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되는 것들이 많은 3월을 허둥대며 보내고 4월을 맞이했다.

<어머니 학교>는 배꽃님네 집에 놀러 갔다가 선물로 받은 책이다.

2월에 받은 책인데 어제서야 제대로 꼼꼼하게 읽었다.

 

충청도 사람인 내게 시인의 어머니가 내뱉는 시어 같지 않은 시어들은

모두 곁에서 우리 엄마가 들려주는 말씀 같다.

농사 지으면서, 자식들 키우면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은 이야기 속에

우리 삶이 모두 들어 있다.

 

학교 한번 못 다닌 어머니는 책으로 익힌 지혜가 아니라

몸으로 익힌 지혜를 하나하나 들려주시는데

시인이 어머니 말씀을 받아 적은 거라던 말에

'내 말 좀 받아 적어 보라'던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내내 짠했다.

 

그동안 내가 다닌 학교 중 '그때가 가장 좋았어'라고 콕 집어서 말하고 싶은 학교가 없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는 바로 어머니 학교였어...

어머니 학교, 그 어떤 학교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였던 것을.

 

나도 우리 엄마가 늙어서 노각이나 늙은 호박처럼 속이 텅 비어버리고

허리는 활처럼 둥그렇게 굽어지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았다.

 

이젠 아이들 키우면서 절대 공치사 같은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겠구나 싶다.

자식들도 지금의 내 나이만큼은 먹어야 엄마 그늘이 컸다는 걸 깨우칠 테니까 말이다.

사람을 철들게 하는 건 긴긴 세월이니까.

 

편애가 진짜 사랑이란다.

못난 벼 포기에 거름을 더 주어야 고른 들판이 되는데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걸 들키거나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거나

혀를 차면 안 된다는 말에

가슴이 찔린다.

그동안 내가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며 사랑하는 척했구나 싶다.

 

시인과 어머니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우리 엄마의 이야기 같다.

몇 장 실린 시인 어머니의 사진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돈다.

한때는 사내 눈길 탁탁 털어내는, 잘 여문 꽃봉오리 같은 소녀였는데

농사일에 고운 빛 다 잃어버린 시인의 엄마와 똑같은 우리 엄마...

 

진짜 학교 선생님 앞에 서면 늘 조마조마하고 조심스러운데

어머니 학교에서는 어머니 말씀 속에 깃든 즐거운 해학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엄마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렇게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며 지내는 모자 사이가 너무 부럽다.

야~한 이야기까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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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4-0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짠합니다^^ 엄마,,,엄마....고마우신 엄마!
담주에 엄마랑 숯가마 찜질방 갑니다. ㅎㅎ

소나무집 2013-04-02 09:47   좋아요 0 | URL
시집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충청도 사람이다 보니 그냥 우리 엄마가 해주시는 말씀 같더라구요.^^
엄마랑 가까이 살아서 찜질방도 갈 수 있는 세실 님이 부러워요.

신혁 2013-05-0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대단해여 정말 재미있습니다 힘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