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 철학자 박구용, 철학으로 시대를 해석하다
박구용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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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효과적 수단만을 고민합니다. 이고민은 생각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무사유는 단순한 ‘생각 없음‘이 아닙니다. 무사유는 정신의 소극적인 활동도 아니고, 의식의 무기력증도 아닙니다. 무사유는 적극적인 무시의 활동입니다. 이 적극적인 무시의 활동을 하는 것이 바로 도구적 이성입니다. 한마디로 이익계산에 혈안이 된 도구적 이성의 활동이 무사유입니다. 이 맥락에서 아이히만은 명령의 정당성을 따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익계산은 능숙하게 수행한 악마, 가장 악랄한 악마였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이히만처럼 악마는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입니다. 이는 곧 모든 평범한 사람이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목적에 관해 의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악마가 될수 있습니다. 악마는 한 사람의 속성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고 계산만하는 사람의 활동입니다.

악마가 되지 않으려면 비판적 이성이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훈련을 해야 합니다. 비판적 이성은 부정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잘못된 명령이 내려오면 그 잘못을 부정하는 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되면 헤겔이 염려했듯이 혁명 안에 반혁명을 키우게 됩니다. 헤겔은 모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부정하라고 합니다. 이를 철학에서는 ‘규정적 부정 Die bestimmteNegation‘이라고 합니다. ‘저 사람은 나쁜 놈이야!‘가 아니라 ‘저 사람의무엇이 나쁜 행동이야!‘라고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모든 걸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냉소주의입니다. 냉소주의는 언뜻 보면 멋있습니다. 하지만 냉소주의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부정적인 것을 제대로 부정하려면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규정적 부정은 부정적인 것을 한 번에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부정적인 것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부정해야만 합니다.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 Theodor Adorne의 말처럼 부정적인 것은 사라질 때까지 부정적입니다. 그러니 한 번의 전면적인 냉소적 부정이아니라 계속해서 부정하는 끝없는 부정이 필요합니다. 이 활동이 비판적 이성의 활동입니다.

의식을 지배하는 방식입니다. 둘 혹은 다수의 선택지를 주고,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통치술입니다. 통치술에 길든 사람은 하나를 선택합니다. 실제로 우리 교육이 이런 통치술에 적응하는 기술을가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간혹 ‘나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걸사슴에게 알리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사고한 결과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사슴이면서 동시에 늑대일 수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기준에 따라 나는 사슴일수도 있고 늑대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그 기준이 무엇이고 얼마나 타당한지를 따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부분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겠지만, 간혹 다른 카페에 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두 가게의 커피의 향이나 맛 또는 가게의 분위기나 서비스를 비교하기 마련입니다. ‘어? 이번에 온 카페의커피가 더 맛있네? 앞으로는 여기 와야겠다.‘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집에서만 30년 동안 커피를 마신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 다른 집 커피가 더 맛있으면 안 됩니다. 그럴 때 인지왜곡을 시켜버립니다. 이 커피는 틀림없이 뭔가 잘못된 게 들어 있을거야‘라는 식입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한 조직에서만 생활한 사람에게서 이런 경향이 자주 나타납니다. 윤석열이 바로 그 전형적인인물입니다. 그저 카페를 결정하는 수준이었다면 그래도 다행이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윤석열은 대한민국 곳곳을 빠짐없이 망가뜨릴 수있는, 아니 망가뜨린 최고 권력자였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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