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야기 - 옛이야기 다시읽는 5060 명작 3
임석재 지음, 배종근 그림 / 재미마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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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군가 만나고 싶은 출판사 사장님이 있느냐고 물으면 난 재미마주의, 그림 작가이기도 한 이호백 님을 1등으로 꼽고 싶다. 재미마주에서 나오는 책 한 권 한 권을 살펴보면 그 분의 정신 같은 걸 느낄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재미마주의 책에서는 상업성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고,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가 아닌데 나오는 책들마다 눈길을 끌게 만든다. 이호백 님은 돈보다는 책과 어린이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분이 아닐까 싶다.

재미마주에서는 작년부터 50~60년대 우리 어린이들이 읽었던 시나 동화집을 다시 읽는 명작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가끔 예전에 나왔던 책을 글도 요즘 투로 바꾸고 그림도 바꿔서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한데 재미마주는 그대로 책을 만들어서 예전 어린이, 즉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읽었던 그대로의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이 참 소박하다. 요즘 나오는 큼직하고 화려한 그림책 속에 끼어 있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또 책모양 만큼 내용도 소박하다. 자극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 남의 나라 이야기에 더 열광하는 시대에 진짜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로구나 싶다. 그리고 단순한 선과 점만으로 이루어진 흑백의 삽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어린 신랑 놀리는 말>에 있는 그림인데, 어린 신랑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 쩔쩔매고 있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우는 모퉁이>에 실린 그림이다. 글을 모르는 어머니가 아들이 보낸 편지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읽어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울기에 어머니는 나쁜 소식인 줄 알고 울고, 지나가던 스님도 덩달아 따라 우는 모습이다. 알고 보니 지나가던 사람도 글을 읽을 줄 몰라 서러워 울었던 거라는구만.

이 책에는 모두 23편의 옛날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개그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웃겨서 막 깔깔대지만 다 읽고 나면 뭔가 탁! 하고 와닿는 느낌들이 있다. 또 우리 아이가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자꾸 나온다고 할 정도로 옛말이나 자주 접해보지 못한 순우리말, 시골에서 쓰는 말도 많이 나온다.  

옛날 옛적, 간날 갓적, 무자수 고려적, 나무접시 소년적, 툭수바리 영감적, 헌 벙거지 초립적, 고초당초 어릴 적, 털벙거지 열각적....(옛날 옛적에 중에서)  

새서방 망태  꼴방태, 의주 벙거지 날라리, 노랑두 대구리,  물렛줄 상투 잡아 매고서 샛문 가에 붙어서 호말 같은 색시 보고 누렁지 달라 밥광지 달라... (어린 신랑 놀리는 말 중에서)

.... 어두운 데 들어가다가 그만 고무래 잎을 밟았습니다. 그러니까 고무래 자루가 그만 툭 하고 올라와서 이 신랑의 이마를 때렸습니다. ...(미련한 신랑 중에서)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 꼭 붙어 앉아 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다시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엄마 아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편안하게 읽어주면 딱 좋을 것 같다. 이야기 한 편 읽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5분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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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1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감있고 재미난 책이네요. 찜하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5-15 19:00   좋아요 0 | URL
네, 정감 있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아이들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은 아니라서 부모가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5-16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끌리네요.
이호백 선생님 그림 정말 좋아요~~~ 돈보다 어린이를 생각하는 정신도 좋고요.
이 책은 이호백 그림이 아니군요. 선으로만 그린 그림이 독특하네요.

소나무집 2010-05-17 09:08   좋아요 0 | URL
눈에 딱 들어오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추억에 젖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