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전만 해도 무더위가 끝날 것 같지 않더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원주에서 보내는 여름은 그래도 견딜 만했는데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워서 옆에 누워 자는 남편의 체온이 뜨겁다는 것조차 못마땅했다.
에어컨 틀지 말라고 홍보를 해대는데도 난 저녁마다 에어컨을 틀고 밥을 먹었다.
공공 기관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사무실 냉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라도 좀 시원하게 있고 싶어했다.
그래야 밥이 넘어간다며...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하고 싶은 심리도 작용하고...
어느 날 문득 풀벌레 소리가 들리더니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일었다.
그런 날씨 변화가 무슨 기적 같기만 하다.
그 기적이 진~짜진짜 감사하다.
이젠 자다가 남편의 손이 스쳐도 따스해서 봐줄 만하다.
지난 밤에는 창문을 닫고 잤는데도 서늘해서 이불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이 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