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아주 재미있는 책 두 권을 읽었다. 아이들 책을 빼면 그나마 내가 즐겨 사서 보는 책은 소설책이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은 소설이 아니다. 정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정치 분야를 다룬 책들이 알라딘 서재에서 떠들썩해도 사서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은데 이 두 권의 책은 망설임없이 사들였다.
소설책과는 다른 쪽의 감성을 예민하게 깨워준 책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문재인의 <운명>이다. 이 두 권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주 쉽다는 것이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주인공의 마음속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소설책보다도. 하지만 감동은 크다.
<닥치고 정치>를 읽다 보면 통쾌하다. 살아 있는 언어로 우리의 현재 정치판을 낱낱이 파헤쳐준다.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도 김어준의 언어로 들으면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뉴스 앵커의 언어로 듣던 무미건조한 주제도 무지하게 흥미진진해진다.
단편의 정치적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다음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리해보는 재미가 컸다. 요즘 김어준의 추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을 만나고 있어 슬프긴 하지만...
난 사람도 책도 어려운 건 딱 질색인데 어렵지 않으니까 관심을 갖고 귀귀울이게 된다. 나와 상관없을 것 같아 흘려들었던 사건들이 나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로 들린다. 어디에 잘못된 게 있었는지 깨닫고 잘못된 걸 따지고 싶은 마음도 솔솔 생긴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욕 몇 마디가 입에 밴다는 것 정도. 하지만 자꾸 들으니 그 욕들도 정겨워지더라.
사실 <운명>은 문재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좀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짐작했다. 그래서 <닥치고 정치>보다 나중에 읽었는데 기우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 같았던 사람이지만 별로 아는 게 없었던 사람.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이 그렇게 긴 세월 이어져 온 줄 몰랐다. 상당히 감성적이고 원칙적이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노무현 대통령과 아주 많이 닮았다.
책을 보는 내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서 마음이 짠해지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때 이야기를 할 때는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가 슬펐으니.
앞으로 문재인의 발길이 기대된다. 가난하고 서럽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치를 해줄 사람 같다.
아줌마인 나, 기회 닿는 대로 정치책을 읽으리라. 요리책, 인테리어책, 소설책을 읽는 틈틈이. 그래서 내 삶을 더 맛깔나게 요리하고 품위 있게 인테리어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리라. 닥치고 살림이나 하고픈 평범한 아줌마에게조차 운명처럼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고마운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