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실수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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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였다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우리 아들의 말이다. 볼펜을 분해해서 아주 못 쓰게 만든 것도, 물컵을 깬 것도, 엄마의 목걸이를 끊어놓은 것도, 옷에 구멍이 난 것도..... 이런 의심이 가는 실수가 있을 때마다 혼내려면 아들과 하루 종일 싸움만 하게 된다. 아들의 성향을 알게 된 지금은 이런 일들 앞에서 대담한 엄마가 되었다. "어, 그래, 실수였구나, 원래대로 해놔!" 원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들은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 아들과 꼭 닮은 대성이 때문에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일이 터지게 된 건 반장 영일이의 횡포 때문이었다. 반장이 된 기념으로 영일이 엄마가 교실에 수족관을 사다 놓았는데(요즘도 이렇게 반장 턱 내는 엄마가 있나?) 영일이가 물고기 먹이주는 걸로 아이들을 차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와, 정말 얄미워. 하지만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싶은 아이들은 영일이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대성이는 물고기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보미는 손톱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먹이를 줄 수가 없다. 정말 치사한 녀석이다. 그런데 보미가 몰래 물고기 먹이를 주려다가 영일이와 싸움이 벌어지고 마침 근처에 있던 대성이 앞으로 먹이통이 굴러왔는데... 대성이는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먹이통을 냉큼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대성이는 정말 얄밉고 치사하고 잘난 척이나 하는 영일이를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에 먹이통에다 가루비누를 넣은 후 수족관 옆에 가져다 놓는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하고 말이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먹이통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먹이를 주었다. 아이들은 넷째 시간이 되어서야 수족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산소 방울 대신 뽀글뽀글 비눗방울이 피어올라 아이스크림콘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죽어서 떠오르던 물고기들...

영일이는 죄없는 보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선생님은 고백하면 비밀을 지켜준다고 했지만 대성이의 입속에선 "실수라고요!" 이 말만 맴돌 뿐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성이는 아이들이 보미를 못살게 구는 걸 보다못해 고백을 하고 만다. 울먹울먹 "제가 그랬어요!" 정말 힘들게 고백했는데 아이들의 비난은 쏟아지고... 

대성이는 수족관을 원래대로 해놓겠다는 생각으로 고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다시는 대성이에게 말도 걸지 않을 것 같던 친구들도 대성이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폐품 모으는 일에 동참한다. 귀엽고 예쁜 열 살 아이들의 마음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책임을 지기 위해 폐품을 모으고, 진짜로 물고기를 좋아했던 보미의 마음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부쩍 철이 드는 대성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긴장감이 떠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단숨에 책을 읽었다. 역시 노련한 황선미 작가답다. 늘 실수하며 자라는 아이들과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은 엄마 아빠들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초등 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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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9-1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찾아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9-18 07:0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울 아들 어쩐지 분위기가 저랑 비슷할 것 같아 책 안 읽겠다고 해서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