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페르소나「트렌드 코리아 2020』의 예측 내용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된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이제 ‘나 자신 myset‘은 단수數가아니라 복수複數, 즉 myselves가 됐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도 한 사람이 부계정 · 가계정 등 여러 개의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필요에 따라 가면을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 persona‘라고 한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인간은 페르소나를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바꾸어가며 주변 세계와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개인화된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많은 트렌드는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기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됐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의 기반은매우 불안정해졌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다매체 시대를 사는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배송과 관련한 라스트 마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의 마지막 접점에 대한 만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의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라스트핏 이코노미 LastFit Economy‘라고 명명한다.
라스트핏의 유형으로는 ①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라스트 딜리버리 Last Delivery‘, ② 주거지 근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라스트 에어리어 LastArea‘, ③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편리한 이동을 중시하는 ‘라스트 모빌리티 Last Mobitity‘, ④ 배송을 받은 후 포장을 풀며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라스트터치Last Touch‘, ⑤ 여행을 갈 때에도 항공편 · 숙박 · 명승지 관광보다 그곳에서의 액티비티를 중시하는 ‘라스트 트립 Last Trip‘ 등이 있다.
이제 고객은 상품의 특성이나 브랜드가 주는 가치보다 주관적 효용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제품과 소비자가 직접 맞닿는 그 접점에서의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제품 중심의 동어 반복적인 모방과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을 것이다.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다. 직장에서 내 노력의 결과를 팀장님께 돌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아무리 막내라도 자신의 기여는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가사 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고, 학생들은 주관식보다 객관식시험을,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구매를 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그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개인성이 화두인 사회에서 자란 젊은페어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길 원한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불붙는 불매운동은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이러한 공평성 ·선함 · 효능감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음악 · 드라마 · 영화 ·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콘텐츠 전송 방식인 ‘스트리밍‘이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유를 중시하는 오너십ownership 라이프에서 사용을 중시하는 스트리밍 라이프로의 변화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탈이나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추천받는 구독 멤버십 등 다양한 방식을 포괄한다. 핵심은 물 흐르는 듯한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것이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욕망은 부풀었는데 충족할 자원은 부족한 세대, 기술의 발전으로 상품·서비스 · 공간 경험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은 시대가 그 배경이다. 소유하지 않아 가벼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장면들을 다양하게 채집하고있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의 문법이 필요하다. 소비자와의관계가 구매로 끝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사용 여정을 유지·보수 · 관리해주는 관계중심적 접근이 중요하다.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내가 직접 투자와 제조과정에 참여해 상품을, 브랜드를, 스타를 키워내고 싶다.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에 직접참여하는 소비자들,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구매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소비자들을 일컬어 ‘팬슈머fansumer‘라고 명명한다. 그들은
"나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으며, ‘바이미 by-me‘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2020년 여름, CJ제일제당도 소비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면 요리 전문 브랜드인 ‘제일제면소‘를 부활시켰다. 2019년 원가 부담으로 단종된 ‘제일제면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재출시를 결정한 것이다. 4 이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의견을내는 수준을 넘어 ‘바이미 by-me‘ 즉, ‘나에 의해 브랜드가 만들어지는과정을 즐긴다. 그 영향으로 제품 출시 전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이들의 요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졌다.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하는 5060세대가 ‘신중년층‘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소비시장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금이 바로 전성기라는 이들은 ‘오팔세대‘, 오팔세대의
‘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이며,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뽐내는 다채로운 행보가 모든 색을 담고 있다는 보석 오팔을 닮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매여 있던 직장을 떠난 후에도 사회활동을 접고 은둔하며 한가로이 지내기보다 다양한 직업에 다시 도전하고, 나이 들수록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아직 안 해본 것, 지금까지 못 해본 것을 경험하면서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또한시간과 공을 들여 젊은이들의 취향과 브랜드를 좇으며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형성하고, 취향에 맞고 마음을 알아주는 콘텐츠에 호응하면서 관련 업계를 들썩이게 한다.
오팔세대는 사실 매우 다양하면서도 까다로운 소비자 집단이다. 노인의 어쩔 수 없는신체적 약점을 고려한 제품 차별화가 아닌, 이전까지의 삶과 동일한 욕구의 연장선상에서 다가가는 방향을 선호한다. 오팔세대에게는 은근하게 배려하는 세심함으로,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해야 한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과 편의를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젊은이들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하는 오팔세대는 정체된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2020년 초,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인절미 · 흑임자 쑥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했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기획한 상품인데, 인절미 · 흑임자 케이크는 출시 한 달 만에 13만 개, 쑥·흑임자 라테는 20만 잔이 팔렸다. 이른바 ‘할메니얼 입맛의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할매(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 신조어 ‘할메니얼‘은해외에서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 또는 ‘그랜드밀레니얼grandmillenni-al‘ 이라고 불린다. 건강에 좋은 전통 식재료에 현대적 감성을 결합해
‘할매 입맛‘도 밀레니얼 세대와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한 것이다. 구매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이행하고있는 가운데, 프리미엄의 요소가 또 한 번 변화하고 있다. 이제 프리미엄의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일명 편리미엄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해야 할 일에 소요되는 절대적시간을 줄여주거나, ②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덜어주거나, ③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것이다.
편리성이 프리미엄의 요소로 편입되는 배경은 시대적이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현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그 시간을 다양한 경험과 자기성장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더구나 옆집이나 친지에게 사소한 부탁도 할 수 없게 된 ‘약한 연대의사회‘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고 받아들인다.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가운데 구직 청년은 물론이고 은퇴 후의 가교노동‘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이들이 플랫폼화되는 노동시장으로 별 제약 없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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