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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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시골을 좋아합니다. 외가가 농사를 짓는 덕분에 농사에 대해 제법 아는 척도 합니다. 그래서 도시에 살지만 도시 아이들 같지 않은 구석이 많답니다. 이 책을 읽던 큰 아이는 지난 봄에 할머니댁에 가서 감자 캤던 기억을 바로 되살려내더군요. "엄마, 솔이네 할머니집은 우리 외할머니댁이랑 똑같아요. 상구라는 친구가 있는 것만 빼고."

지난 봄 감자를 캐러 오라는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고는 주말에 내려갔지요. 감자를 캐다가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서 두어 두둑 남겨두셨다며 얼른 아이들 보고 캐라고 하셨습니다. 옷에 흙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은 "야, 감자다" 하며 엄마를 앞서 달려갔습니다.

아이들이 잘 캘까 싶어 주의를 주며 처음엔 엄마가 캐는 감자를 주워 담도록만 했지요. 호미로 흙을 파낼 때마다 때글때글 굵은 감자알이 나오자 아이들은 정말로 신기했나 봅니다. 서로가 호미를 들고 자기가 감자를 캐겠다며 아우성었지요. 결국 감자 주워담는 일은 엄마 몫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로 자기가 캔 감자가 크다며 대어보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두 두둑의 감자를 순식간에 다 캔 아이들은 할머니께서 캔 쪽의 밭을 보고 "저쪽도 우리가 캤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지요.

저도 보라꽃이 피면 보라 감자가 열린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네요. 우리 딸아이는 외할머니도 보라 감자를 심어놓고 자기를 불렀으면 좋겠다며 스케치북 가득 보라 감자를 그려놓았습니다. 아이가 하나하나 그리는 그림이 책 속의 그림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그림 작가가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솔이나 우리 아이들처럼 찾아갈 할머니댁이 있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세상에 아주 조그만 식물 하나도 혼자서 자라는 것이 아님을 저절로 알게 되지요. 가랑비랑 이슬이랑 뙤약볕이랑 할머니가 그것들을 키우지요. 여기에 또 하나 있답니다. 바로 아이들요. 그 아이들은 힘든 일을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농군에게 가장 큰 힘을 줍니다. 어쩌면 주말에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감자며 호박이며 고추를 돌보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초등 4,5학년만 되어도 방학 같은 때 할머니댁에 데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나 이틀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공부를 한다고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까요? 그 시간에 할머니댁에 가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늘 손주들 기다리다 목이 길어지는 할머니 품에도 안겨보고 할머니가 쪄주는 감자랑 옥수수랑 먹으면서 느끼는 사랑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솔이 엄마랑 아빠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자식들 다 도시로 내보내고 늙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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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2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래요? 전 그런 외할머니댁 없어서 ^^ 궁금하네요

소나무집 2006-08-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