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은 일--- > 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래 다독상 이런 거 빼고 상다운 상을 처음 받았다. 그것도 글쓰기상을!!! 일기 한 줄도 쓰기 싫어서 밤마다 실랑이를 하고... 5학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틀린 맞춤법의 진수를 보이는 아들이다. 난 아들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2학년 이후 손을 놓았기 때문에 어떤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억지로 쓰는 일기 외에 그 어떤 글도 쓰는 걸 보지 못했으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이 적어 보낸 심사평까지 온가족이 모여 앉아 읽고 또 읽어보았다.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 의 글이 우수상으로..."   

논제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주인공에 견주어 자신의 꿈과 노력에 대해 서술하세요. 이런 내용이었다길래 뭘 썼냐고 물으니 하나도 생각 안 난단다. 음, 역시 울 아들답다. 지가 뭔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는데 상을 받아 오다니...  

어찌나 귀하게 받은 상인지 주말 내내 내가 들떠 있었다. 욕심 없는 엄마의 소원이 "아들아, 상 하나만 받고 초등 학교를 졸업하여라"였는데 엄마 소원을 이루어주었으니 네가 정녕 효자로구나~   하면서... 

화딱지 난 일---> 고집 쎈 아들 덕분에 오늘 아침 한 건 했다. 늘 별거 아닌 일로 화를 돋우는 아들이니 오늘도 진짜 별 일 아니었다. 간신히 깨웠건만 침대 아래 쪼그리고 앉아 10분 이상 졸고 있다. 옷 갈아 입으라는 서너 번의 잔소리 끝에 간신히 잠옷을 갈아입기는 했는데 벗은 옷을 휙 던진다.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으라는데 무시한다. 한번 두번 세번 말을 해도 미동도 없다.  

회초리 나온다고 협박했더니 때리면 신고할 거란다.(슬프게도 우리집 이러고 산다.ㅠㅠ) 눈 감고 앉아서 들을 건 다 듣고 있다. 제가 불리할 때만 대꾸한다. 회초리를 가져온다. "잠옷 침대에 올려놓아라." 그래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아들과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이놈의 고집을 꺾어놓고 말겠다고 결심한다. 회초리로 때릴 듯이 협박한다. 진짜 때릴 마음은 없었지만 꼼짝도 않는 아들은 회초리 든 손이 올라가게 만든다. 석 대를 맞고서야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고 느릿느릿 거실로 나온다.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오늘은 엄마가 고집탱이 아들을 이겼다. 하지만 엄마 말보다 회초리를 더 무서워했으니 좀 서글프긴 하다. 책가방은 챙겼니? 준비물은 없니? 어쩌구저쩌구.... 아들의 입은 꽁꽁 얼어 붙었다.  

하지만 신문을 보며 내곡동 사저에 대해 엄마랑 누나가 하는 말을 듣고 끼어든다. 좀전의 싸움은 까맣게 잊은 태연한 목소리다. "내곡동 사저가 뭔데요?" "대통령이 이사 갈 집." "대통령 그만둔대요?"...... 에고, 아들아, 지금 너한텐 시간표 챙겨서 밥 먹고 학교 가는 게 더 중요하단다.  

오늘 이러느라 8시 45분에 학교 갔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아들도 신기하지만 이런 아들이 밉지 않은 내 마음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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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1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대견하네요

소나무집 2011-10-19 09:01   좋아요 0 | URL
상 하나 못 받고 초등학교 졸업하는 줄 알았어요. 가진 재주가 워낙 없는지라...

전호인 2011-10-1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3 울 아들이 옆지기랑 토닥거리는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았네요.
옆에서 그런 대화를 들으면 불같은 성격에 어찌하고 싶지만 이성을 잃은 아빠가 될까봐 늘 모른체 한답니다.ㅠㅠ
아이들 키우는 집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죠?ㅋㅋ
울 딸은 머리만지고 옷맵시 갖추느라 엄마의 애간장을 녹입디다. 에휴^^

소나무집 2011-10-19 09:04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에요. 참다참다 엄마 매운 맛을 좀 알아라!! 하는 의미의 경고였죠.
근데 이 아들은 엄마 무서운 걸 모르고 금방 헤헤거리던 걸요.ㅋㅋ
울 딸도 요즘 거울 들여다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2011-10-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추카 추카^^
저도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울딸에게는 기쁜 소식이 없네요 ㅠㅠ

애들이 신경 안쓰는거 같아도 시간 다 재면서 늦장 부린다고 하더라구요.
엄마 속 타는 줄은 모르고 말이예요. 어쩌면 이것도 알거예요, 그쵸?


소나무집 2011-10-19 09:07   좋아요 0 | URL
그런 거 한다는 말도 안 하고 학교 간 울 아들이에요. 책은 평소에 읽어둔 거고. 그래서 처음엔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근데 선생님이 보낸 편지를 턱 하니 보여주더라구요.ㅋ
지각했냐니까 할 뻔했죠? 그러데요.
우리집에선 이런 비스꾸리한 일이 매일 일어나요.^^

2011-10-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0-19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독서의 내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군요.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소나무집님의 그 마음을 다 알아요!!!
잠옷 침대에 안 올려두는 게 뭐 큰일(?^^)이라고 '기'를 꺾지 말고 그냥 내비두세요.
엄마만 열받지 결국 도루아미 타불이니까요. ㅋㅋ

소나무집 2011-10-19 09:11   좋아요 0 | URL
그러게 그게 뭔 큰일이라고 어른이랑 애랑 싸우고 있어요.ㅠㅠ
도루아미타불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한번씩 승질을 내게 되네요. 엄마 무서운 것도 좀 알아라 하는 의미인데 이 성격 좋은 아들은 금방 엄마가 좋아 헤헤~ 요런다니까요. 성격이 좋은 건지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건지...ㅋㅋㅋ

책가방 2011-10-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랬으면서...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거 정말 힘들어요.
작은 아이는 나름 똑 부러지는 구석이 있는지라 알람 울리면 발딱 일어나서 젤 먼저 씻는 스탈~~
근데 화장대 앞에서 하염없이 찍어바르고 드라이어로 말고 매직기로 펴고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속 터진다니까요.ㅋ
큰아이는... 아빠네 집안 내력을 그대로 이어 받아서 자도자도 졸린 스탈~~
빠듯하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씻고 화장대 점령한 동생 때문에 교복먼저 입고, 아침도 먼저 먹었는데도 동생은 아직도 화장대 앞.. 이쯤에서 둘이 또 티격태격 한답니다.
제발 언니인 니가 먼저 일어나서 먼저 준비하고 먼저 등교했으면 좋겠다고 몇번을 말해도 소용없네요.
가끔은 아무말도 안하고 밥 차려놓고 도로 방에 들어가서 애들 등교할 때까지 안나오기도 한답니다.
눈에 안보이면 화도 안나니까요.
약속시간보다 늦는 건 죽어도 못 참는 작은딸, 차라리 지각해서 청소를 할 지언정 잠을 포기하지 못하는 큰딸..
이 둘을 어쩌면 좋아요..??

소나무집 2011-10-21 09:58   좋아요 0 | URL
님 집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군요.
우린 맨날 반복되는 일인데 하루쯤은 엄마도 성깔 있다는 걸 보고 주고 싶었어요. 순오기님 말씀대로 다음 날 도루아미타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