면 춘추전국시대처럼 모든 가치가 경쟁하거나 혹은 모든 가치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다원주의 시대라고 할 수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다원주의는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사실의영역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다원주의를 하나의 가치로 보면 다원주의를 반대하는 가치도 다원주의의 가치에 의해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화된 입헌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원주의는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누구도 거부할 수없는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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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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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톤 신화와 괴테의 시가 유용한 조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그 이야기들이 인간이 힘을 얻는 방식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두 우화에서 모두 한 인간이 막대한 힘을 얻고 나서 교만과 탐욕에빠진다. 따라서 결론은, 개인의 심리적 결함이 힘을 남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분석은 인간의 힘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다. 힘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때 나온다.

순진한 정보관을 가장 간명하게 요약한 말을 꼽자면 "전 세계의정보를 정리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구글의 사명 선언문일 것이다. 괴테의 경고에 대한 구글의 답변은 이렇다. 스승의 비밀 주문 책을 슬쩍한 한 명의 제자는 재앙을초래할 수 있지만, 많은 제자들이 전 세계 모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때 그들은 일을 도와줄 마법의 빗자루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혜롭게 다루는 방법도 배울 것이다.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임을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제껏 인간이 만든 발명품들이 인간에게힘을 실어준 이유는 새로운 도구가 아무리 강력해도 그것을 어디에쓸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 우리 몫이었기 때문이다. 칼과 폭탄은 누구를 죽일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정보를 처리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능을 갖추지 못한 바보 도구일뿐이다. 반면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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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돌파하라 - 변화의 시대, 불안을 기대로 바꿔줄 43가지 지혜의 도구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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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르마르크와 옌센은 그 이유를 가짜 노동의 증가와 함께 제대로 놀 줄 모르는 문화에서 찾습니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사람들의 여가도 수동적으로 바뀝니다. 하릴없이 TV를 보거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식으로요.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 활동할 엄두를내지 못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일터에서의 생활도 다르지않습니다. 긴 노동으로 인해 에너지가 없으니, 일에 집중하기보다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며 보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뇌르마르크와 옌센은 과감하게 가짜 노동을 줄이고 여가를제대로 꾸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대로 놀줄 알아야 일도 잘하게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들의 주장은 창조성과 ‘다르게 생각하기‘를 강조하는 최근의 기업 분위기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뇌르마르크와 옌센은 역사상 위대한 진보, 위대한 예술 작품과 사상,
기념비적인 과학 발전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아닌 여가를 즐기던 계층에서 나왔음을 일러주지요. 한마디로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문명과 교양, 창의적인 기술도 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일터에서 가짜 노동을 내쫓아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나아가, 먼저 제대로 놀아본 사람만이 놀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는 법이지요. 앞으로의 시장이 더 많은 여가와 자유시간에서 비롯된다면, 우리가 과연지금 여가를 슬기롭게 누리고 있는지 돌아볼 때가 아닐까요? 문명의 중심은 이제 노동에서 여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기술혁신 덕분에 인간의 노동력은 점점 더 필요 없어지고 있지요. 한마디로, 경제가 살아난다 해서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울리히 벡은 노동을 다르게 바라보라고 충고합니다. 그에 따르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입니다. 취업 노동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시민 노동citoyen labor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시민 노동이란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경제적 대가를 주지 않았던 활동을 말합니다. 육아와 가사 노동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 밖에도 예술, 문학, 정치 등등에서도 꽤 많은 시민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SNS나 유튜브 등에 올리는 다양한 창작물들,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들도 넓게는 시민 노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받는 이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무능력자‘, ‘부적응자‘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민수당은 수혜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데, 대가를받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해서 사회에 이바지했다는 뿌듯함을 선사하기 때문이지요.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인들은 노동은 노예에게 맡긴 채정치적인 삶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활동에 매달렸습니다. 울리히 벡은 현대인들의 상황이 고대 그리스인들과 유사해질것으로 봅니다. 생산에 필요한 노동은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삶과 사회를 더 의미 있고 바람직하게 만드는 활동들에 정성을 쏟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는 전쟁터에서도 현실과 거리를 둘 줄 알았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급박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요. 전략과 전술은 다릅니다. 전략가는 큰 판을 읽는 반면,
전술가는 눈앞의 승리를 좋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략가답게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줄 알았습니다.
사색으로 불안을 다독이며 현실을 차분하게 살폈다는 뜻이지요. 그는 세상의 온갖 소음 가운데서 변화의 본질과 핵심을 추려냈습니다

인공공지능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고 일터에서 밀려나리라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다른 예상을 내놓습니다. 생산을 위해 사람이 일하던 시대는 끝나갑니다. 앞으로의 일거리는 사회생활 자체가 일거리인 시민 노동과 사람다운 삶을 가꾸는 여가에서 생겨날지 모릅니다. 변화를따라가기 급급한 추격자는 결국 힘 빠져 뒤처지게 되어 있지요. 이런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패러다임 체인저 paradigm changer‘가 되어야 합니다. 처음 두장을 통해 독자들은 이에 필요한 지혜를 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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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 무례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연결에 대하여
김민섭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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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조금만 넣어주세요", "조금 후에 갈게요" 하는일상의 언어. 그러나 그것이 갑과 을의 관계에서 유통될 때는 을의 자리에 있는 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갑이 을에게 "조금 생각해보자", "이건 조금 마음에 안 드는데"라고 할 때의 ‘조금‘은 우리가 아는 조금이 아니다. ‘적당히‘,
‘많이‘, ‘잘‘과 같은 언어들이 모두 그렇다. 갑의 자리에서 하고 을의 자리에서 듣는 모호한 언어는 폭력이 된다.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발화 할 수 있는 편안한 자리에서 우리는 가장 불편하게 존재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단어가몸짓이, 아니면 그 무엇이 타인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규정하자면, 그것은 일상화된 ‘갑질‘이다. 내가 편안하다면 누군가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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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없다. 스피노자는 "동정은 우리가 우리와 비슷하다고느끼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불행에 대한 생각이 동반되는슬픔이다"라고도 말했다. 결국 우리는 나와 닮은 이들을 동정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나와 관계가 없는 타인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행위가 가능할 때 우리는 비로소 ‘다정한존재‘가 된다. 누군가는 손해 보는 일이나 참견으로 규정하는 그런 일들이 결국 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간다고 나는 믿

태풍으로 행사가 취소되었고 숙소는 환불이 되지 않았으나,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고 누구도 사과하거나 상처받지 않았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태도라는 것은 여기에 닿아 있다. 어떤 일이든 타인을 상상한다면 함께 행복한이야기를 만들고 확장시킬 수 있다. 당신에게 보낸 작은 다정함이 당신을 돌아 더 크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한 기대와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타인에게 다정함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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