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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생쥐 ㅣ 신나는 책읽기 25
권영품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10년 4월
평점 :
<꼬리 잘린 생쥐>는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수상작이다. 책을 읽으면서 와, 정말 상을 받을 만하구나 싶었다. 가끔 동화책을 읽으면서 '나도 동화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품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꼬리를 싹~ 내리고 말았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 한 번 책을 들면 순식간에 읽게 될 만큼 매력적이다.
<꼬리 잘린 생쥐>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적절히 주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지만 이래라 저래라 훈계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못난 쥐에 속하는 꼬리 잘린 생쥐가 잘난 쥐들 사이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멋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잘난 것과 못난 것의 벽을 허물고 함께 살아가야 더 행복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잡혀서 꼬리가 잘린 빠른발 생쥐는 고양이가 없는 유일한 장소가 학교라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로 가는데 그곳에는 고양이만큼이나 무서운 잘난 쥐와 못난 쥐를 구분하는 학교 쥐법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꼬리가 잘린 빠른발은 아무리 자신의 잘난 점을 늘어놓아도 못난 쥐로 구분되고 마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한 가지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쉽게 편견을 버릴 수 없듯 꼬리가 잘렸기 때문에 고양이를 물리쳤다는 사실마저 의심을 받는다.
못난 쥐인 회색눈을 만나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들은 빠른발은 포기하지 않고 잘난 쥐들의 횡포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하지만 스스로 못난 쥐의 운명을 인정하고 잘난 쥐들의 명령에 따라 살던 못난 쥐들은 빠른발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무서운가! 못났다고 쇄뇌를 시키니까 진짜 스스로 못났다고 인정하고 복종을 하니 말이다. 결국 지혜로운 작전을 써서 잘난 쥐의 우두머리를 물리친 빠른발은 잘난 쥐와 못난 쥐를 구분하는 악법인 학교 쥐법을 없앤 후 다같이 섞여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쥐들의 학교를 만들어낸다.
학교 교사인 작가는 교실에 햄스터가 나타났던 경험을 살려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낮에는 학생들이 생활하던 학교에서 밤이 되면 쥐들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상상도 있을 법해서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쥐의 흔적을 찾느라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요즘은 누가 뭐래도 잘난 사람들이 더 대접을 받는다. 어쩌면 유행하는 말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지도 모른다. 1등에 가려진 2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에 사람들은 기를 쓰고 1등을 하려고 한다. 이젠 그 여파가 어른뿐만 아니라 초등 아이들에게까지 미쳐 경쟁을 부추기고 아이다움을 잃어가게 하고 있다.
아이들 세계에서 키도 작고 뚱뚱하고 공부도 못하면 대놓고 찌질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좀 잘난 아이와 좀 못난 아이가 어울려 도와주는 게 아니라 서로 선을 긋다 보니 왕따 문제도 생기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좀 부족한 아이들을 왕따시키고 일등이 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일등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그 삶이 부족한 이웃을 도와가며 사는 삶보다 행복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내 아이가 최고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과 초등 저학년. 그리고 자신의 단점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꼬리가 잘린 자신의 처지를 장점으로 만들어버릴 줄 아는 생쥐 빠른발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을 것이다. 동화 내용과 잘 어울리는 삽화도 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