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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 ㅣ 신나는 책읽기 29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11년 2월
평점 :
작가 아저씨, 아니 용포 아저씨, 전 꼭 폭력배 같은 아저씨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용포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번 들으면 잊어먹을 수 없는 이름이걸랑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건 엄마 아빠도 팔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주인공의 이름이 없어서 정말 불편해요. 누구야~ 라고 부를 수가 없잖아요. 다음부터는 반드시 주인공 이름을 지어주세요.) 어른들은 맨날 나를 보고 "지겹다, 짜증난다" 그러지만 사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가 지겹고 짜증날 때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요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ㅎㅎ
빨리 일어나라, 빨리 세수해라, 빨리 양치질해라, 빨리 밥 먹어라, 빨리 화장실에서 나와라, 빨리 숙제해라... 왜 그렇게 빨리 해야 할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천천히 느릿느릿 할 때가 더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치약을 짜서 거울에 글씨 쓰며 놀다가 엄마의 호통 소리에 놀라 양치질도 안 하고 학교에 간 날도 있고, 목욕하러 들어가서 물놀이만 하다가 머리에 물만 묻히고 나온 날도 많아요.ㅎㅎ 그래도 뭐 아직 충치 하나 없는 걸요.
우리 엄마의 잔소리도 마녀가 놀라 자빠질 정도지만 아빠도 만만치 않아요. 주말만 되면 늦게 일어나는 아빠 때문에 아침을 굶을 때가 많다고요.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픈데 10시, 11시까지 아침을 안 먹고 아빠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요? 그 사이에 저는 냉장고 문을 수도 없이 열었다 닫았다 해야만 해요. 그뿐인 줄 아세요? 같이 좀 놀고 싶어서 쳐다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구요, 2년 전에 사 주기로 한 축구화는 아직도 안 사주셨다니까요. 그러니 제 축구 실력이 더이상 안 늘 수밖에요.
엄마 아빠 하시는 걸 보면 저한테 잔소리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힘없고 나이 어리다는 죄로 늘 잔소리는 저만 들어야 한다니까요. 정말 억울해요.
마침 이 책을 읽다가 우리 엄마 아빠도 마녀에게 팔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얼마에 팔까? 머리를 굴리는데 마침 엄마가 지나가면서 묻더라구요. "너도 왕창 세일해서 엄마 팔고 싶지?" 속으로 얼마나 찔렸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속마음을 숨긴 채 이렇게 대답했죠. "저는 절대로 엄마 안 팔 거예요. 우리 엄마 같은 엄마를 어디 가서 구해요?" 저의 대답을 들은 엄마가 얼마나 좋았는지 천 년(?) 만에 피자까지 한 판 시켜주었다니까요. 그 피자 먹으면서 찔려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는 꽤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책 속에 나오는 아이의 엄마 아빠처럼 철이 없지는 않거든요. 코뿔소의 뿔이나 강시 부적, 악어 꼬리, 좀비 눈알. 상어 이빨 같은 걸 탐내지는 않아요. 그리고 시시때때로 싸우지도 않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판다고 광고를 했다가 진짜로 마녀가 엄마를 데려갈까 봐 겁도 나요. ㅎㅎ 아직 저는 엄마 아빠가 필요할 때가 더 많거든요.
그래도 이 책 읽으면서 엄마 아빠를 팔아보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고생하는 모습도 보니까 신이 나고 좋았어요. 요런 걸 어른들은 대리 만족이라고 하던가요?ㅋㅋ
용포 아저씨, 우리 누나랑 저는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중학교에 간 우리 누나 엉덩이에는 뿔이 안 났더라구요. ㅎㅎ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진짜로 속속들이 알아주는 용포 아저씨는 정말 짱이에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써 주세용.
*** 아마 우리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ㅋㅋ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아주 좋아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