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에는 일상의 힘이 살아 있었다. 무너지지 않은그 든든한 일상의 힘이 나는 고마웠다. 내 친구 마미코가 어떻게든 끌어안고 버텨낸 그 일상이었다. 여행보다. 일상은 힘이 세다.
여행보다 일상은 끈질기다. 나는 점점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진 삶을 살아가지만, 일상의 소중함은 나날이 커간다. 마미코의 일상을 지지하는 힘이 어린 쌍둥이라면, 내 일상을 버티게 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내가 아니면 누구도 나를 챙기지 않으니까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 되는 삶이라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지만, 실은 아니었다. 나 아닌 누군가가 늘 가까이에 있었다. 내 삶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우리가 서점에 가는 이유도 이 넓은 지구에서 내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점은 섬처럼 외로 떨어진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책과 나를, 이 세계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 온라인에서 책을 살 수도 있고 전자책을 다운받을 수도 있는데(심지어 더 저렴한 가격에) 왜 굳이 서점을 찾아가는 걸까. 기껏해야 몇십 평 남짓한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빛이 비치는 서점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 드넓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슬며시 서점 안을 둘러보며 주인의 취향을 가늠해볼 때면 나쁜 짓이라도 하는 듯 심장이 두근거린다. 시류에 호응하는 책들 사이에 놓인 비주류의책이 고집스러운 주인의 취향을 은근히 드러낼 때면 슬며시웃음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소중히 놓여 있는 모습을보면 취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빼내 손에 들 때면 묻어 있는 먼지조차 사랑스럽다. 맨 뒷장을 넘겨 몇 쇄를 찍은 책인지 슬쩍 확인할 때면 안도와 슬픔이 동시에 치민다. 이 좋은 책을 읽은 이들이 겨우 이것뿐이라니.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75억 인구 중에 고작 수천 명. 얼- 이름도 모르는 그들과 나는 그 순간, 작은 비밀을 나눈것 같은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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