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 방학 때마다 내가 나서서 영어 공부는 이만큼, 수학 공부는 이만큼 하자면서 다 지키지도 못할 계획표를 만들곤 했는데 올해는 몽땅 아이들에게 맡겼다. 이제 6학년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귀찮아서였다. 그 결과 딸은 계획표를 만들었지만 아들은 무계획이 상팔자임을 알고는 모두 패스 ~
그래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영어는 늘 하던 대로 했고, 수학은 2학기 예습용 학습지를 한 권씩 사 달라고 하더니 나름 거의 다 푼 것 같다. 공부를 했나 확인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떨 땐 내가 넘 방치하나 싶었지만 덕분에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방학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건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수영 강습을 다녔는데 휴가 때 빼놓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방학이라 늦잠도 자고 싶었을 텐데 "수영 가야지!" 하면 벌떡 일어나던 아이들...
내가 오전에 일하러 나갔다가 서너시가 넘어 들어왔기 때문에 수영 다녀와서 저희들끼리 아침, 점심 먹고 설거지까지 해놓는 게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반찬 투정 한 번 없이 일품 요리(한 가지 요리로 구성된)를 먹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이게 우리 아들의 고정 멘트~
개학이 다가와도 엄마가 숙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저희들이 알아서 숙제를 챙기기도 했다. 내가 내세운 원칙도 "방학 숙제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였다. 아들은 역시나 따로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글씨를 쓰는 숙제는 최대한 안 만들었다. 일주일에 의무로 두 번씩 쓴 일기하고 토지의 날 행사 때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인것과 독서 기록 남긴 것이 숙제라고 했다. 내 눈에 숙제처럼 보인 건 하나도 없었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딸은 독서록에 뭐에 체험학습 보고서까지 알아서 꼼꼼하게 만들어 갔다. 엄마라는 사람은 "체험 학습 보고서 만들 때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면 아예 하지 마!" 이렇게 엄포를 놓았고, 제법 근사하게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읽어보지도 않았으니... 음, 요즘 내가 엄마이길 반은 포기한게야!!!
방학 마지막 날 아이들은 "엄마, 올 여름 방학은 정말 실컷 놀았어요." " 정말 재미난 초등 마지막 방학이었어요!"라며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래, 그럼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