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설화는 모든 설화들과 마찬가지로 해독이 될 수도 있고이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야기의 세계에서 종교적 설화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모든 설화에서와 같이 종교적설화는 히브리 성경에 나오는 족장들과 왕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전설이나 노래나 무용담 같은 형식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요나나 에스더의 이야기처럼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선지자 에스겔의 이야기에 나오는 바퀴와 불병거처럼, 혹은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전갈이나 용처럼 상상적인 비전의 결정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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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열며 여러분과 내가 함께 품었던 의문, 즉 ‘BTS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프롤로그에서 말했던 것처럼 여러분이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면, 바로 그 감동과 공감 속에 모든 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BTS의 음악과 현상의 본질은 결국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보편성‘
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보편성은 기존의 방송 권력이아닌 팬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그 파괴력이 거대하게 증폭되고 있다. BTS와 그들의 음악이 채운 80%가 아미를 중심으로 대중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 나머지 20%를채워 완전한 ‘현상‘이 되는 것이다. BTS의 음악은 21세기 케이팝을 통틀어 가장 보편적인 힘을 가졌다. 메시지는 누구를가르친다는 느낌 없이 설득적이며, 자신 안의 어둠과 우울을 인정하면서도 패배주의로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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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 THE REVIEW -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
김영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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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다. ‘성공‘ 그 자체를 뻐기기보다 성공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되묻는 모습에서, 나이에 비해 성숙한 MC로서의 어른스러움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향한 공격에는 여지없이 날을 세우면서도 연약하고 부족한 자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는모습 역시 그의 음악이 가진 특징이다. 그룹의 음악에서 멤버란 늘 특정한 이미지나 파트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슈가에게도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BTS의 숨은 실력자이자 음악적 중추인 슈가는 가장 거칠고 솔직하고 진실한 형태로, 그가 뚜렷한음악적 자아를 가진 뮤지션임을 앨범을 통해 증명해낸다.

BTS의 가장 큰 매력은, 대체 불가능한 본인들만의 다양한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랩과 보컬 모두 멤버 개개인의 특징이 살아 있고, 앨범에 그들이 직접 자신들을 녹여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음악을 더유니크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또 끈끈한 팀워크와끊임없는 연습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들과 작업했던 이들 모두가 BTS의 끈끈한 팀워크와 열정을 언급한다. 또한 가공되지 않은 듯한 날것의 개성과 인간적인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앨범 작업 기간은 ‘비활동기‘라 비교적 덜 바쁘고 여유로울수 있는데, 멤버들이 명절이나 연휴에도 거의 매일 연습실과 스튜디오에 출근해서 작업 혹은 연습을 하는 모습에 큰감명을 받았다. 사실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먼저 다가가거나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멤버들이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고 스튜디오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어떤 팀이 멤버 각자를 캐릭터화해서 지속적으로 집합적 서사를 써나가는 사례를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팬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대 위 스타의 삶을 재료로 가공하여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서사가 아니라, 동시대 청년들의 보편적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어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투사할수 있는 스크린으로서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서사에서 창작자와 수용자는 한 몸인 것처럼 보입니다.

LOVE YOURSELF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노래 ‘IDOL‘
에서 다음의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 속 안에 몇십 몇백 명의 내가 있어. 오늘 또 다른 날 맞이해. 어차피 전부 다나이기에. 고민보다는 걍(그냥) 달리네." 이 구절을 보고 즉각적으로 떠오른 것은 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나란 무엇인가》(2012)에서 제창한 분인주의分人主義‘ 였습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 명의 인간은 나눌 수 없는 individual‘ 존재가 아니라 복수로 나눌 수 있는 dividual‘ 존재다. 해석하자면, 내 안에 여러 개의 나가 있다는 것인데, 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 그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특정한 ‘나‘가 탄생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IDOL‘은 BTS가 데뷔 초부터 품어왔던 문제의식에대한 궁극적인(물론 현재로서는 말이죠) 결론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힙합 아이돌이라는 모순적인 존재였고, 그 모순은 그들에게 취약한 동시에 또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자기혐오가 아닌 자기 긍정의메시지로 바꿔냅니다. ‘아티스트‘와 ‘아이돌‘ 중에서 둘 중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 다 자신일 수 있음을 긍정하고, 나아가서는 그 둘이건 뭐건 간에 나였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말하죠.

BTS는 당신이 누구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고 말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 성격이 다르다는 비교론을본 적이 있는데, 동의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BTS 만트라mantra"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를 두고 값싼 ‘셀프 위로‘ 유행의 변종일 뿐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그것이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겸허히 확인할 일입니다. 그 만트라가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을 자기혐오에서 끌어내고그들의 영혼을 그야말로 ‘방탄‘된 영혼으로 만들 수 있다면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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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인문하다 - 문학과 철학으로 읽는 그들의 노래, 우리의 마음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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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용기는 그런 나의 자아를 포함한 그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는일입니다. 용기란 다른 게 아닙니다. 그저 ‘부수고 파괴하는 것‘
입니다. 용기는 나의 단점과 한계, 과거의 내 모습 따위에 집착 - P1

하던 습관을 과감하게 내팽개치고, 내가 지금껏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정의하던 자아의 정체성을, 그리고 나를 둘러싼 그모든 내가 아닌 것들을 한 순간 총체적으로 전복하는 것입니다. 용감함이란 나 자신을 잠시 동안 철저하게 망각하는 태도이며, 지금 나의 결단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선 단1퍼센트도 눈길을 주지 않는 단호한 자세입니다.
그래서 용감한 사람은 (Not Today)의 노랫말 그대로 총을 조준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쏴버리는 쿨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는 나 스스로를, 내 주위의 상황을,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의 관념을, 마침내는 이 세계를 향해서 아무 죄의식도 없이 조준하고, 탕, 발사합니다. 그는 무심하게 조준해선, 싹 부숴버립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억누르는 그 말도 안 되는 껍질들을,
강력한 힘의 논리를, 불합리한 차별을, 그럴 듯하게 들리는 온갖궤변들을, 그리고 이런 모든 껍질들에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나 자신을……. - P2

‘대지의 사람들‘이라 불리는 라틴 아메리카의 마푸체 족 사람들은 누군가와 헤어질 때 아래와 같은 작별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 짧은 인사말은 용기라는 덕목에 바치는 가장 훌륭한 한마디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리치웨우 페니 (Marichiweu peni) :
형제여, 우리는 앞으로 열 번은 더 이겨 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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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으로도 쓰인 ‘피, 땀, 눈물‘은1940년 처칠의 영국 수상 수락 연설에 등장한 후, 지금은 영어권에서 하나의 관용구처럼 쓰이는 표현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태도‘를 묘사할 때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 관용구를 제목으로 삼은 책, 『피 땀 눈물』에서 영국의 저술가 리처드 던킨은 인간이 어째서 노동과 자아실현에 중독되어 버렸는지를 역사적으로 차근차근 되짚습니다. 이 책의 분석처럼, 사회 전반에 퍼진 "너는 열심히 노력해서 진정한 자신이되어야 한다."는 압력과 강제적인 분위기 또한 인간을 무너뜨릴수도 있습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몇 년 전에 쓴 『피로사회,
는 바로 이런 ‘자기계발 만연 사회‘의 폭력성을 잘 드러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한병철은 있는 힘껏 ‘자기 자신’이 되려다가, 도리어 자기 자신과 가장 멀어져 버리고 스스로를망쳐버리는 씁쓸한 풍경이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지적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란 질문에 관해선, 그야말로모든 것이 혼돈에 가깝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든타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다시 제대로 살아낼 수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성장‘의 시작이 바로 그런 ‘혼돈‘
의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문적인 것‘은 바로 그처럼 연약하고 파괴되기 쉬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데서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인문학, ‘인문적인 사유‘의 어떠한 힘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인간과 세계에 관한) 모든 단정과 확신들을 깨끗하게 버리는 탣도에 가까울것이라고 저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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