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가 재단까지 설립해가며 이런 도발적인 주장들을 펼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행보는 일종의 ‘무신론 운동‘을일으키려는 시도였다. 그는 "종교는 감히 비판해서는 안 될 무엇"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려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유신론적 종교를 박멸해야 할 ‘정신 바이러스‘라고규정하고 인류가 하루 빨리 그 망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복제만을 위해 인간 숙주를 무차별공격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종교도 그 자체만을 위해 작동하는 정신 바이러스일 뿐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무신론 운동을시작했다. 이른바 과학적 무신론 운동이다.

데닛은 그 누구보다 도킨스의 밈meme 이론을 발전시킨 학자이지만 종교에 대한 정신 바이러스 이론에는 다소 비판적이었다. 데닛은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에서 도킨스가 종교밈의 무법자outlav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비판하고 종교밈을 ‘야생밈wild-type meme‘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meme’으로 구분한 후, 현대의 고등종교는 후자에 해당한다고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민속종교 같은 경우는 자신의 복제에만 열을 올리는 야생밈이지만, 현대의 고등종교는 경전·신교 · 교리문답 · 신학자 등과 같은 기구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밈이다. 즉,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야생의 소를 젖소로 길들였듯이,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 자신을 위해 민속종교 같은 야생밈을 고등종교로길들였다는 것이다.

진짜 스코틀랜드 사람 오류
반대되는 사례를 배제하고 계속해서 불합리한 주장을 하려는 논리적 오류.
A:스코틀랜드 사람은 죽에 설탕을 넣지 않아.
B: 우리 삼촌은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죽에 설탕을 넣어.
A : 진짜 스코틀랜드 사람은 죽에 설탕을 넣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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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면, 실패의 경험 없는 승리에 대한 확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고한 투쟁력, 타협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교조적 문화,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적대적 계파주의가 이른바386 DNA로 자라났다. 자나 깨나 민주주의를 원했던 386세대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없는 한계는 이런 DNA 때문이 아닐까. 당시 이들은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챙취하려 노력했을뿐 민주주의를 즐겁게 향유하는 법을 익히지는 못했다.

1990년 11월 구속된 뒤 감옥에서 5년 83일을 꼬박 살고 나오니 남은 건 부도난 집과 병환으로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버지뿐이었다. 학원 강사를 한다는 후배한테 ‘이 쓰레기 같은 것아!‘라고 욕해줬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중략) 우리는 살아야 했고, 대치동은우리를 통해 살아야 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간 것이다. 대치동에 뛰어든 우리는 분파가 달랐지만 뜻은 비슷했다.
‘자본주의의더러운 돈을 받아먹고 이렇게 타락해 있지만 잠시뿐이다. 유학 자금이든 우윳값이든 우리 목표를 이룰 때까지만 잠시 눈을 감자‘라고(최보윤, 2013).
잠시만 타락해 있자고 질끈 눈을 감았던 386 출신 스타강사들의 성공은 ‘학원 붐‘이라는 시대적 조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0대에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사업가 엠제이 드마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동산과 아파트는 한국에서 ‘부의 추월차선(millionaire fastlane)‘이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아파트라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야 했다. 재산이 공개된 다수의 고위공직자들이 공식을 적극 실천했을 뿐이다. 그 기회를 노렸던 대부분 사람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파란 눈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한 프랑스인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Valerie Gelezeau)의 『아파트 공화국』(2007)에는 아파트를 통해 부를 축적한 표준적인 한국인의 방식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인터뷰 대상자 중 누구도 본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증언한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재산을 불리는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는 사실에 모두들 깊이 공감한다.
물론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386세대 이전에도 있었다. 40~50년대생 역시 서울 강남과 목동, 상계동 등의 신시가지 개산 증식의 호재로 활용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개발 정보가 권력과 그 주변부 위주로 돌았기 때문인데 이것이 세대 내 양극화를 심화하는 한 원인이 됐다.

악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선(善) 속에 작게 똬리를 튼악도 있고, 악으로 비판을 받지만 그 안에 일말의 선이 녹아 있기도 한다. 선과 악을 가른다는 것이 그래서 어렵다. 세상이 선과악, 이분법으로 정돈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은 침묵과 발화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아마도 자식을 취업시켜준 힘깨나 쓰는 부모들은 집에 가서 ‘이 아빠(엄마)의 능력을 봤지? 잘해라‘고 한마디 던졌을 것이다.

꼰대스러움은 종종 ‘대의‘나 ‘공공의 선과 같은 거창한 포장을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남북관계라는 대의를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일이 개인보다 집단, 국가를 강조해 벌어진 일이라면(김지은, 2018) 공고기관의 수장이 법인카드로 방울토마토를 사거나(원성윤, 2016) 내연여와의 데이트 비용을 쓴 것처럼 공사 구분이 불확실한 꼰대 근성이 드러난 일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숱하다.
꼰대는 갑질, 헬조선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모두 공정하지 않음을 문제 삼는다. 왜 공정하지 않은가. 걸핏하면 ‘법대로 해‘를
외치지만 법과 제도가 원칙대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쁘고 급하면 언제든 우리 사회 ‘갓길‘에서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권리를가졌다고 생각하는 기득권들이 너무도 많다. 당최 믿을 구석이 없으니 한국 사회 신뢰도가 선진국 가운데서도 바닥을 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 용감한 반(反)꼰대들은 수시로 묻는다 "그거 규정에 있어요?"

인간은 살아 있다는것 자체가 가해자의 성격을 띤다. 이슬을 먹고 살지 않는 한 어떤 생명을 빼앗아야 생존할 수 있다. 자신이 가해자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어떤 윤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강성만,2018).

18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혁명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로베스피에르가 공포정치 독재자가 되어 결국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 일도 있다. 개혁의 주체들이 시간이 지나 개혁의 대상이 되는 일은다수의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386세대의보수화 기득권화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세대보다 빠르게 사회적 목소리를 얻고 가장 길게 그 힘을 유지하고 있기에 이들의 보수화 기득권화는 한국 사회에 더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달라질 건 없다는 체념의 언어부터 버려야 한다. 체념은 특히 오늘날 청춘들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출산과 결혼, 취업조차 인생 계획 리스트에서 하나씩 작제해가는 N포세대는 바랄 게 없으니 절망할 이유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까지 한발 앞서 지워버리는 편리한 무기력이 슬며시 이식되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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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도리어 누군가를 불리하게 만드는 간접차별indirect discrimination의 예들이다.

내가 유학을 한 학교에는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에게 입학 후 일정 기간 동안 시험시간을 더 주는 정책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시험시간이 1.5배 더 길게 주어졌다. 로스쿨이니 당연히 언어가 중요하지만 시험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마련된 정책이었다. 이 규칙 덕분에 비영어권 유학생이 영어 때문에 일찌감치 시험을 포기하거나 늘 가장 낮은 성적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의 능력을 판단하는 많은 기준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편향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

취업에서 토익 점수의 요건은 어떤가? 청각장애인 외에는 문제없는 공정한 기준일까? 꼭 필요한 직무능력이 아닌데도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높은 영어 성적을 요구함으로써, 영어 접근성이 좋은 사회계층 혹은 특정한 학력이나 학벌을 가진 사람을 유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는 않은가?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 경험, 사회·경제적 배경 등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편향된 관점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그 능력을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지와 같은 판단은 이미 편향이 작용된 결정이다. 이렇게 선택된 방식으로 능력을 측정할 때 출제자의 편향이 응시자 중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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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운동을 이야기하는 사람 많다.
운동한 기간보다.
운동을 이야기하는 기간이 더 긴 사람이 있다.
몸으로 부닥친 시간보다.
말로 풀어놓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운동
현재가 없는 운동을 현재로 끌어오는
그들의 공허함- 도종환, 「운동의 추억』(1998)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영국의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지적은 예나 지금이나 들어맞는다. 나이가 듦에 따라 특정한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를 연령 효과(age effect)라 한다.

이와 다른 코호트(cohort: 동년배) 효과도 있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세부 조직 단위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들이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고 전쟁하는 과정에서 높은 내부적 동질성을 가졌듯이 같은 시기를 살아가며 특정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을 뜻한다. 젊은 시절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는 그만의 고유한 특징을 평생 안고 간다. 한창 정체성이 형성되던 때에
일제의 식민 지배를 겪었던 세대는 일본에 대한 반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품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게 된다.
한국전쟁을 치렀던 세대라면 누구라도 전쟁과 가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386세대에게 그런 코호트 효과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누구나칭송하는 투자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겸손하다. 자신의 성공을 시대적 ‘운‘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3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야말로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고 밝힌다.
어느 시대,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느냐는 한 개인이 살아갈 대략적인 삶의 노선을 좌우한다.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면서 로또에 당첨된 것"
이라고 말한 버핏은 이 같은 타고난 운을 ‘난소 로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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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많이 만나면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뭔지 모르지만 묻혀서 실속 있게 살아가고 싶어. 부자가 된다는 얘기는 아냐. 남몰래 일해서 내 힘으로 산다는 게 아주 소중한 것 같애.
조용히 말이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충실할 수 없었다는 그 말이야. 지금 마음을 뭐라설명해야 좋을지……. 봉투를 붙이고 성냥갑을 만드는 그런 일을 하면서라도 내 자신에 충실할 수 있는, 뭔지 내 자신이 내 속에 가득 차 있어야한다는 그런 기분 말이야."
표현이 부족하여 안타까워하는 은자를 인애는 흥미 있는 눈으로 바라본다.
"옛날에는…… 가엾은 사람, 과연 나는 엄마를 경멸할 수 있는 자격이있었을까? 요즘 나는 그 문제를 생각해 보거든. 참 허황하게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거리를 헤맨 것 같단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못하면서 남의 눈, 남의 마음에만 신경을 쓰고 열등감을 누르려고 일부러 거친 여자 흉내를 내고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위해 그랬던 것 같지않어. 남을 위해서 남의 눈이 두려워서, 속으론 엄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서도 겉으론 엄마를 비판하고 어쩌고 한 내 자신이 실상은 더 크고 나쁜 허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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