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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비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
서세옥 그림, 김향수 글 / 한솔수북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은 정말 더웠다. 웬만해선 더위를 타지 않건만 올해는 내내 더위에 끌려다니며 살았다. 그래서 며칠 전 내린 비가 정말 고마웠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비가 온다며 비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바람 한 점 없이 더운 날은 앉아도 덥고 일어서도 덥고 붙어도 떨어져도 더워 지치게 마련이다. 그때 구름이 한 점 한 점 모여들여 툭툭 투두둑, 주륵 주륵 주르륵 비가 내려준다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더위에 지쳐 있을 때는 우산도 장화도 필요없다. 그냥 뛰어나가 찰박찰박 철벅철벅 빗속을 뛰어다니는 것이다. 옷 젖는다고 어른들이 몰려와 야단을 할까 봐 콩닥콩닥 두근두근 겁도 나지만 우산도 안 쓰고 장화도 안 신은 건 어른도 마찬가지. 오랜만에 내린 비라서 어른도 아이도 폴작폴짝 신이 나서 비춤을 춘다. 송사리, 피라미, 개구리, 종달새까지 함께 놀자고 불러낸다. 비 웅덩이도 넘고 둥글게 둥글게 재주 넘어 냇가에 나가 "하늘아, 고마워. 비야, 고마워." 인사한다.
더운 여름날에 소나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인다. 이렇게 놀고 있는 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같이 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먹물 그림이다.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읽는 맛과 그림을 보는 맛을 다 충족시켜 준다. 점은 머리를, 선은 팔다리를 단순화시켜 그렸다. 몇 가닥 가는 선으로 사람을 그렸지만 그 안에는 몸짓과 다양한 표정이 가득 담겨 있다. 아이들은 자기를 하나씩 정해놓고 페이지마다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툭툭 굵은 점 얇은 점 찍고, 죽죽 그은 두꺼운 선 가는 선이 정말 시원하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치고 우리도 비그림을 그렸다. 또 한 편의 재미있는 비 그림책이 만들어졌다. 그림도 즐기고 글도 즐기면서 모두모두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