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제목을 선사한 첫 번째 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그렇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 봄이 되어 자연이 소생하면 우리의 감각도 살아난다. 아이의 환호와 기쁨에 전염될 때면, 오래도록 바라던 것을 이룰 때면, 무언가를 실제로 경험할 때면, 관계에서 부드럽거나 에로틱한 무언가가 꿈틀댈 때면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첫 번째 글 마지막 부분에서 프롬은 선언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개인적 특성을 자랑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떤 자질과 개성을 훈련하면 항상 친절하며 능률적이고 고객 지향적이며 공손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이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존재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이다. 자기 나름의 존재(자기 나름의 생각과 느낌, 본래의 관심과 활동성)는 성공하고 호응을 얻는 데는 대부분 유익하지 않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것은 의식적 경험에서 쫓아버리고 습득한 것(훈련해 배웠거나 소비해 얻은 것)으로 자신을 느끼려 한다. 프롬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힘, 스스로 활동적이도록 해주는 자기 나름의 힘에서 ‘소외되어’ 그 힘을 길어낼 수조차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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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끝부분이 역시 절창이야. "Lonely lonely lonelywhale/ 이렇게 혼자 노래 불러/ 외딴섬 같은 나도 밝게 빛날 수 있을까 Lonely lonely lonely whale/ 이렇게 또 한번불러봐/ 대답 없는 이 노래가/ 내일에 닿을 때까지// Nomore, no more baby/ No more, no more/ 끝없는 무전 하나언젠가 닿을 거야/ 저기 지구 반대편까지 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메시지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봐.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셋/ 그래도 좋은 날이 훨씬 더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괜찮아 자 하나 둘 셋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내 손을 잡고 웃어/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난 날 믿어 내 등이 아픈 건
날개가 돋기 위함인 걸
난 널 믿어 지금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한 비약인 걸

화가 마티스도 이런 말을 했어. "나는 사람들이 ‘이건 그리기 쉬운 그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땅의 시 쓰는 한 사람으로서 반성을 해

필 땐 장미꽃처럼흩날릴 땐 벚꽃처럼질 땐 나팔꽃처럼아름다운 그 순간처럼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그래서 조급했고 늘 초조했어남들과 비교는 일상이 돼버렸고,
무기였던 내 욕심은 되려 날 옥죄고 또 목줄이 됐어그런데 말야 돌이켜보니 사실은 말야 나최고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것만 같아위로와 감동이 되고 싶었었던 나

끝내 주인공이 바라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안일과 성취와 행복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 ‘너와 함께 하는 나라야. 보다 넓은 세상.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너와 나를 연결하는
‘문‘을 갖고 싶어 해.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그 마법의 공간에서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일은 대단한이 아니야.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저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넌 괜찮을 거야 oh 여긴 Magic Shop." 그래,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지.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혼자서라도 외쳐보겠어되풀이될 이 악몽에주문을 걸어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몇 번이라도 되뇌보겠어또 다시 쓰러진대도난 괜찮아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이 있다는 것과 "밤이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이라는 생각은 상쾌한 발견이고,
탁견이야. 나아가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라는 믿음은참 훌륭한 자각이야.

넌 별에서 우리 대화는 숙제 같았지/ 하루는 베프, 하루는웬수/ I just wanna understand." 하지만 그냥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다는 게 그 소년의 고백이야.
야, 이 외계인아. 미스터리처럼 말 안 통하는 친구야. 그래서 더 특별하고 좋았다는 거야. 안 좋은 게 더 특별하고좋았다는 건 뭘까. 우리의 영혼 깊숙이 서로에게 끌림이 있었다는 말일 거야. 분명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떠한 신비한 자력(磁力) 같은 힘 말이야.

두 사람이 함께 지내오는 동안 갖가지 일이 있었겠지. 그래. "일곱 번의 여름과 추운 겨울보다 오래/ 수많은 약속과 추억들보다 오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겠지. 구체적으로 그것은 ‘교복 차림으로, ‘한 편 한 편의 영화‘로, ‘만두사건‘으로 추억의 창고에 쌓이게 되었다고 그래.
아마도 그 친구 이름이 ‘지민’인가봐.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부풀고 듣기만 해도 얼굴이 밝아지는 이름. 친구란바로 그런 것이지. 내가 아닌 또 하나의 나. 옛사람들은 이런 친구를 지음이라고 불렀어. 내마음을 나처럼 알아주는 사람이란 뜻이지

예원아, 너도 알다시피 BTS, 그들의 노래는 묘한 매력을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노래는 거시적이면서도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매크로,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 마이크로, 일상적이고 소소한 개인의 그리움과 사랑을담고 있지. 스케일이 다르고 심도가 다르다고 보아야 해.

그리고 BTS,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기상천외해. 매우 새롭다는 얘기지. 하지만내용만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친근함을 느끼게 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이게 또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특징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결국은 여기서도 나는 공자님의 말씀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읽어, 본래의 뜻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앎

BTS의 리더 RM은 어떤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고해. "방탄의 모든 노래는 팬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팬이자 서로의 아이돌입니다. 이러한 순환구조. 끊임없이 주고받는 선순환(善循環)이 결국 그들의 존재감과 인기를 더욱 끌어올린다고 봐.
나는 너다. 너와 내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同質感) 같은 것. 피아일체(彼我一體).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우리에게 아주 많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삶의 태도요, 에너지 그 자체라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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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역사서를 집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회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또 행동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

회화와 조각은 하나이며 같은 것입니다. 이런 일심동체이므로, 화가는회화를 중시하고 조각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되며, 마찬가지로 조각가는 회화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나는 조각이라고 하면 대리석덩어리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작업, 더 나아가 회화 위에다 더많은 것을 덧붙이는 작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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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더 나아지거나, 더 채우거나, 더 좋은 무엇이되어야 한다는 기대 없이 관계가 저절로 오래 지속될것이라는 이해만으로 가족을 지탱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행복을 구하지 않고, 의무도 없으며, 더발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냥 현재의 나로도 충분한 관계가 가능할지 궁금했다.

그때 나는 사랑을 지키는 법을 새로 배웠다. 사랑을 지킨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내 마음에 드는 시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내가 싫어하는 상대의 부분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확실한 이유 하나라도 지켜 내는 것이다. 꼭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옆에 있는 친구가 싫어지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으며, 각자의 마음이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대상이 내 앞에 있어도 없어도,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만큼은 지킬 수 있다.

이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역사다. 역사적으로 귀족들은 많은 하인을 거느려야 유지할 수 있는 푸른 잔디의 크기로 권력과 지위를 자랑했다. 그러다 귀족이 없어진 지금은 타당한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잔디밭의관리가 관습처럼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안다는 것은, 잔디밭을 없애는 용기의 출발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역사의효용이다. 즉, 현재 우리를 자유롭지 않게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탈출하기위해 필요한 게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날 우러러보거나, 다른 누구도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나는이기적인 사람이라네. 검소한 것도 아니고, 그저 살 구부러진 우산을 내거라고 챙기는 사람일 뿐이지. 새 우산은 비가 오는 이 시간, 이 장소에 딱자네 것일세. 난 자네를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선행하려는 게 아니야."

내 입장을 배려해준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뭐가 좋은 건지 잘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가 엿봤던 천사는 선행, 사랑,
연민, 존경 등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는 존재였다.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하나의 규칙과 올바름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랜 의문을 가졌다.

"엄마도 잘 몰라. 하지만 네가 좋은 사과를 먹는 게 제일 좋은 거, 맞는거라는 게 딱 정해져 있진 않다는 사실을 알면 돼. 그건 언제나 달라지는거야. 그걸 네가 스스로 생각해보면 좋겠어. 넌 아까 맛있는 사과 생각밖에 안 한 거야. 네가 아빠는 나쁜 거 주고, 나만 먹어야지.‘ 생각조차 못할정도로, 상황이 매번 다르다는 것을 네가 알면 돼. 좋은 사과를 먹는 것도좋지만, 아빠한테 좋은 걸 주는 것도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걸 말이야."

그럴 때 20년 전의 신부님을 생각하곤 한다. 내가 옳은 것을 내가 행하면서도 그것을 규칙으로 삼지 않고, 나와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우러질수 있기 위해 유연한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일단 내가 남들에게 신경 쓰는 것에 대해 솔직하기로 했다. 남들이 하는 말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고, 기억에 남기는 것은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다. 남들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말하는지에 동요하는 대신, 그 예언들의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결과가 생기더라도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여기서 말하는 책임이란 문제를 해결하거나 방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문제 때문에 힘들어지고 후회될 때, 그 감정을 충실하게 겪어 내겠다는 다짐이다. 많은사람들의 경고를 듣고도 결국 내가 선택한 것임을 인정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솔직하게인정하기로 했다.

인과관계를 따짐으로써 과학이 발전하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고,공공에 적용되는 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신비와 경이는 우연에 있고, 그 신비로움에 우리의 고통을 제외시켜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애틀에 있는 6층짜리 상업용 건물인 불릿 센터. 이는 향후 최소한250년 동안 상하수도나 전기 난방 공급 없이 완벽하게 자립할 수 있는건물이다. 빗물을 받아 정화해서 쓰고, 하수 역시 자체 정화한다. 전기, 난방은 태양열로 충당한다. 몇 년 전, 이 건물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친환경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는 친환경보다 더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건물에 쓰인 기술, 자재, 공법 그 어떤 것도 최고나 최첨단은 없다.대신 설명에 의하면, 진정한 첨단은 ‘대화‘라고 했다. 건물의 세세한 부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자재 도매업자, 허가를 내주는 공무원과 주변 시민들 모두가 함께 자신이 아는 것들을 나누면서 이뤄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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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것은 새벽에 입원실에서 형과 함께 바라본 지하철 전동차의 불빛이다. 성내역에서 강변역으로, 혹은 그 반대로 눈덮인 한강을 가로질러 가는 전동차의 연분홍 불빛을 형과 나는 새벽에 일어나 말없이 바라볼 때가 있었다. 우리는 그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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