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에 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사계절이 있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무성해지다가 마침내는 시드는 날이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갈 수 있는 곳까지묵묵히 걸어가기. 끝을 알면서도 감당해내는 태도가 결국성장의 증거가 아닐까. 내가 인생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실은 삶의 길목 어딘가에 죽음이 기다린다는 냉혹한 진실뿐인데도 나는 삶을 감당한다. 여행의 끝은 결국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나는 늘 다시 떠난다.
한 번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집은 조금 더 아늑해지고 일상은더 애틋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은 조금씩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이후 죽음은 내게도 이제 낯설지 않다. 그렇게 떠돌다가는객사 혹은 고독사가 운명‘ 이라는 농담에 서른의 나는 웃어넘만 쉰을 앞둔 나는 담담히 미소 짓는다. 더 나아가 객지에서의 고독사‘가 내 운명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니 떠날때마다 뒷자리를 생각하고 정리에 들이는 시간이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