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다가 하루키의 솔직함에 반해서 라디오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름이 좀 유명한 사람들은 아주 솔직한 마음은 드러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루키는 거리낌이 없다.

다른 누군가가 했으면 기분 상하면서 읽었을지도 모르는 성에 관한 이야기까지도 하루키가 하면

그냥 웃긴다. 픽픽 웃음이 나온다.

 

소설가로서 1등을 달리고 있으면서 1등을 불편해하고 2등을 더 좋아하는 하루키는 정말 귀엽다.

70살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편해지는 것들도 많다고 했는데 나도 십분 공감했다.

상처를 입을 일이 생겨도 "뭐 할 수 없지" 하면서 체념을 하고 낮잠을 자면 상처를 잘 입지 않게 된다고 한다.

나도 하루키처럼 힘든 일이 생기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겪는 사소한 주제를 가지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재주는 정말 부럽다.

너무나 사소해서 혹은 그냥 스치고 지나가서 사라져버리는 생각들을 솎아내어 글을 쓰고 있는데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은 차이가 이런 익살스런 에세이를 쓰게 한 것 같다.

하루키의 발랄한 농담과 익살들이 가을을 툭툭 차듯 내 마음을 툭툭 차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동안 메말라가던 내 감성에 살살 물을 부어주는 느낌도 들었다.

 

충고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쏙 들었다.

누군가 상담을 청해왔을 때 그는 이미 결론을 다 내리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쁜 방석을 깔아놓고 기다렸다가 맞장구를 치면서 열심히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실용적인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라

따뜻한 맞장구라는 걸 나도 여러 번 경험했으니까...

 

하루키는 처음 시작한 주제를 한참 들려주다가 갑자가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다.

신호 대기중에 양치질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 이야기로 빠져서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로 새버렸지 하고 우연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 걸 고백하는데

그것마저도 사실은 계산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은근히 재미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하루키의 언어에 대한 생각도 마음에 새겼다.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상대에게 전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때문에.

말이 아무리 유창해도 불명확하거나 무미건조하면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고

나 또한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자가 샐러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자는 육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샐러드 같은 건 좋아할 수 없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하루키는 책제목에서 보여주고 있다.

나도 편견을 안 가져야지 하면서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떠올리면서 반성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