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딸아이 포함 친구들 다섯을 데리고 원주시의회 견학을 다녀왔다. 수업중 직업인 인터뷰가 있는데 딸아이는 제가 아는 시의원(용정순 의원)이 있다며 정치인 인터뷰를 추천했단다.   

시의회에 도착해서 앞서 걸어가는 다섯 여자 아이들의 옷차림을 보니 우리 딸 빼고 넷이 모두 얼룩얼룩한 일명 곰팡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바지가 유행인 줄은 알았지만 내 눈엔 그닥 예뻐 보이지 않았기에 사줄 생각도 안 했다. 

집에 와서 너도 그런 바지 입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당연하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엄마 성향 때문에 입고 싶다는 말도 못했구나 싶은 마음에 하나 사주기로 결정.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 바지를 사러 갔는데 요것도 아니요, 조것도 아니요, 열 개 이상의 가게를 들르다 마지막 집에서 마음에 드는 바지를 고르긴 골랐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즈~ 

제 사이즈인 15호를 입어본 딸이 통이 너무 크단다. 워낙 허벅지에 살이 없으니 약간 여유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내 눈엔 스키니가 틀림없었다. 올해 입고 내년까지 입으면 되겠군.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하지만 딸아이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딱 달라붙는 바지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입이 나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바지만 바라보며 30여 분을 꼿꼿이 서 있던 딸, 주인 아줌마가 그럼 한 칫수 작은 걸 입어볼래?  

그래서 13호를 입어보니 종아리와 허벅지는 붙는데 길이가 발목... 키가 쑥쑥 크는 중인데 내년엔 도저히 못 입을 것 같은 길이감. 두 사이즈의 옷을 번갈아 입어보던 딸, 결국 13호를  선택해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엄마는 너무 지쳐서 저녁할 마음도 상실한 채 거실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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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10-1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얼마전에 곰팡이 바지 사줬는데... 그런데 울 딸도 워낙 마른터라 스키니를 입어도 폼이 안난답니다.
엄마 허벅지 살 좀 떼어가라고 했더니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더라구요.쩝~
에구~~ 이제는 농담도 딸 눈치보면서 해야 하니 원...

소나무집 2010-10-19 08:53   좋아요 0 | URL
우리 학교 다닐 때도 곰팡이 바지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일명 날라리라 불리는 친구 한둘이 입었지요. 제 주변에 락스에 담가서 물빼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멋쟁이일 듯...

BRINY 2010-10-1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옷을 고르는 행복이 어느 정도는 허용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대학 졸업하고나서야 겨우 제가 번 돈으로 제 옷 사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제 스타일이란 게 없었어요.

소나무집 2010-10-19 08:50   좋아요 0 | URL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티셔츠 하나 엄마 마음대로 못 고르게 하네요.^^ 엄마보다 훨~씬 감각이 있어서 제 옷 고를 때도 늘 물어보게 돼요.

전호인 2010-10-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따님과의 쇼핑에 지친 소나무님의 힘든 얼굴이 보여요.
울 딸래미의 취향도 워낙 다양해서 옆지기가 심란해 합디다.
한참 중딩 사춘기인지라......

소나무집 2010-10-19 08:57   좋아요 0 | URL
어떤 때 그런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어떤 땐 되게 밉기도 하고 그래요.^^ 아이들이 자라느라고 그러겠죠? 다음엔 아빠랑 나가서 옷 사보라고 해야겠어요. 이런 모습을 직접 본 후 아빠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요. ㅎㅎ

전호인 2010-10-21 13:39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은 돈으로 달라던데요.
친구들과 같이 알아서 쇼핑하겠다면서......
저요, 절대 안갑니다.
특히 옷 살때는 옆지기랑도 안가요
제 성격이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걍 사버리는 스타일인데 어휴 여자분들은 살것처럼하면서 매장을 다 돌아다닌 후 다시 처음에 있던 곳에 와서 사드라구요. 따라 다니는 것이 느무느무 힘들어요.ㅠㅠ

소나무집 2010-10-22 09:24   좋아요 0 | URL
살 것처럼 하면서 매장을 다 돌아다닌 후 다시 처음에 있던 곳에 와서 사 드라구요. --> 요 대목에서 공감의 웃음. 안 그러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여자들의 마음이라지요. 여자들도 남편이 옆에 있으면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

꿈꾸는섬 2010-10-2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이들 취향은 엄마들과 다르죠.ㅎㅎ
곰팡이 바지 저도 별로인데...그리고 자라고 있으니 좀 넉넉한 걸 사면 좋은데 아이들은 엄마 마음을 모르죠.ㅎㅎ

소나무집 2010-10-25 09:03   좋아요 0 | URL
엄마 취향이 아니어도 친구들이 입으면 입혀줘야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슬쩍 왕따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