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난다 신난다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3
이병승 외 지음,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주는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은 세 시인의 작품을 모은 동시집이다. 잊고 살다가도 푸른책들 덕분에 동시를 읽게 되니 참 좋다. 이번 동시집은 한 번쯤은 일상에서 겪은 듯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아이들도 나도 더 즐거웠다. 동시를 싫어하는 아이라도 "나도 그런 적 있는데" 하며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동시도 여러 편이다.  

우리 아들이 가장 좋다고 한 첫번째 동시 <헬리콥터>을 읽는 순간부터 웃음이 나온다. 수업이 끝나고 신발주머니를 빙글빙글 돌리며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 우리 아들도 동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신났던가 보다. 마지막 구절 난다 난다 신난다(10쪽)를 계속 반복한다.  

우리 아들은 12층 살던 먼저 아파트에서 가끔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전부 눌러놓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곤 했다. 엘리베이터하고 저하고 누가 먼저 내려가는지 시합을 한다는 것이었다. 가끔 엘리베이터가 층층이 설 때마다 누가 그런 짓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 아들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가 막혔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였을까? <15층 아파트 계단 내려가기>라는 시를 읽으며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 아들도 마법의 지도가 든 배낭을 메고 모퉁이마다 도사린 괴물들 마법의 숫자 버튼을 눌러 물리쳤나(16쪽) 보다. 하지만 이젠 2층에 살아서 그런 장난을 할 수 없으니 어쩌나 그래.

이병승 시인은 우리 아들 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시마다 어쩜 그렇게 우리 아들을 보는 듯한지... <등굣길>이라는 동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벌어지는 우리집 풍경이다. 나? 또 신발 주머니 놓고 왔다 헤헤(24쪽) 지난 주 월요일에도 실내화를 현관 앞에 고이 모셔두고 간 우리 아들이기에. 

백승우 시인의 동시들은 나의 마음을 잡아끈다. 바다를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런가 <바다>라는 시가 마음에 콕 박혔다. 온갖 모양 온갖 색깔 진귀한 보물들 숨겨놓고 바람에 출렁이는 푸른 천으로 탁, 덮어 버렸다(48쪽) 아, 보물이 가득했던 남녘의 바다가 정말 그립다.  

<이사 온 집>도 요즘의 내 마음이다. 냉장고, 텔레비전, 장롱, 책상도 제자리를 찾아 태연히 앉습니다 우리 식구들만 며칠째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닦고 닦고 걸레질만 하십니다(50쪽) 전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한 후 나랑 아이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집안을 방황하는 모습을 들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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