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쳇바퀴 속에서 홀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대화가, 특히 ‘좋은 대화‘가 필요하다. 내가 뻗어나갈 수 있는 세상의 크기는 분명 한정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더생생해지지 않을까. 개인이 실제로 만나기는 어려운 다양하고 인상적인 인물들과의 대화, 그 세계와 세계의 만남을 대화의 희열이 간접적으로나마 주선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이 책의 독자들이 방송에서 마음에 닿았던 각자의 소중한 대화들을 되새길 수 있기를, 또 그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아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대화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제가 후배들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얘기는드라마 <나의 아저씨〉 찍으면서도가장 공감이 됐던 말인데,’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거예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아무것도 아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견뎌왔던 시간이 많거든요. 10대 때부터 항상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던 게좋을 때 너무 들뜨면 떨어질 때 외롭고 쓸쓸하니까뭐가 됐든 항상 나로 있어야 한다.그래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도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들을 어떻게 완벽히소화시켜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야 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확신하고 뜸을 들이기 위해 가끔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때가 있다. 일에 있어서는 무섭게 성장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는 잠시 매무새를 다듬으며 균형을 잡을 타이밍도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때 제가 앞으로 훨씬 더 밀도 있게 살아야겠구나.‘ 하고생각했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거품으로 부풀려진 게많은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까 진짜 꾹꾹눌러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내 밀도를 채우자, 싶었어요. 그래서 프로듀싱을 제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불안하면서 근사해 보이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잘되든 안되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관행에서 벗어나 이상적이고새로운 것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기존시스템을 바꿀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힘이나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손해를 조금 감수하더라도 금기를 깨고 변화를 시도해 준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옛날부터 하던 놀이가 있어요. 셈 치기 놀이라고, 어릴 때제가 원하는 걸 완벽하게 다 가질 수 없으니 어머니가 있는 셈 치자.‘라고 했거든요.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인데 트리를 살 형편이 못 되니까 ‘트리가 있는 셈 치는‘ 거예요. 그럼 갑자기 눈앞에 너무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트리가 나타나곤 했어요. 그러니까 그날도 사실 제가 생각지도 못한멋진 카덴차와 노래를 잘 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있는셈 쳤기 덕분이었어요. 앞에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어머니가 보이니까 평소보다 힘이 나고 훨씬 잘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알 수 없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기준을 바깥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수라는 직업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떤 눈빛과 말투를입을지 생각하면서 그들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자신을 꺼냈으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 집조차 남들이 봤을 때 ‘지코스럽다‘라고 할 만한 인테리어로 꾸미고 있었다.
이후 거의 13년 동안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담아둔 채로 ‘전대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았다. 전대에는 사실 돈이 아니라 이름이 들어있었다. 도움준 사람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몸에 지니고 다녔고, 또 혹시나 객사라도 하면 남은 가족들이라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주길 바라는 뜻도 있었다.
"잘난 거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아?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 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건 타고 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건 너 하기 나름이라고!"
학예회때 큰북을 막 치는데 저쪽에 어머니가 앉아계신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신명이 나서엄청 열심히 쳤어요. 끝나고 나니까 다른 학부형들이 우리 어머니한테 아들이 음악을 너무잘해요.‘ 하고 한마디씩 해주시고, 어머니도 저한테 ‘너 음악에 재능이 있나 보다. 하고 칭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아, 난 음악에 재능이 있구나.‘ 하면서 저 스스로 음악을 잘하는아이라고 믿고 살았어요. 그다음부터는 음악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다랗게 생긴거예요. 그때 칭찬받은 기억이 저에게는 이 일을 하게 된 동력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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