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네팔에서 왔다. 지난 3월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한국에 온 지 5개월쯤 지난 상태였다.
그동안 남편과 살면서 익힌 한국말을 어휘 나열 수준으로 하고 있었는데 발음이 아주 정확했다.
하지만 배치평가를 한 결과 0점. 한국어를 읽고 쓰는 건 전혀 못했다.
반나절이면 익힐 수 있다고 소문난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서 소리를 익히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내가 가르친 대부분의 그녀들은 일주일, 길어야 이주일 정도면 읽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도 완전하지 않아서 물어볼 때마다 틀렸고
아주 쉬운 단어 받아쓰기도 10% 이상 맞추질 못했다.
특히 'ㅏ'와 'ㅓ' , 'ㅗ'와 'ㅜ' 구분을 못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길게 가기로 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그녀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빼고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기를 시켰다.
내가 먼저 읽고 따라 읽게 하고.... 한 과를 다섯 번 이상 복습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읽기에 집중하고 의미랑 문법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녀에게 쓴 최고의 교수 비법은 "참 한국말을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읽고 쓰는 것에 비해 발음이 좋았기 때문에 늘 그 부분을 칭찬했다.
참고할 한국어-네팔어 사전이 없어서 그녀도 나도 더 힘들었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나고 20과까지 있는 초급 1권 책을 끝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권을 끝내서 나도 기뻤지만 그녀도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시작된 2권 진도는 1권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나가고 있다.
1권에서 기초에 투자한 시간이 많다 보니 2권은 새로운 어휘와 문법만 설명해주면 쉽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외국어를 가르치면 결국 되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낀 건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만큼이나 끈기와 노력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에 대한 애정은 기본~
같은 기간 적극적인 학습자는 3권까지도 진도를 나가는 걸 보면 분명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
올해 만난 그녀들 중 두 명은 나에게 끈기가 뭔지를 체험하게 해주고 있는 중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금방 배울 것 같지만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입국 초기에 선생님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운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한국어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다음 주 네팔에서 온 그녀가 아기를 낳는다. 아이 낳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 지금 찾아보니 네팔어 회화 사전이 나온 게 있네.
다문화센터에 이거라도 구입해 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