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어 갈 마음의 언덕 하나 나에게 내준다. 덕분에 이런 길도저런 길도 울지 않고 깔깔거리며 걷는다. 날마다 전화해서 늘어놓는 온갖 푸념을 다 들어주는 이도, 새로운 일이 있는 길로손을 끌어주는 이도, 어려운 일을 만나면 언제든 연락하게 되는 이도, 다 그런 사람들이다. 강준이도 그런 사람이었다. 소규모의 수업인 데다가 학습의욕이 낮은 녀석들이 많아서, 자칫하면 적당히 때우는 마음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준이와 아이들은 다 같이 열심히 하고 뭐든 협력하려고 애썼다. 강준이는 나의 감정을 살피는 담당이기도 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은 얼마나 건방진가. 얼마나진실하지 못한 자만인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게 될지,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을 받게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인생이그렇다. 강준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단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욱하지 않으려면 나 자신의 마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아들만 둘인데 애들도 그래요. 어려서 품 안에 끼고 있을 때나 내 자식이지 이제는 커서 장가 보내놨으니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요. 지들도 각자 마누라 눈치도 봐야 할 거고, 살면서 신경써야 할 다른 것도 많을 거 아녜요? 자식이라고 뭐든 기대하면 안되겠더라고요. 애들이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전화가 오면 와서 좋고 전화가 안 오면 바쁜가 보다 하고 지냈어요. 그러니 별로 싫은소리 할 일도 없어요. 애들도 남이다 생각하고 정 떼야 한다고 생각하니 싫은 소리를 할 이유도 없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애들이 저를더 편해 해요.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배운 것이 별로 없었고 남들은 한 번도 안걸리는 암을 두 번이나 걸렸다. 암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고 암이다시 도져서 항암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또어떻게 암이 재발될지 모르는 처지였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도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요구르트 아저씨를 볼 때마다 진정한 긍정은 결과물이 아니라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며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태도 안에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나의 요구르트 아저씨에게서 진짜 긍정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다. 한때 도발적인 선언이었던 이 말은이제 좀 낡게 들린다. 원한다고 다 사이보그가 되는 것도 아니며, 기계와 매끄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대중의 환호를 받는 사이보그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손상된몸이 기계와 결합해 있다는 사실을 감추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김초엽과 김원영은 각자의 몸을 둘러싼 테크놀로지와 세계를 관찰하면서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이보그가 되는지 묻는다.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테크놀로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테크놀로지와 사회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하는지 상상하고 제안한다. 그 재설계는 깜짝 놀랄 만한 테크놀로지가 나올 5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장애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시작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이 한겨울 누군가의 집 창문밖에 서 있다. 그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찬 저녁 식사 광경을 바라본다. 그 응시는 쓰라리고 원통한 어딘가를 늘 건드린다. 내가저 정상성‘의 세계에 속할 수 있을까. 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질문한다. 자신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사회가 보는 시선으로 자기 밖에서 자기를 바라본다. 이 이중 삼중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괴물‘ 그리고 사이보그‘ 이다. 그러나 ‘괴물들은 또한 안다. ‘괴물‘이 되는 일은 종종 불편하고 화나지만, 그 괴물 됨‘의 경험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사유하고 질문하게 함을,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으며 상상한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일어나고, 걷고, 듣고, 보고, 말하고 춤추는 장관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상태에 따라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는 영토를, 결여‘가 아닌 ‘압도적인 고유성‘을 가진 이 아름다운 ‘괴물들‘의 시끌벅적한 축제를!

펼쳐지는 시위를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사람들은 성경의 한 구절에서 예수가 앉은뱅이‘에게 "일어나 걸어라" 라고 말하는 순간을기대하듯 황우석 교수와 그의 연구 성과에 희망을 걸었다. 어린시절 여름성경학교에서 저 구절을 배울 때 나는 ‘앉은뱅이‘라는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예수님이 정말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성인이 된 2006년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예수님이 "일어나 걸어라" 라고 말하지 않고, "걷지 않아도 좋으니 (네 방식대로) 당당히 일어나라"라고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의 레스토랑 예쁘지? 저기가 주제페가 운영하는 시칠리아 식당의 정원이야.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 먹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나중에 좋아하는사람과 저기에 가게 되면, 내가 소개해서 왔다고 쥬제뻬에게꼭 말해. 아마 더 맛있는 음식을 해줄 거야."
의도를 지닌 이야기였다. 그렇게 짐작되었다. 소년의 마음에 ‘하고 싶은 일‘ 하나 만들어주고 싶은 의도. 하고 싶은 일이있는 사람은 자신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는다. 그 일을 이루기위해서 돈을 모으는 공부를 하든, 어떤 노력이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길 안의 삶을 살게 된다. 박찬일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슬쩍, 작은 일 하나 보여주고 "이거 하고 싶지 않니?"라는 말을 가만히 건넨다. 그 일 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이 소년들에게 맑은 물로 스미고 있었다.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세상과 삶의 이야기를 어린 영혼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어른의 일 중 하나가 아닐까. 몸도 생각도 덜 여문 사람들을 곁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오늘 나는 따뜻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잠깐 만나서 인사만 나누는 나를위해 도운이는 방에서 펜을 들고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소년의 시간을 떠올렸다. 사람에게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 아이들과 나는,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관계는 아니게 되었다. 누가 일방적으로 무엇을 베푸는 관계도 아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얼마만큼이든, 우리는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란한 색, 강력한힘은 아닐지언정,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물들이고 있다

도운이가 ‘환대‘라는 말을 정확하게 쓴 것을 보고, 팔뚝에약하게 소름이 끼쳤다. 특정한 말을 공유한다는 것은 말에 붙어서 오는 마음도 함께한다는 뜻이다. 도운이는 환대라는 말을 배웠다. 사람이 사람을 반갑게 맞고 정성껏 대하는 마음을배웠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영혼이라면 아무렇게나 살지않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살지 못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단할 것 없는 몇 번의 납작한 건넴이었지만, 소년은 나에게 바윗덩이만큼 육중한 신뢰를 보냈다. 당신 덕분에 책을좋아하게 되었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은 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세상에 나가서도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말들이었다.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절대적인 신뢰이자 지지의말들이었다. 소년이 나에게 선물한, 내가 소년에게 필요한 사람이자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감에 기대어 일 년을 살아냈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람‘이다.

"선생님, 힘드시죠? 오늘 어쩐지 어수선하네요."
오늘은 소년원의 소년이 나의 표정과 마음을 살펴주었다.
작년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 올해의 내가 소통할 동료 없이살아가리라는 것을, 소년에게 위안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어떤 시절에 누구로부터 이해의 마음을 받을지 미리 알수 없다. 위로는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으로부터 찾아오기도 하더라. 나의 마음을 살펴준 소년의 마음이 고마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