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딸아이 포함 친구들 다섯을 데리고 원주시의회 견학을 다녀왔다. 수업중 직업인 인터뷰가 있는데 딸아이는 제가 아는 시의원(용정순 의원)이 있다며 정치인 인터뷰를 추천했단다.
시의회에 도착해서 앞서 걸어가는 다섯 여자 아이들의 옷차림을 보니 우리 딸 빼고 넷이 모두 얼룩얼룩한 일명 곰팡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바지가 유행인 줄은 알았지만 내 눈엔 그닥 예뻐 보이지 않았기에 사줄 생각도 안 했다.
집에 와서 너도 그런 바지 입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당연하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엄마 성향 때문에 입고 싶다는 말도 못했구나 싶은 마음에 하나 사주기로 결정.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 바지를 사러 갔는데 요것도 아니요, 조것도 아니요, 열 개 이상의 가게를 들르다 마지막 집에서 마음에 드는 바지를 고르긴 골랐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즈~
제 사이즈인 15호를 입어본 딸이 통이 너무 크단다. 워낙 허벅지에 살이 없으니 약간 여유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내 눈엔 스키니가 틀림없었다. 올해 입고 내년까지 입으면 되겠군.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하지만 딸아이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딱 달라붙는 바지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입이 나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바지만 바라보며 30여 분을 꼿꼿이 서 있던 딸, 주인 아줌마가 그럼 한 칫수 작은 걸 입어볼래?
그래서 13호를 입어보니 종아리와 허벅지는 붙는데 길이가 발목... 키가 쑥쑥 크는 중인데 내년엔 도저히 못 입을 것 같은 길이감. 두 사이즈의 옷을 번갈아 입어보던 딸, 결국 13호를 선택해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엄마는 너무 지쳐서 저녁할 마음도 상실한 채 거실에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