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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김서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 외에는 별다른 걸 해준 적이 없는 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기대가 컸다. 당연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책과 친해질 기회를 주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실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아이가 만난 11 분 중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독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선생님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
나는 아이들이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학급 문고에 관심을 가졌고, 작년까지는(올해는 의욕 저하로 안 했음) 학기 초 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학급 문고를 넣곤 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책읽기가 생활화되어 있어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책을 많은 아이들이 함께 읽기를 원했다. 하지만 학급 문고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독서를 권하고 독후 활동을 하는 선생님은 없는 듯했다.
어떤 해에는 학생 수만큼 학급 문고를 넣겠다는 나에게 교실에 책이 많으니 넣지 말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연로한 그 선생님이 말한 책은 교실로 온 지 1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너덜너덜해져서 아무도 손에 들 것 같지 않은 책들.... . 난 그해 요즘 나온 좋은 책이 많다며 억지로 학급 문고 33권을 넣었다.
한동안은 우리 아이들이 참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내가 내린 결론은 그게 아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아이들에게 꾸준히 독서 활동을 권장하고 함께 하는 선생님이 드물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집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만큼이나 학교에서 독서 활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꾸준한 독서 활동을 하려면 일단 좋은 책을 고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안목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관심과 내공이 쌓여야만 책 안 읽는 아이들을 책 읽는 아이들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초등교사인 이 책의 저자는(알라딘 서재명 희망찬샘) 정말 훌륭하다. 책의 꾸밈이 화려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엄마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읽는 내내 뿌듯했다. 많은 아이들이 좋은 책 읽기를 바랐던 사람으로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당장 아이 셋이 만화책만 읽어서 걱정이라던 동생네집에 책을 주문해서 보냈다.
희망찬샘은 독서 습관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 아침 독서 10분을 꾸준히 해오셨다고 한다. 그 짧은 10분은 책을 안 읽던 아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도록 변화시켰다. 이제 독서 활동은 희망찬샘의 교사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백이 되고 있는 듯하다. 책으로 배부른 아이들 코너에는 아이들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 속엔 책을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로 변해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희망찬샘이 들려주는 책벌레로 만드는 비결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이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 날마다 읽게 하는 것,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 책읽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독후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 것,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것.... 이런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모든 걸 꾸준히 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난 요즘 아이들이 커가면서 선생님의 역할이 엄마의 역할보다 중요한 순간도 많다는 걸 깨닫곤 한다. 똑같은 말을 해도 엄마 말은 잔소리로 듣지만 선생님 말은 말씀이기 때문이다. 많은 선생님이 희망찬샘처럼 아이들의 독서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의 독서 습관은 아이들의 학습 향상을 넘어 어른이 되었을 때의 독서 습관마저 좌우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작년 사계절출판사 일기 쓰기 대회 시상식에서 만났던 희망찬샘과 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