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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비밀 캠프 ㅣ 맹&앵 동화책 3
정란희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10년 2월
평점 :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를 떠올리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슬프게 나이가 들어서야 철이 드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 편의 엄마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친정엄마를 떠올렸고,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지난 주에 친정엄마가 다녀 가셨다. 완도에 살 때는 너무 멀어서 못 오시고, 좀 가까운 원주로 이사 온 지 석 만에 드디어 딸네 집에 오셨다. 오시면 정말 잘해 드려야지 했는데 부엌에서 또딱거리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리는 바람에 정말 특별한 반찬 한 가지 해드린 것도 없고, 내내 집에만 계시다 가셨다.
난 80년대 중반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처음으로 서울로 대학을 간 여자아이였다. 그렇기에 드러내놓고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난 엄마의 자랑거리이면서 기대 또한 엄청 컸다는 걸 안다. 친정엄마는 딸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좋다 하셨지만 늘 엄마 마음에 차지 않게 살아왔다는 걸 알기에 너무나 죄송스럽다. 나는 어쩌면... 농사짓는 종가집 큰며느리인 엄마의 못 이룬 꿈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친정엄마를 보내 드리고 나니 농사일에 치여 구부정하게 굽은 엄마의 허리가 눈에 밟히고, 딱딱한 걸 씹을 때마다 이가 아프다던 말씀도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난 이런 엄마에게 내 새끼들 챙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자주 못 해드리는 못된 딸이 되었다. 이렇게 반성을 하지만 여전히 난 못된 딸노릇이나 할 게 뻔하다. ㅠㅠ
<우리 가족 비밀 캠프>에는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동화마다 초등 3, 4학년 정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딸을 바라보는 엄마와 엄마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이 겹쳐서 3대에 걸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딸의 마음이 되었다가 엄마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동화 속에 나오는 엄마들은 평범한 엄마는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마다 마음이 한켠을 뭉클하게 만들면서도 밝은 햇살을 만난 듯한 감동을 준다.
<우리 가족 비밀 캠프>에는 식당을 운영하다 사채를 못 갚아서 감옥에 간 엄마가 있다. 3년 만에 엄마를 만나러 가지만 솔직히 4학년 성희에게 교도소에 있는 엄마는 보고 싶다기보다 부끄러운 존재이다. 그래서 외할머니에게 숙제가 많아서 바쁘다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버스에서 만난 은지처럼 다정하게 엄마의 손을 잡고 걷고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이상하고 불편하다. 숨은 보물 찾기 덕분에 엄마랑 사흘 동안 집에 가게 된 성희는 "애들한테 울엄마도 집에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동안 엄마 없는 설움이 얼마나 컸을까 성희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성희엄마가 빨리 집으로 돌아와서 성희랑 성근이랑 도란도란 살았으면 좋겠다. 이 동화는 얼마 전 상영되었던 <하모니>라는 영화가 생각나게 한다.
<자전거를 타는 엄마>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아서 결국 아빠랑 이혼을 하게 된 부족한 엄마가 있고, <내기 한 판>에는 남들이 보기엔 별볼일 없는 아들을 끊임없이 자랑하는 요양원에서 만난 마이크 할머니가 있다. 두 편 모두 부족한 엄마 혹은 자식이지만 사랑하는 부모 자식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늘 곁에서 그림자처럼 지켜주고 힘을 주는 든든한 존재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서 일상을 관리해주는 잔소리꾼일까? 아니면 두 가지를 다 합친 존재일까? 아이들에게 부모와 자식이 얼마나 소중한 관계인지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 동화집이다. 초등 3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