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인문하다 - 문학과 철학으로 읽는 그들의 노래, 우리의 마음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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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열린책들

"책을 읽는 일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인간적이 되고자하는 것이며, 우연성과 유한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기를 중단하는 것이며, 우리가 의지하고 기댈 곳은 동료 인간들밖에 없다는 사실을 긍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 리처드 로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커뮤니케이션북스)

다만 저는 덴마크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남긴,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 볼 뿐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일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일 또한 바로 우리 자신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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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만이 지니는 또 다른 매력은 엄청난 인파가 한군데로 몰리는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만 흐른다는 점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공연 역사상 그 반대의 경우는거의 없었다. 축구 경기장만 해도 얘기가 달라진다.

단원 중에는 특히 연로하신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나와 같이일하던 공익 근무자나 간병사가 ‘초청 가수‘ 두 분을 우리 방으로모셔오신 것이었다. 숟가락 쥐는 법도 간혹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노쇠한 상태였지만, 경쾌한 동요의 가사나 멜로디만큼은 확실히 기억했다. 적어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환자가 아니었던것이다. 두 분 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부르기 전보다 늘 더 화사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학자들도 입을 모아 이 효과가 허상이 아니라 말한다. 음악이 치매 환자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이들의 뇌 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감상할 때보다 능동적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학자들은 사람이 15세에서 30세 사이에 익힌 가사와 멜로디는 평생 간다고 말한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하더라도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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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은,
우리가 경주에서 아무리 형편없이 뛰었더라도 모든 참가자에게 메달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거다. 우리 세대는 모두가 각각 독특하고, 어떤 식으로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떨치려 애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밀레니얼에게 성장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으면, 자기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는 대답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공‘이라 배웠다는 대답이 더 많이 돌아올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려고 노력하고, 대학에서 노력하고, 직장에서도 노력하고, 그러면 성공한다는 생각.
"동틀 때부터 해질녘까지 밭을 일구는 직업윤리와는 다르지만, 이 생각이 우리의 직업윤리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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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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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모든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질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것, 지금처럼 유지해야 할것, 혹은 폐기해야 할 것에 관해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번은 어떤 비평가가 피카소에게 나무를 그리는 소질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피카소는 "맞는 말이다. 나는 나무를못 그린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림을 봤을 때 그게 나무라고 느끼게끔 그릴 수는있다"라고 응수했다. 마찬가지로 비카스도 인터뷰이에게서 디테일을 끄집어내는능력이 있다. 그는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매우 인상 깊은 통찰이 담긴 답변을 끌어낸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늘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거의 매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가는사람도 있다. 이토록 우리에게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정체성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작가이자 문화이론가인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우리는 주로 다른 사람이 붙여준 꼬리표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이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이 쓴 시에 "내 안에는 다양함이 있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너무나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모두 수많은 정체성으로 형성된 존재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에서 ‘인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계급 정체성(class identity)‘에 대해 언급하며 "계급은 한개인의 사회경제적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사회적 정체성으로서 효력을 발휘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계급 정체성이 우리 사회에서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정체성 자체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양극화, 성차별 등 사회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정체성을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문제입니다. 젠(gender) 문제만 해도 그렇지요. 여성과 남성은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공통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서로 다른 사회집단의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정체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치열하게 맞서왔지요. 온갖 사회 시스템에서 성차별을 몰아내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건만, 사람들이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이유는무엇일까요. 우리는 정체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정체성에 대한인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명함에 적힌 직업이 그 사람이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쏟는 활동이 있다면 그러한 일도 직업만큼이나, 어쩌면 직업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일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 밖의‘ 활동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이유로 취미 내지 ‘쓸모없는 재능‘으로 치부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한 재능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피해 다니느라 끊임없이 길을 헤매고, 항우울제와 술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진지하게 대면하는 것보다 몽롱하게 취하는 편이 더쉬우니까요. 그러나 인생은 기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고요. 우리는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방문객으로서, 주어진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려면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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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말에서 2022년 새해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에는 제니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읽었다. 제목에 대한 부연이 책에 등장하는데, 그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절반은 우리의 관심을 도구화하는 디지털 세계의 관심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다른 무언가에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오델이 말하는 ‘다른 무언가‘는 실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다. 즉 시공간에 다시 연결되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만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책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을 독점하고 있는 소셜미디어의관심경제에서 빠져나와 진짜로 보고 진짜로 만지고 진짜로 느끼는 우리의 삶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기 위해서저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저항하기, 당장 거리로 나가 동네를, 자연을 미술관을 관찰해보기, 친구와 길고 사려깊은 대화나누기 등이다

책에 따르면 커피는 세계적으로 하루에 25억 잔씩 소비된다.
상상되지도 않는 이 엄청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커피가 자라는 적도 주변의 열대 우림은 계속해서 커피 농장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열대 우림의 절반 정도가 이미 사라졌고 지금도 매년 한반도면적 크기의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는 바람에 연평균 15~24도의 온도에서 자라는 커피의 재배지 역시 이동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기껏 일군 농장을 두고 또 다른 농장을 개발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적도 인근의 땅들이 죄다 커피 경작지로 바뀌며 생태계가 파괴되고 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들며 공 교수는 이런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커피와 코로나19가 과연 서로 관계가 없을까요?"

나는 따로 검색을 조금 더 해보았다. 주요 커피 제조국에서 만들어낸 생두를 전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역시 어마어마하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밖에 불공정한노동 임금,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임금 차별, 공정무역이 공정무역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 이런 상황을 읽게 된이상 나는 앞으로 죄책감 없이 ‘커피 마심‘을 향유할 순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는 것은 고통이라고,

요즈음 나는 ‘커피 마심‘과 ‘커피‘를 분리해 보고 있다. 아침에일어나면 커피 원두와 그라인더를 찾는 대신 큰 물병에 끓인 물을붓고 보리차 티백을 담근다.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밥그릇과 물그릇을 바꾸어주는 등 다른 일을 하며 잠을 쫓는다. 그러고는 그사이 우러난 따끈한 보리차를 소파에 앉아 후후 불어 마신다. 텀블러에는 작두콩차를 넣어 다니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할 때에는도라지차를 마시는 것으로 ‘커피 마심‘을 대신하고 있다. 아직 쉽지 않다. 뇌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중이며 나는 툭하면 꾸벅꾸백 존다. 안절부절과 꾸벅꾸벅 사이에는 이런 생각들이 있다. 이보리차는 어디에서 왔을까. 고양이의 밥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이 작두콩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도라지차를 아무걱정 없이 마셔도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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