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호시노처럼 알래스카의 얼굴도 모르는 어느 마을 촌장에게 편지를 보내 볼까. 머나먼 알래스카로 떠나 평생 숲속 통나무집에서 살면 어떨까.
물고기를 잡고 야생초를 채집해 팔까, 아니면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살아갈까. 마음속 알래스카를 찾아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나에게 찾아온 인생의 권태기는 봄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빛을 찾아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호시노가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출발"이니까.

사람이 여행을 떠나 새로운 땅의 풍경을 자신의 것으로만드는 데는 결국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많은 나라를 간다 해도, 지구를 몇 바퀴 돈다 해도그것만으로 넓은 세계를 느낄 수는 없다. 누군가와 만나고 그 사람이 좋아졌을 때에야 비로소 풍경은 넓어지며깊이를 갖게 된다.
- 호시노 미치오, 『긴 여행의 도중』에서

다리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말고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단 하루, 자기가 죽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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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는 시간 이외에 하는 모든 행위 페이스북이라는주식회사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것부터 삼성이나 화웨이가 생산한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애플사가 생산한 아이패드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보는 일까지는 대부분 자본의 이윤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색‘이라는 존재방식도 증발되었지만, 사생활‘이라는 근대의 또 하나의 해방적측면도 말살되고 말았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나 휴대전화위치 추적 등으로 각자의 현재 위치부터 한 시간 한 시간의 모든 행위까지 확인하고, 심지어 실시간으로 감시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사생활‘은 더 이상 논의할 의미조차 없습니다.

해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권력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되도록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해야 합니다. 조직은 항상적인 감시와 견제속에서 그저 심부름꾼으로서 일을 맡아보는 사람에 의해 굴러가야 하는 것이죠. 체제 내의 권력이든 반체제적 권력이든 권력그 자체가 악입니다. 어떨 때에 필요악일지 몰라도 어쨌든 악은악이죠. 권력이라는 독에 사람을 되도록 노출시키지 말아야 인권 수호가 가능해지고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혁명을 지향하는 조직체라면 더욱더 탈(脫)권력화되어야죠. 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무권력적, 무계급적 사회를만들어내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 교육의 아주 큰 폐단은 세계사와 한국사를 따로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개 선택 과목인 세계사는 선택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졸자나 대졸자는 ‘광무개혁(光武改革)‘이나 ‘한일합병(韓日合件)’ 내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산업화, 민주화‘를 어렴풋이는 알아도 세계사적 맥락에서의의미는 전혀 모릅니다. 인식론적 민족주의라고나 할까요? 이런식으로 배우면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은 세계사적 맥락과도 무관하게, 오로지 ‘우리‘만의 자랑 내지 ‘우리’만의 수치가 되고 말지요. 더구나 그 ‘우리’라는 범주 안에, 예컨대 중국 동포나 구소련 고려인들은 아예 포함되지 않고, 북한사도 매우 단편적으로만 언급됩니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은 학교 과정만 착실히 밟으면 오로지 대한민국의 통치자와 지식인‘들이 서술해준 ‘대한민국만의 과거‘를 아는 인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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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든 우리 자신이든 모두 매 순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켈룬은 우리가 날마다 걷는 그 길이 우리보다 앞서다른 사람들이 걸었던 길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길은언제나 그 길을 걸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수반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길은 어떤 한 사람이 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걸어 다닌 행동이 모두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이말은 내게 매우 심오한 깨달음을 준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사실대부분의 사람은 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이 바로 각성, 즉 깨달아 안다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 내 가슴속 깊이 새겨둘 에켈룬의 지혜로운 생각 두 가지를 고백하자면, 첫째는 "길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것, 둘째는 "길은 혼돈 속의 질서"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지혜는 우리가섬겨야 할 말이자, 침잠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옛날에 길은 자연풍경과 서로 어울렸다. 길은 자연경관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로는 달랐다. 도로의 출현은 모든 것을바꿨다. 도로는 자연 본래의 풍경을 개조했을 뿐 아니라, 계절이바뀜에 따라 먹이를 찾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생존에필수적인 불곰과 순록, 연어, 늑대 같은 거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이주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었다.
동물들의 이동 경로는 가로놓인 거대한 도로들 때문에 막혔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는 어느 날 갑자기 창공을 지배하기 시작한 날아다니는 거대한 금속 흉물덩어리들 때문에 끊기고 말았다.
해마다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이동하는 길도 강물을가로막은 댐과 다리들 때문에 끊겼다. 수많은 종이 천연 서식지를잃고 멸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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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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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신기하다고 할까. 내가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에요.
너무 행복해. 스튜디오의 오디오 시스템도 좋거든요, 음악맘껏 듣고 청취자들하고 이야기하고 또 실없는 농담도 한마디씩 하고. 그래서 청취자들이 재밌어 하면 또 기쁘고.
지겹지가 않으니까 지금까지 한 거지, 이걸."

그는 매일 똑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돌면서 운전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 같은 코스를 돌더라도 매번 새로운 승객이 타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슬쩍 엿듣고, 저녁이면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차분한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반짝이는 틈새를 찾아내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더 자주, 더 많은 행복과 마주치기 마련이다. 배철수의 똑같은 하루도 마찬가지다. 늘 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사연이 있고, 그 안에서 그는 하루하루를 각기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두려움은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참고 견디는 거래요. 신을 믿는 것이 두려움을 견디는 데 다소 힘이 되어줄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안 무서워지는 건 아니라고, 다만이렇게 두려움을 가진 채로 살아나가는 용기가 있으면 되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기는 게 목적이었던 사람들은, 패배를 예감하면 신념을 접고 승기를 잡은 편의 진영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그 역시 하나의 인생이라 여긴다. 어떤 선택의 단면으로만 누군가의 삶을 재단할 수는 없기에. 다만 나의 존엄을 지키려고 싸운 이들에게는 실패도 괜찮은 것이었다. 성취를 거두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옳은 삶을 살고 있기에 비참하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이며, 또 한편 영원히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봐요. 무슨 일이 언론에 나면 우리는 보통 사실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래서 자기가 직접 알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이거 엉터리야.‘ 하고 비판하면서도 자기가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선 대충 사실일 거라고 여기죠, 모두가. 그러니까이건 인간에게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헤어날 수 없는 연옥이죠."

"가짜 뉴스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얼마나 믿을 수있는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생각인가, 내가 가진 생각은진짜 나의 생각인가, 내 생각은 옳은 것인가? 그런 걸 항상 점검해야 해요. 그러려면 나 자신과 내가 가진 생각 사이에 거리감을 유지해야 하죠. 내가 현재 가진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거나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들었을 때, 거리감이 있는 사람은 그걸 수용할 수 있거든요.
근데 나 자신과 내 생각 사이의 거리감이 없으면 그걸 배척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확증 편향이라는 게 생기고 가짜뉴스에 현혹되기 쉽죠."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교수님이 이걸 다 가르쳐준 이유는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해요. 자기도 모르게 흉내를 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너의 것을하라고요. 사실 유명한 선배들을 보면 ‘와,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게 대다수의 태도거든요. 그런데 정말 훌륭한 선배를 보고 배우되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걸 어떻게내 식대로 해나갈 것인가, 어떤 건 과감하게 버릴 것인가, 그걸 볼 수 있는 시각도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훌륭한 삶이 아니라저한테 맞는 삶을 살고 싶어요."
유시민

"사람은 누구나 단 한 번의 인생을 산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만난다는 것은 내가 결코 살아본 적 없는 시간을 마주하는일인 셈이다. 사람의 일생을 각기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의 페이지를 넘겨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바로 대화일 것이다." -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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