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죄종 일곱 가지 구원
황인수 지음 / 성바오로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는 하루 종일 영혼을 씁쓸하게 만드는데 특히 기도 중에 우리를 슬프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계속 분노한 상태로 머물면 그것은 억울함, 분함으로 변하게 된다." (에바그리우스)

에바그리우스는 분노한 사람과 온유한 사람을 대비시킵니다. "온유한 이의 마음은 맑은 샘물이어서 다가오는 이에게 갈증을 푸는 물을 주지만 분노한 이의 마음은 분탕질 쳐진 샘과 같아 가까이 오는 이에게 줄 것이 없다."

타인은 내게 누구인가? 관계 맺고 사랑해야 할 사람인가? 아니면 내 구미에 맞게 차지하고 소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인가?
분노는 타인과 맺는 뒤틀린 관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나‘에게 있습니다. ‘내가‘ 타인과 맺는 관계가 뒤틀려 있다는 뜻이지요.

"분노가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만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들어왔다면 얼굴에 드러나지 않게 하라. 그러나 이미 얼굴에 드러냈다면 혀를 조심하라. 그러나이미 그것을 입술에 얹었다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빨리 마음에서 없앨 수 있도록 힘쓰라"

. "악들을 견디고 반대 앞에 굳건하며 우연히라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또 의심하지도 경건한 사람에게어울리지 않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너른 마음의 표지들이다."
이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유혹의 원인임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넓은 마음의 특성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깨우쳐주거나, 지난 죄를 없애 주거나, 현재의게으름을 바로잡거나, 앞날에 있을 잘못을 멀리하는 데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 중 하나 때문에유혹이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런 일이 벌어질때 유혹을 가져온 사람을 고발하지 않는다. 사실 그를 통해서든 다른 누구를 통해서든 하느님의 심판의 잔을 마셔야만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혹의 통로가 된 사람을 공격하는 대신 하느님을 바라보고, 자신을 용서해 주신 분께 감사하며 자기 자신을 고발한다. 그리고 다윗이 시므이*에게 그랬듯이,욥이 자기 아내에게 그랬듯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1947년 세상을떠날 때 바키타 성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이제 가방 두 개를 들고 하늘나라로 갑니다. 하나에는 나의 죄가 들어 있어요. 다른 가방은 훨씬 무겁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주님의 공로가 들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저는 우리 사회에 통섭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consilience (통섭)‘
를 jumping together (함께 솟구친다)‘라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야 간 소통을 이끌어내어 함께 승화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중에서 홀로 통섭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빈치가 아니라면 우리는 함께 통섭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공부를 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쌓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배우며 통섭을 이뤄내야 합니다.

직업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아실 텐데 예전에는 전화 교환원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처음 전화가 보급되었을 때는 전화를 건다고 바로 상대방이 받는 게 아니었어요. 전화국에서 전화 교환원들이 회선을 뽑아 상대방 쪽에 꽂아주어야 연결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직업이 사라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지, 일거리가 없어지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할 일이 없어지면 일을 만드는게 우리 인간이거든요.

영어 단어 중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단어가 있습니다. 인텔리전스(intelligence)와 인텔렉트(intellect). 우리말로 인텔리전스는 지능, 인텔렉트는 지성이라고 번역하면어떨까 합니다. 지능은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분석하고판단하는 뇌의 과정입니다.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될 수 있지요. 하지만 지성은 보다 깊은 통찰과 판단 능력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휴대전화를 잘 만듭니다. 디자인도 예쁘고성능도 좋아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휴대전화 한번 만들어봐라‘ 하는 ‘숙제‘를 내주면 기술력,
디자인 능력 등을 총동원해서 참 잘 만드는데, ‘출제’는아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뭘 출시하고 나야 우리

강의가 다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는데, 어떤 학생이 손을 들더니 뻔히 예상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화학과 학생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판에 박힌 듯한 질문에 대한 그분의 답변이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화학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내 연구실의 조교가 될 거다. 그렇지만 나처럼 피아노도 좀 치고 시도 쓰고 그림도그리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요즘 ‘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이라는제목의 강연을 자주 합니다.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이 심각한 지구의 환경 위기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저는 제법 여러 가지를 합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늘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왕복 7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13년째 걷고 있습니다. 칠십 평생 지금 가장 튼튼한 다리를가지고 삽니다. 그리고 제 가방에는 언제나 접는 장바구니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가게에서 비닐봉투를 안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나 혼자서 이런다고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들 겁니다. 제인 구달 박사님이 늘 하시는 말씀인데,
단 하루도 어느 한 사람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는 날이 없습니다. 내가 하고, 여러분이 하고,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이게 다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을 기다리며
시몬 베유 지음, 이창실 옮김 / 복있는사람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시절, 시몬 베유는 내게 영혼의 채무였다. 살갗이 벗겨진것처럼 세상의 아픔과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의 존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정잡이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이들이 겪는 고통이 살과 영혼 속에 각인되어 자신을 노예라 여기는 사람, 불행으로 인해사물화된 사람을 사랑과 관용으로 대해 인간의 상태로 되돌리고자 하는 사람, 가장 깊은 신의 사랑이라는 본질에 당도하기위해 자기를 몰아대면서도 결코 섣부른 위안으로 도피하지 않는 사람, 그리스도께 사로잡혔으나 더 큰 세계와 접촉하기 위해 종교의 틀 속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사람, 세상의 혼돈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눈을 들어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 시몬베유는 그런 사람이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문턱이었던 겨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던 시기에 베유의 급우인 시몬페트르망이 쓴 『불꽃의 여자, 시몬 베유』를 통해 그녀를 만났다. 자주 새벽을 넘겨 책을 읽던 그 겨울에 베유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를 만났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그들 모두는 한 소년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의 고통, 신의 사랑, 은총의 현존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그 겨울을 보내고, 인생이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느꼈다고 기억한다.

주의력과 기다림으로 신의 사랑에 응답하는 사람만이 자기중심주의와 불의함과 감정의열광에서 자유로워져,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타인과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인간이 자신을 잊고 신을 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앙을 갖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신앙에 대한 지극히 성스러운 답변으로 읽힌다. 눈을 가리는 감정을 걷어 내고 홀로 존재할 것. 선을 위해 자신을 내맡길 것. 삶의 고통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일것. 겸손한 마음으로 완전한 주의를 기울일 것. 시몬 베유는 철학자이자 정치가로서 이 모든 결단을 스스로 고민하는 지성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가운데 자신의 사상을 전개했기 때문일까. 집단적 경험을 경계하면서도 초월적인 신의섭리에 따르고자 했던 베유의 치열한 고민과 경건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가장 성스러운 삶을 살았던한 인간, 수많은 ‘주의‘ 속에서 신을 소명으로 삼았던 한 인간의 기록을 읽는 동안 독자는 순수한 단독자로 돌아갈 것이다.

1) 기다림. 가장 소중한 선은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힘
으로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가짜 선을 찾게 된다.

2) 주의력. ‘주의를 기울임‘은 가장 고차원적인 노력이다.
그러나 의지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에자신을 여는 행위다. 즉 타자에게 열린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때 영혼은 자신을 비워내고 그 타자를 있는 그대로받아들인다. 불행한 자가 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건 바로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여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고통받는 자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기적이다.

3) 고통과 불행. 히브리인들의 관점에서 죄는 고통이고덕은 번영이다. 그렇다면 야훼는 지상의 아버지이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아니다. 즉 가짜 신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노예들을 위한 종교이며, 노예들은 그 종교를 신봉하지 않을 수 없다. 악과 불행 (다시 말해 중력)은 역설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해 준다. 신은 자신이 힘을 미칠 수있는 그 어디에서도 명령하지 않기로 하신 것이다

4) 악. 신께서 육화를 통해 희생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십자가를 통해 노예의 조건을 짊어지지 않았다면 창조는 하나의 우발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악을 증거로 내세우며 이 삶이 가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이 의미 없는 것이라면, 악과 인간이 당하는고통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세상에서의 삶 역시 하나의 오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그와 함께했던 이들이 하느님이라 고백한 그분이 우리의 고통을 직접겪으셨다는 사실은, 이 고통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베유에게 진리는 현실과의 접촉이다. 이 세상이야말로 우리에게 가능한 유일한 현실이라는 것, 우리가그 모든 가공할 일들까지 포함해 그 현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가상의 무언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분명하다는 것. 그녀는 종교를 마음의 위안이나 미래에있을 보상으로 삼는 것을 신성모독적인 자기기만이라고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컨대, 정보는 현실을 재현하기도 하고 재현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는 항상 연결한다. 이것이 정보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역사에서 정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할 때 우리는 ‘현실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진실인가 거짓인가?‘를 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대개 더 중요한 질문은 ‘사람들을 얼마나 잘 연결하는가? 어떤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다른 누군가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모두 우리의 의식적인 통제를받지 않는다. 사실 이편이 더 낫다. 의식이 모든 걸 자기 공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뇌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에는 옆으로 물러나 있는 편이 최선일 때가 대부분이다. 의식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세한 부분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피아노 건반에서손가락을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 곡을 잘 연주할 수 없게 된다.

의식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중심에 있지 않다.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속삭임을 먼 가장자리에서 듣기만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