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든 우리 자신이든 모두 매 순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켈룬은 우리가 날마다 걷는 그 길이 우리보다 앞서다른 사람들이 걸었던 길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길은언제나 그 길을 걸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수반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길은 어떤 한 사람이 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걸어 다닌 행동이 모두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이말은 내게 매우 심오한 깨달음을 준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사실대부분의 사람은 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이 바로 각성, 즉 깨달아 안다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 내 가슴속 깊이 새겨둘 에켈룬의 지혜로운 생각 두 가지를 고백하자면, 첫째는 "길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것, 둘째는 "길은 혼돈 속의 질서"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지혜는 우리가섬겨야 할 말이자, 침잠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옛날에 길은 자연풍경과 서로 어울렸다. 길은 자연경관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로는 달랐다. 도로의 출현은 모든 것을바꿨다. 도로는 자연 본래의 풍경을 개조했을 뿐 아니라, 계절이바뀜에 따라 먹이를 찾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생존에필수적인 불곰과 순록, 연어, 늑대 같은 거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이주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었다.
동물들의 이동 경로는 가로놓인 거대한 도로들 때문에 막혔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는 어느 날 갑자기 창공을 지배하기 시작한 날아다니는 거대한 금속 흉물덩어리들 때문에 끊기고 말았다.
해마다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이동하는 길도 강물을가로막은 댐과 다리들 때문에 끊겼다. 수많은 종이 천연 서식지를잃고 멸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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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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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신기하다고 할까. 내가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에요.
너무 행복해. 스튜디오의 오디오 시스템도 좋거든요, 음악맘껏 듣고 청취자들하고 이야기하고 또 실없는 농담도 한마디씩 하고. 그래서 청취자들이 재밌어 하면 또 기쁘고.
지겹지가 않으니까 지금까지 한 거지, 이걸."

그는 매일 똑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돌면서 운전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 같은 코스를 돌더라도 매번 새로운 승객이 타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슬쩍 엿듣고, 저녁이면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차분한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반짝이는 틈새를 찾아내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더 자주, 더 많은 행복과 마주치기 마련이다. 배철수의 똑같은 하루도 마찬가지다. 늘 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사연이 있고, 그 안에서 그는 하루하루를 각기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두려움은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참고 견디는 거래요. 신을 믿는 것이 두려움을 견디는 데 다소 힘이 되어줄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안 무서워지는 건 아니라고, 다만이렇게 두려움을 가진 채로 살아나가는 용기가 있으면 되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기는 게 목적이었던 사람들은, 패배를 예감하면 신념을 접고 승기를 잡은 편의 진영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그 역시 하나의 인생이라 여긴다. 어떤 선택의 단면으로만 누군가의 삶을 재단할 수는 없기에. 다만 나의 존엄을 지키려고 싸운 이들에게는 실패도 괜찮은 것이었다. 성취를 거두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옳은 삶을 살고 있기에 비참하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이며, 또 한편 영원히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봐요. 무슨 일이 언론에 나면 우리는 보통 사실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래서 자기가 직접 알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이거 엉터리야.‘ 하고 비판하면서도 자기가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선 대충 사실일 거라고 여기죠, 모두가. 그러니까이건 인간에게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헤어날 수 없는 연옥이죠."

"가짜 뉴스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얼마나 믿을 수있는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생각인가, 내가 가진 생각은진짜 나의 생각인가, 내 생각은 옳은 것인가? 그런 걸 항상 점검해야 해요. 그러려면 나 자신과 내가 가진 생각 사이에 거리감을 유지해야 하죠. 내가 현재 가진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거나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들었을 때, 거리감이 있는 사람은 그걸 수용할 수 있거든요.
근데 나 자신과 내 생각 사이의 거리감이 없으면 그걸 배척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확증 편향이라는 게 생기고 가짜뉴스에 현혹되기 쉽죠."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교수님이 이걸 다 가르쳐준 이유는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해요. 자기도 모르게 흉내를 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너의 것을하라고요. 사실 유명한 선배들을 보면 ‘와,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게 대다수의 태도거든요. 그런데 정말 훌륭한 선배를 보고 배우되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걸 어떻게내 식대로 해나갈 것인가, 어떤 건 과감하게 버릴 것인가, 그걸 볼 수 있는 시각도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훌륭한 삶이 아니라저한테 맞는 삶을 살고 싶어요."
유시민

"사람은 누구나 단 한 번의 인생을 산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만난다는 것은 내가 결코 살아본 적 없는 시간을 마주하는일인 셈이다. 사람의 일생을 각기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의 페이지를 넘겨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바로 대화일 것이다." -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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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쳇바퀴 속에서 홀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대화가, 특히 ‘좋은 대화‘가 필요하다. 내가 뻗어나갈 수 있는 세상의 크기는 분명 한정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더생생해지지 않을까. 개인이 실제로 만나기는 어려운 다양하고 인상적인 인물들과의 대화, 그 세계와 세계의 만남을 대화의 희열이 간접적으로나마 주선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이 책의 독자들이 방송에서 마음에 닿았던 각자의 소중한 대화들을 되새길 수 있기를, 또 그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아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대화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제가 후배들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얘기는드라마 <나의 아저씨〉 찍으면서도가장 공감이 됐던 말인데,’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거예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아무것도 아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견뎌왔던 시간이 많거든요.
10대 때부터 항상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던 게좋을 때 너무 들뜨면 떨어질 때 외롭고 쓸쓸하니까뭐가 됐든 항상 나로 있어야 한다.그래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도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들을 어떻게 완벽히소화시켜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야 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확신하고 뜸을 들이기 위해 가끔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때가 있다. 일에 있어서는 무섭게 성장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는 잠시 매무새를 다듬으며 균형을 잡을 타이밍도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때 제가 앞으로 훨씬 더 밀도 있게 살아야겠구나.‘ 하고생각했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거품으로 부풀려진 게많은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까 진짜 꾹꾹눌러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내 밀도를 채우자, 싶었어요. 그래서 프로듀싱을 제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불안하면서 근사해 보이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잘되든 안되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관행에서 벗어나 이상적이고새로운 것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기존시스템을 바꿀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힘이나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손해를 조금 감수하더라도 금기를 깨고 변화를 시도해 준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옛날부터 하던 놀이가 있어요. 셈 치기 놀이라고, 어릴 때제가 원하는 걸 완벽하게 다 가질 수 없으니 어머니가 있는 셈 치자.‘라고 했거든요.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인데 트리를 살 형편이 못 되니까 ‘트리가 있는 셈 치는‘ 거예요.
그럼 갑자기 눈앞에 너무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트리가 나타나곤 했어요. 그러니까 그날도 사실 제가 생각지도 못한멋진 카덴차와 노래를 잘 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있는셈 쳤기 덕분이었어요. 앞에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어머니가 보이니까 평소보다 힘이 나고 훨씬 잘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알 수 없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기준을 바깥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수라는 직업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떤 눈빛과 말투를입을지 생각하면서 그들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자신을 꺼냈으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 집조차 남들이 봤을 때 ‘지코스럽다‘라고 할 만한 인테리어로 꾸미고 있었다.

이후 거의 13년 동안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담아둔 채로 ‘전대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았다. 전대에는 사실 돈이 아니라 이름이 들어있었다. 도움준 사람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몸에 지니고 다녔고,
또 혹시나 객사라도 하면 남은 가족들이라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주길 바라는 뜻도 있었다.

"잘난 거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아?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 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건 타고 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건 너 하기 나름이라고!"

학예회때 큰북을 막 치는데 저쪽에 어머니가 앉아계신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신명이 나서엄청 열심히 쳤어요. 끝나고 나니까 다른 학부형들이 우리 어머니한테 아들이 음악을 너무잘해요.‘ 하고 한마디씩 해주시고, 어머니도 저한테 ‘너 음악에 재능이 있나 보다. 하고 칭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아, 난 음악에 재능이 있구나.‘ 하면서 저 스스로 음악을 잘하는아이라고 믿고 살았어요. 그다음부터는 음악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다랗게 생긴거예요. 그때 칭찬받은 기억이 저에게는 이 일을 하게 된 동력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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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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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에게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수했음을 깨닫고 인정하고 수습을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같은 실수를다시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성장으로 나아가는길이다. 의식화된 절차를 거치건 아니건 다르지 않다.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추상적으로만 좋은 일이 아니고 진화상 막대한 이득이 있는 행위다. 이 식물에 독이 있다든가 이 강 아래쪽에는 급류가 흐른다 따위를 학습하지못하면 죽을 수 있다. 같은 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의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사람은 항상 자기 방식의 오류를 알아내고 더 나아지려고애써야 한다. 이것이, 다르게 쓰이는 더 나아지다라는 말의본질이다.

liminal‘이라는 단어는 문턱을 뜻하는 라틴어 limen‘에서 왔다. 그러니까 의식은 다른 세계로가는 입구라고 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의식(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라든가)이나 평생 한 번 일어나는 의식(장례식)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알게 된다. 무언가의 부재를 겪지 않고는 그것의 진짜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헛발질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속죄하지 않고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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