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2층인데 창가에 피어난 노오란 산수유가 참 예쁘다. 남편은 3월에도 주말마다 서울, 경주, 고흥 등의 꽃소식을 몰고 왔는데(출장 다니며) 원주는 이제야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어제는 배꽃님이 식이요법을 하느라 한 달 내내 집에만 있는 나를 납치하러 왔다. 치악산 기슭에 있는 커피에 가서 봄바람도 마시고 차도 마시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오후에는 기운이 펄펄 났다. 어떤 날은 아이들 간식을 한 보따리 사다 주고, 어떤 날은 반찬을 바리바리 해다 던져놓고는 휭하니 간다. 늘 엄마처럼 챙겨주는 배꽃님, 고마워! 

많은 사람들이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이 책을 나는 참 지겹게 읽었다. 그래도 2주에 걸쳐 수없는 밑줄까지 그어가며 끝까지 읽어서 기특하긴 하다. 진즉에 100쇄가 넘게 출판이 되었고, 누구나 읽는 대중적인 책인 것 같아 구입을 했거늘...  

지겨웠던 가장 큰 이유는 생각하기 싫은데 자꾸 생각하게 만들어서였다.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등등. 거기다가 이름만 들어도 아득해지는 철학자들의 수많은 이론들. 

오늘도 저 높은 곳에서 아주 낮은 곳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공정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으니 정의가 실현될 날이 올까 의문이 들어 슬퍼진다. 그리고 정작 정의를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책쯤은 거들떠볼 것도 같지 않아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정의 때문에 아픈 머리를 화~악 식혀준 책이다. 구구절절한 이론과 설명 대신 촌철살인의 짧은 글 속에서 발견하는 정의의 개념이 내겐 더 살이 되고 피가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만족감과 정태련 님이 그린 아름다운 물고기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다는 미덕도 있는 책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을 가르쳐준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속성을 바꾸어본다든가, 물질 혹은 비물질 명사와 오감에 따른 서술어를 결합해보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탄생시키는 문장 훈련. 이외수가 평생 글을 잘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새삼 깨달았다.

글을 잘 쓰고 싶으니 모두  따라해보고 싶은 과정들이었는데 난 그저 눈으로만 읽고 말았다. 그러니 글을 잘 쓰긴 글렀다.  

요즘 우리 아들 딸이 이외수 팬이 되었다. 화천 감성마을에 놀러가잰다. 60대와 십대가 통했으니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보람이 아닐까 싶다.

  

 요즘 나온 신간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도 궁금해졌다. 

 

   

순오기님이 보내주신 책이다. 내가 가본 곳들도 있어서 익숙한 풍경 앞에선 반가웠다. 그동안 많은 여행서들이 정보와 감성을 함께 들이댔다면 이 책은 감성을 건드려준다. 그것도 아주 개인적인 감성들이다. 그래서 나도 가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여행자의 수첩란에 따로 나온다. 사진들이 모두 눈길을 머물게 한다. 남편이 사진작가라서 함께 다니며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더 좋았겠다. 

 

 

울 아들이 책제목에 나온 "습지가 뭐예요?" 라고 묻더니 "책에는 습지 이야기가 안 나와요." 그런다.  

습지 생태에 관한 책이 아닌데 제목 때문에 생태 분야로 분류되는 건 아닌가 염려가 된다. ㅋㅋ

나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을 나와 결혼하기 전까지 늘 자취 생활을 했다. 하지만 여자이기에 최규석의 자취 생활기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많지만 여대생의 습지생태 보고서도 나오면 참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습지에서 고생한 최규석 작가가 요즘 잘돼서 참 좋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굶어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가슴 아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정의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된다.  

아들의 질문에 아빠가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중딩 딸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구입했다.  

 

 

 

  

일본에 지진이 나고 원전이 파괴되기 전까지는 원자력발전소가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다. 이 책도 언젠가 사놓은 채 책꽂이에 꽂혀 있기만 했다.

한 번 불꽃이 터져버리면 무시무시한 무기가 되지만 그 불을 꺼뜨리지만 않으면 아주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는 핵. 하지만 그 핵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일본 원전 사태로 알게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우리 아이들은 둘  다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읽기 싫은 책이라고 했다. 주인공 엄마가 눈도 없고 팔도 기형인 아이를 낳고 죽어가던 밤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핵이 터지던 날 도시와 함께 사라진 친정부모님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엄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소리 없이 다가오는 핵의 위험들.  

긴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핵은 사라져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고 눈가리고 아웅 하는 이들이 빨리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핵은 나뿐만 아니라 죄없는 수많은 이웃까지도 힘들게 만든다는 걸 이번에 경험하지 않았나 말이다.

작가가 글을 몰아쳤다고 해야 되나... 누군가 채찍을 들고 쫒아오는 것 같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개운하지는 않다. 여울이 가족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엄마가 다른 형제들의 다사다난함, 사업이 망해서 감빵에 가는 아빠,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가 사업이 망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까지 받은 삼촌, 잔소리쟁이 팔순 할머니,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 남자친구... 그 중 한 가지만 내 삶 속에 끼여 있어도 불행해 죽을 것만 같을 텐데 잘 견뎌내는 여울이가 대단하다. 

그래도 가족 때문에 진화할 생각을 하니 가족은 참 위대하다는 데 나도 동의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1-04-1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에서 뒹굴뒹굴 재밌는 책 많이 읽으셨네요.^^
전 요새 책은 뒷전이고 매일 놀러 다녀요.
소나무집님 몸은 많이 좋아지신거죠? 건강하시길 빌게요.^^

소나무집 2011-04-12 13:57   좋아요 0 | URL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만 봐요.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느라 바쁘시던데요.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은 그냥 푹~ 쉬는데 그게 더 힘드네요.^^

책가방 2011-04-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
저도 한동안 책 안 읽다가 최근에 몇권 읽긴 했습니다만...^^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머리맡에 놔둔지 한참 됐는데 아직 손에 잡히진 않네요.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1-04-14 10:55   좋아요 0 | URL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으니 할 일이 책 읽을 것밖에 없더라구요.
침대에 누우면 책꽂이가 보이는데 안 읽은 책들 한 권씩 빼서 읽게 되네요. 가벼운 것들로요.^^

엘리자베스 2011-04-1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딱 한 권 읽었네요.
저도 분발해서 요런 페이퍼 한 번 써봐야겠어요^^
알라딘에서 공중부양할 날이 올까요?

소나무집 2011-04-14 10:56   좋아요 0 | URL
애들 책은 읽고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올린 것도 많아요.
리뷰 좀 써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결국 읽은 증거만 남기네요.^^
이미 공중부양 시작된 것 같은데요 뭘~

순오기 2011-04-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뒹굴뒹굴하면서 책 읽는 게 제일 좋은데~~~^^
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 눈으로만 읽어서 잘쓰기 글렀다에 왠지 공감하고 싶은...ㅋㅋ

소나무집 2011-04-14 10:22   좋아요 0 | URL
두문불출 뒹굴면서 사는 것도 넘 힘들어요.
글쓰기 훈련은 정말 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