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하느님의 시점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분은 모든 등장인물을 다 보시지만 나는 나만 빼놓고 본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지옥에 "보내시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각자 안에 뭔가 자라고 있어서 미리 싹을 잘라 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옥이 된다. 그만큼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 당장 그분의 손길에 우리를 맡겨 드리자. 오늘 이시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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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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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관심은 딱히 우리의 행위에 있지 않고 우리가인간다운 인간, 즉 그분이 뜻하신 본연의 피조물이 되는 데있다. 그러려면 그분과의 관계가 바로 서야 한다. "바른 대인 관계"는 거기에 내포되어 있으므로 굳이 덧붙이지 않겠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면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도바를 수밖에 없다. 모든 바킷살이 중심축과 테두리에 제대로 끼워져 있으면 자연히 바킷살끼리도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하나님을 숙제 검사관이나 거래 상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그분과의 관계가 바르지 못한 것이다. 그분과의사이에 흥정이 오간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누구이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한참 오해한 것이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으려면 먼저 자신이 파산 상태라는 사실부터알아야 한다.
단, 앵무새처럼 말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정말 깨달아야 한다. 어린아이라도 웬만큼 종교 교육을 받으면 말이야금방 따라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것이라고는 전부 이미 그분의 것뿐이며, 우리는 그마저도 다 드리지 못하고 일부를 움켜쥐기 일쑤라고 말은 비슷하게 할 수 있다.

"하나님께 맡긴다"라는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지만 일단 그대로 쓰겠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맡긴다는 말은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온전한 인간으로서 순종하신 그리스도께서 놀랍게도 그 순종을 우리의 순종으로 여겨 주시사 우리를 의롭다 하시고, 우리가 그리스도를더 닮게 하시며,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하는 것이다.

아무리 초라한 자연적 활동도 하느님께 드리면
그분이 다 받아 주시지만,
아무리 고상한 일도그분께 드리지 않으면 다 악해진다.
기독교는 그저 자연적 삶을
새로운 삶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소재를 초자연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새로운 질서다.

요컨대 종교와 전쟁은 이런 점에서 유사하다. 둘 중 어느 쪽도 대다수의 경우 우리의 기존 인생살이를 중단시키거나 아예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서로다르다. 전쟁이 우리의 관심을 독점하지 못하는 까닭은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그 본질상인간의 영혼을 송두리째 사로잡기에는 모자라다.

모든 사람이 수영을 배울 때까지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모든 활동을 중단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기서 몇 가지 구분해 둘 것이있다. 나는 이번 전쟁의 아군 측 명분이 인간적 기준에서아주 의롭다고 믿으며, 따라서 의무적으로 참전해야 한다.
고 여긴다. 모든 의무는 신성하기에 모든 의무를 수행할 우리의 책임도 절대적이다. 우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할의무가 있으며, 거주지가 위험한 해안가라면 행여 누가 물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 어쩌면 인명 구조법을 배워야 할 의무도 있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상대를 살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인명 구조에 헌신하여 완전히거기에만 매달린다면(다른 것은 일절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세상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이는 편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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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믿음의 내용과 교리를 논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렇다 보니 오죽하면 일련의 개념만 알면 기독교 신앙을 터득했다고들 여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신앙의 참본질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삶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신앙은 참이 된다.
예컨대 신자답게 살려면 다른 사람 비판하기를 더디 하고 자기 눈에 있는 들보부터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두려움과 불안에 찌들어 있을 게 아니라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남을 대접할 길을 찾아야 한다. 내일을 염려하는 마음을 다스리고,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분노를 꺾어야 한다. 억울한일을 당했을 때 상대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교리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새롭게 살아갈능력을 주시는 분은 예수님인데, 그리스도인이 그 사실을이해하려면 먼저 믿음의 내용과 씨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식적 개념은 문에 불과하다. 개념이 의미를 발하려면 우리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순전한 기독교》 4장을 읽다가 퍼뜩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루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이 될 때 우리는 우리를 온전하게 빚으시려는 하느님의 작업에 합류한 것이며, 이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을 거부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사랑이 미진하여 언제라도 우리를 포기하실거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 깨달음은 젊은 날의 내 사고에 천지개벽을 일으켰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단번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기나긴 여정이며, 나와가장 가깝기에 내 부족한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입을 사람들이 곧 이 정화 과정에서 하나님이 주로 쓰실 교실임을 일깨워 주었다.

전광석화 같은 깨달음은 식탐에 대한 스크루테이프의노련한 속셈을 읽을 때도 찾아왔다. 그때까지 내가 생각하던 식탐이란 안 그래도 비만이다 싶을 만큼 살찐 사람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게걸스레 먹어 치운다는 뜻이었다. 즉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루이스가 식탐의 사례로 제시한 어떤 어머니는 "잘구워진 빵 한 조각"에 집착하며 욕심을 부린다. 어쩌면 나도 생각만큼 "식탐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루이스의 통찰이 아주 깊고 풍부하고 유익해 보일 때는 바로 이런 순간이다. 기독교 신앙을 실천한다는 의미의 핵심을 짚어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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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은 이런 현상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적 자아에 눈을 뜨고 자신의 생각과 믿음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발아發芽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귀한 토양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하나를 더 요구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아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저렇게 확신이 넘칠 수 있을까’ 의아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사회가 어지럽다보니 독선에 빠진 사람들을 나무라는 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글조차 대개는 아집과 주관 사이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독선이 독선을 탓하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면서도 모두가 불만스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교차되는 현실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자유론》은 이 모순율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자유론》에 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마땅할 것이다.

밀은 ‘사회성’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성의 한 특성인 ‘남과 하나가 되려는 경향’이 자칫하면 현대 사회의 어두운 측면, 즉 ‘몰개성의 시대’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둘째, 자기 확신의 과잉이 그런 비극의 또 다른 뿌리가 된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유한한 존재이다. 자신의 생각이 ‘절대 옳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내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남의 생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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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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