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대신 학교 가 줄래?
마리사비나 루소 지음, 서지혜 옮김 / 느림보 / 2006년 2월
평점 :
아직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이 안 된 1,2학년 아이들은 방학이 마냥 짧을 수밖에 없지요. 우리 딸아이도 1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는 날 일기에 겨울 방학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써서 이 엄마를 당황하게 했으니까요.
우리의 주인공 벤도 방학이 끝나고 2학년에 올라가야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새로 바뀐 선생님이 무서우면 어쩌나, 친구들이 얼굴을 못 알아 보면 어쩌나, 선생님이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면 어쩌나, 스쿨 버스에서 제때 못 내리면 어쩌나... 온갖 걱정에 휩싸여 개학날 아침 꾀병까지 부려 봅니다. 학교에 안 가도 되는 강아지가 부러워 이렇게 묻습니다. " 나 대신 학교에 가 줄래?"
더 얄미운 건 옆에서 살살 약을 올리는 누나지요. 새 담임 선생님은 무지 무섭고, 쉬는 시간에도 못 쉬게 하고, 독거미를 키운다며 겁을 줍니다. 그러니 벤이 학교에 가고 싶겠어요? 하지만 웬걸요. 등교길에 만난 친구들은 다 벤을 알아보고, 선생님은 재미난 게임을 하고 책도 재미있게 읽어 주십니다. 남미가 어디냐는 질문에 머뭇거리자 힌트를 주셔서 금방 알아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독거미 같은 건 키우지 않습니다. 벤은 선생님이 금방 좋아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스쿨 버스에서 만난 누나가 묻습니다. "너 내일도 모레도 계속 학교 갈 거니?" 벤은"당연하지."라고 대답합니다.
미국에선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담임 선생님께서 편지를 보내 주나 봐요. 미리 사랑이 가득 담긴 선생님의 편지를 받으면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두려움도 덜 할 것 같으네요. 특히 우리 아이처럼 겁이 많은 아이에게 이런 선생님이 딱인데 진짜 부럽네요.
잔뜩 두려움을 안고 새 학년을 맞이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