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숲에는 무엇이 살까? 쪽빛문고 3
손옥희.김영림.최향숙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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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아들고는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지에서 본문 편집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해 손에서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연둣빛 한지를 깔아 처리한 바탕은 깔끔하면서도 친근감이 느껴지게 합니다. 첫인상이 아주 좋았습니다.

할머니 숲해설가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글이어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아주 쉽고 재미있습니다.  엄마가 먼저 읽고 집을 나설 때마다 한 가지 식물을 정해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엄마가 바로 식물 선생님이 되는 거지요. 하루하루 이렇게 쌓이다 보면 주변의 풀과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이 들려주는 사계절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요!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시골 할머니댁에 다녀왔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할머니댁 마당 둑에 가득한 쇠뜨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눈에도 안 보였을 리가 없지요. 큰애가 "쇠뜨기다" 하며 달려갑니다. 이때다 싶어 화석으로 발견된 이야기며 소가 좋아해서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신이 나서 한 줌씩 뜯어 외양간으로 달려가더군요.

어떤 동네에서라도 집만 나서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식물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개나리나 진달래, 민들레나 제비꽃 등 너무 흔해서 별로 관심도 가지 않는 식물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진달래와 비슷하게 생긴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는 방법,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 민들레라는 사실, 이름에 얽힌 사연들 하나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동백꽃과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같은 꽃일까요? 정답은 전혀 다른 꽃입니다.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사실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랍니다. 강원도에서는 나지 않는 동백 기름이 부러워 생강나무에서 짠 기름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며 개동백으로 불렀다는군요. 동백 기름으로 멋을 내고 싶은 마음은 강원도 여인네나 남쪽 지방 여인네나 다 같았던 모양입니다.

 미국인들이 우리 개나리를 가져다 품종 개량한 후 골든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되팔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줍니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의 수수꽃다리(흔히 라일락이라고 부름)를 가져다 미스킴 라일락이라고 이름 붙여서 되팔고 있다네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 우리 식물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게 하는지 반성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우리 토종 식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겠지요!

계절별로 식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해볼 수 있는 자연 놀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는 나무 열매로 동물 만들기였습니다. 솔방울, 도토리 껍질, 알밤만 있으면 깜찍하고 귀여운 강아지랑 사자랑 다람쥐를 만들 수 있답니다. 열매가 많은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겨울산에서도 나무 줄기 본뜨기를 하면서 나무와 친해질 수 있지요. 제비꽃 씨앗으로 쌀밥 보리밥 놀이를 했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습니다. 아이들과 꼭 한 번 해보세요.

제목의 물음 때문에 진짜 우리 동네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지 찾아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방학 때 카메라랑 필기 도구를 챙겨들고 아이들과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식물을 조사해 보기로 했답니다. 그러면 멋진 방학 숙제 하나가 완성될 것 같아요.

실제 사진을 곁들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 책에는 있습니다. 세밀화도 좋지만 실제 식물을 만났을 때 이게 그 식물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거든요.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숲과 자연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이들 손을 잡아끌며 "얘들아, 이것 좀 봐" 이 한마디면 아이들은 자연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먼저 읽고 엄마 눈에 보이면 아이들 눈에는 저절로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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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6-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 같아보여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겠지요..

소나무집 2006-06-2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학년 아이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